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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0일 23시 05분 등록

그 날, 두 번째 태어나다

올해는 성공할까? 올해는 내 인생에 어떤 도약이 이루어질까 ? 나는 10년 전 그 날을 기억한다. 내 감정의 미세한 부분까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그 색깔의 싱싱함을 기억한다. 그 날은 눈물과 함께 시작되었다. 지칠대로 지친 나는 지리산의 작은 방에 누워있었다. 아침 햇살이 창호지를 뚫고 내가 누워있는 자리까지 서서히 옮겨오는 동안 나는 아무 계획없이 하루는 마주하는 자의 비애와 마주쳤다. 찬란히 시작되는 그 아침을 견딜 수 없어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울음이 밖으로 스며 나왔다. 그 날은 내가 43년간 마주치던 여느 아침과 다르게 다가왔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날 문득 나는 과거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아침부터 나는 책상에 앉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 그 날이 바로 내 두 번째 삶이 열리는 날이었다.

인생의 봄은 있게 마련이다. 꽃이 터지듯 찬란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 순간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닌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그 순간을 잡을 것이고 누구는 그 순간이 지나가 버리게 방기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은 받은 재능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 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삶, 그 인생 속에 자신의 삶은 없는 길을 투덜거리고 불평하며 끌려가다 후회로 마감하게 될지 모른다.

그 날이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날의 모습을 기억한다. 만일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어느 날이 다가오면 그 날을 잡고 놓치지 마라. 지난 날 지난 것들을 모두 버리고 그 날을 따라 나서라. 그것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그대의 소명에 따르는 위대한 모험이다.

* 자신에게 주목하라. 호수에 낚시를 드리운 자처럼 늘 자신의 무의식의 호수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살아라. 언젠가 나를 낚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라.

* 문득 그대 마음에 무언가 걸려 든 것을 알 수 있다. 툭. 낚시꾼의 손에 고기가 걸리 듯 우주가 그대와 공명하는 떨림을 느낄 때가 있다. 해가 저무는 날이든, 첫 해가 다가오는 날이든, 꽃이 피는 날이거나 달이 떠오르는 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대의 마음에 무언가 사무쳐 그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일을 놓치지 마라.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마라. 그저 그 일을 따라 나서라.

20081230235030.png

* 그 일을 따라 나선다는 것은 일회적으로 그치고 만다는 뜻이 아니다. 매일 그 일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문득 '사진을 찍으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하면 망설이지 않고, 사진기를 들고 찍어대기 시작해라.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 일을 계속하라. 나는 '작가가 되어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밀려든 이후,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 글이 잘 써질 때도 있고 잘 쓰여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쓴다. 매일 한다는 것이 곧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변화된 것이 아니다.

* 매일 쏟아 낸 그 일이 작품이 되게하라. 예를들어 작가가 매일 쓴 글은 조각글이다. 그 자체로는 별로 쓸모가 없다. 그 조각글들이 어떤 통일성을 가지고 연결될 때, 그것은 완성도를 지닌 책으로 변한다. 매일의 훈련이 공연이 되고, 매일 그리는 작업이 모여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매일 쏟아 낸 노력이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들고 세월과 함께 대가가 되어 엑셀런스를 추구하게 된다. 겨우 필요를 충족시키면 예술은 없다. 필요를 넘어 영혼의 웰빙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루의 작업을 모아 작품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그러면 그 일이 결국 천직이 된다.

천직을 시작한 날, 그 날이 우리가 두 번 째 태어난 날이다. '그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너무 모호하고 운명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렇지 않다. 모든 중요한 일은 처음 시작할 때 우연히 개시된다.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내가 첫직장을 가지게 된 것도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였던 우연이었다. 내가 작가가 된 것도 우연이었다. 중요한 것은 가슴 떨리는 좋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나는 이것이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한 첫마음을 영원한 첫마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수련이다. 정심한 자기 수련을 통해 해탈을 구하는 불가에서는 초심과 더불어 그 첫마음을 되살려 내는 끊임없는 발심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다. 시작하는 자의 첫마음을 내 마음 속에서 재생해 내는 발심의 노력 없이는 첫마음은 첫눈처럼 녹아 없어지기 마련이다.

어느 때,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던 날, 우주적 공명으로 '툭' 하고 그대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 그 떨림을 따라 매일 반복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의 평범을 너머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차원이 다른 삶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 새 해,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2008년 12월,  에스원을 위한 원고)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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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08.12.31 09:20:47 *.160.150.52
간절히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을 환히 새워도 가슴벅찬 기쁨이 스미는 그런일을 찾을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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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8.12.31 11:22:58 *.48.246.10
"가슴 떨리는 좋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새해에는 더욱 발심하고 수련할 것을 다짐합니다. 구쌤예, 새해에도 늘 건강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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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윤태희
2008.12.31 11:57:11 *.152.11.11
언제인지 모를 어느날, 나는 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 모를 고민은 나를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 갔고 마침내 그곳에서 떨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녀는 떨고 있었고, 나는 그 떨림의 공명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울었던 그날을, 나는 결코 잊을수가 없다. 그날은 아마도 내가 다시 세상과 마주한 날일 것이다. 세상은 내게 환한 빛으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의 손을 잡고 나는 하늘을 날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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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8.12.31 19:36:21 *.199.250.121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새해를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모두다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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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9.01.13 13:14:51 *.6.1.61
좋은 글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그날은 다가왔을 뿐이고...나는 놓쳐가고 있고...^^

"위대한 정신은 조용히 인내한다" 라는 명구로 위안받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
- 답답한 한 해의 시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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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5 01:43:08 *.141.110.13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글이군요

짧은 글이지만

야심한 이 밤에 제 가슴을 어떤 화살이 꽂이는 듯 마음에 심금이 울리는 듯 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울음" "우주가 그대와 공명하는 떨림","~엑셀런스" , "영혼의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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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09:15:08 *.170.174.217

십여년 전에 쓰여진 글에서

또 십여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글이네요,


선생님의 주술에 제가 공명한 것인지,

삼 사년전, 

저도 그 내면의 떨림, 소리에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많은 일들이, 우연처럼 운명처럼 따라오게 되더군요.


그 신비한 주술의 채험을 경험하고 나니,

도전이 두려워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도전이 두려워지지 않게 되니,

세상에 제가 하고싶은일이 참 많아지게 되네요^^


지금 또 다시 저를 설래이게하는 목소리 하나를 따라갑니다.

이상하게도 잘 풀리는일은 별로 없지만,

걱정되지 않습니다.

모든일이 결국 순리대로 이루어 지리라는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가을비가 내립니다.

날이 추워지네요,

한번도 만나지 못한 당신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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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00:32:31 *.139.108.201

선생님의 도움으로

제 마음의 소리를 찾아 왔습니다.


지금,

조금은 어수선한 마음을

이 글을 읽으며 다시