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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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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7일 07시 53분 등록

니체를 처음 읽으려는 분들에게

 

니체를 읽고 싶었다. 아니, 더 늦기 전에 니체를 읽어야 했다. 이것은 나의 정신이 더 완고해지기 전에 읽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완고함은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옹졸함이다. 강인함은 나와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플지라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결국 새로움을 창조하는 정신이다. 강인함은 변화를 위해 현실과 진실을 받아들이는 숭고한 정신이다. 완고함이 끼어들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인함으로 나를 채워야 한다.

 

망치를 든 철학자

 

강인함을 훈련하는 데에 니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니체는 망치를 들고 철학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와 사실을 부수어 새로운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니체의 사랑법은 기존의 것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철학자가 기존의 사상사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면, 니체는 근본적인 가치를 뒤집는다. 니체의 문장을 읽고 나면 당연함 뒤에 숨어 있는 나의 '생각 없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독자를 변화시키는 철학자란 생각이 드는 순간, 이것 또한 자기경영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철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은 세상 이해를 돕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적 성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철학이 세계를 변혁시킬 수 있는 '실천적 성격'도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의 말은 자기계발서가 다루는 담론이 매우 협소하다는 뜻이다.)

 

니체를 제대로 읽은 독자들은 새로운 가치를 세우거나, 최소한 생각하게 되니, 그를 '가치의 입법자'라 부를 만하다. 니체를 '읽으려고' 하는 독자는 니체 읽기에서 실패할 것이다. 니체를 통해 '변하려는' 독자만이 니체를 제대로 읽어낼 것이다. 그 변화는 '어떤 것'이 아니라, '전부'를 향한다. 니체의 철학은 '모든 가치의 전도'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을 '해체의 철학'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젊음의 철학'이기도 하다. 정신의 강인함을 지향하고, 삶의 도약을 꿈꾼다면 니체에게서 유용한 개념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니체를 읽고자 함이다. 나는 도약하고 싶으니까.

 

니체 철학의 핵심 : 초인,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책 중에 가장 유명한 책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첫 외침은 "인간의 운명이란 초인이 되는 것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초인을 알면 이 책을 아는 것이고 동시에 니체 철학의 핵심 하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책의 머리말에 쓰인 한 구절을 소개한다.

 

"인간에게 있어 원숭이는 무엇인가? 일종의 웃음거리 아니면 일종의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이 아닌가. 초인에게는 사람이 그렇다. 일종의 웃음거리 아니면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일 뿐이다. 너희들은 벌레에서 인간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너희들은 아직도 많은 점에서 벌레다. 너희들은 한때 원숭이였다. 그리고 인간은 여전히 그 어떤 원숭이보다도 더 철저한 원숭이다. (중략) 보라, 나는 너희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 초인이 이 대지의 뜻이다."

 

차라투스트라에게 '인간은 극복해야 할 존재'. 인간들은 (초인이 되어야 할존재다. (쇼펜하우어가 일반인을 비하하는 반면, 니체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부끄러워할 수 있어야 한다. 자부심을 느끼는 만큼 인간은 자기 극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을 경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경멸이 아니라, 위대한 경멸을! 일반적인 경멸은 자기 비하다. 그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위대한 경멸은 인간의 역겨운 본성을 극복하고 초인이 되도록 하는 자기사랑의 최고 형태다. 초인은 인간이 자기 극복의 과정에서 완성하는 새로운 인간형을 의미한다. 위대한 경멸의 지향점이 바로 초인인 것이다.(독일어로는 위버멘쉬 Übermensch, 영어로는 superman 이다.)

 

이번에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보자. 먼저, 니체의 물음에 답해 보라. "만약 당신이 밤에 혼자 있을 때, 악마가 나타나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당신의 인생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가감도 없이 모든 고통과 기쁨마저도 똑같고, 크고 작은 모든 사건이 똑같은 인생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이다. 이것은 물론 입증된 진리가 아니다. 하나의 사고 실험을 위한 가설이다. 우리에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묻는 것이다. 니체는 이런 사고 실험이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고 남은 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니체는 영원회귀를 통해 생을 긍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오늘 하루를 만드는 것을 만드는 것이 '영원회귀'라는 사고실험의 목표다.

 

'힘에의 의지'는 앞선 두 개념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심오하고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부터 발전되기 시작한다. 니체에게 '힘에의 의지'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원리다. 그는 '힘에의 의지'만이 모든 인간 행동의 기본적인 충동이라 생각했다. 니체에 따르면, "자기 희생도 실제로는 힘의 표현인데 자기 스스로를 보다 큰 힘, 예컨대 신과 같은 힘과 동일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기 희생이라기보다는 힘에의 의지를 표현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힘에의 의지'를 여러 다른 행동을 설명하는 심리적 동기로 보기도 한다. 이를 테면 니체는 '힘에의 의지'로 감사를 이렇게 분석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할 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그 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관계가 역전된다."

 

혁명적 선언 "신은 죽었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상태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1882년 출간된 『즐거운 지식』에서 니체가 선언한 신의 죽음이다. 이를 통해 니체가 전하고자 한 것은 "신이 효용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에 사회가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니체는 인류가 어떤 종류의 믿음이나 교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단지 종교적 믿음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객관적인 가치나 진리라는 믿음까지도 공격한 것이었다. 인간은 스스로의 가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 니체의 생각이었다. 니체는 인간이 신이나 진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현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니체가 보기에 그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었다. 그런 자기기만 대신에 인간은 존재의 덧없음과 삶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또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30분에 읽는 니체』 p.13)

 

종교에 대해 니체가 갖고 있는 생각이 편협하다는 사실은 학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니, 기독인들이 니체의 선언에 분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니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 이름 뿐인 사람들에게 니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소개가 객관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에, 니체에 대한 나의 좋고 싫은 감정을 배제한 채 몇 가지 개념만을 소개했다. 그리고 한 권의 입문서로 『30분에 읽는 니체』를 추천하고자 한다. 책의 저자인 로이 잭슨도 "니체는 종교에 대해 말할 때 종교적 믿음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부정적으로만 말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썼다. 그러니 기독인들이여, 니체에게 불편한 감정을 품지 않으시기를!

 

니체,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하나?

 

니체를 읽으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어떤 책을 추천 드려야 할까? 고민되는 질문이다. 가장 대중적인 책은 분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지만, 경구로 된 독특한 문체 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유가 있어서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힘에의 의지, 초인, 영원회귀 등의 주요 이론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중요한 책이다. 다만, 그런 개념은 이미 출간된 저서에서 다룬 개념이라 별다른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 글에서 3개의 개념을 소개한 까닭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가장 먼저 읽고 싶은 독자를 위해서였다. 최소한 3가지의 개념을 익힌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쉽다는 말은 아니다.

 

니체에 대한 정보가 조금 있는 독자라면, 아마도 『선악의 저편』이나 『도덕의 계보』를 먼저 읽을 것이다. 『선악의 저편』은 니체의 철학이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이라 특히 권할 만하다. 이 책을 선택하신다면 책세상에서 나온 <니체전집> 14권을 사시면 된다. 또 다른 중요한 저서 『도덕의 계보』와 합본된 책이라 소장 가치는 물론이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나는 『우상의 황혼』까지 포함하여 세 권 중의 한 권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니체의 핵심 주제들을 잘 개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문서부터 보아야 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독자들이라면, 두 권의 입문서를 추천한다. 30분에 읽는 니체』는 간단한 니체의 생애, 니체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에 대해, 그리고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핵심 정리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약간의 철학 용어가 있지만 쉬운 내용이다. 내 견해로는, 니체 저서에서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는 『비극의 탄생』을 한 챕터로 다룰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은 의아스러웠다.

 

『미래를 창조하는 나』는 아마도 가장 쉬운 입문서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니체를 소개하는 입문서가 아니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하는 입문서다. 아이세움 출판사에서 청소년들의 고전 읽기를 돕는 기획물 <나의 고전읽기> 중 한 권이다. 초인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이 명쾌하고, 운명애(amor fati)에 대한 설명, 도덕과 국가의 가치를 전복하는 이야기 등을 쉽게 다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쳤는데, 도무지 뭔 소리냐는 불평이 생길 때, 펼쳐 들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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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10.07.30 11:59:27 *.157.60.10
리뷰 재밌네 희석아.
책 찾아봤는데 절판이다. 다음에 만나면 좀 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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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jewelry
2010.09.26 18:02:25 *.43.235.174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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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0:01:45 *.55.4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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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18:02:25 *.43.234.129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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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2010.10.06 14:40:45 *.12.236.1
가르침 감사합니다

 아무 준비없이 <짜라스투라...>와 < 인간적인 너무나..> 읽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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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2010.10.07 10:18:25 *.5.147.52
니체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했는데^^;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글이네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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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11:27:28 *.102.145.79
니체에 관심이 많은 제게 좋은 길잡이가 될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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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s saint laurent
2011.05.31 18:09:56 *.111.182.3
Wear your high heels in a sitting position and around the gianmarco lorenzi shoes home first. After a period of gianmarco lorenzi pumps time they will become comfortable and you gianmarco lorenzi boots will probably forget you are even wearing them.If you are giuseppe zanotti shoes planning to wear heels outdoors or at a club on the weekend, wear giuseppe zanotti boots them around the house for a few hours first until they feel 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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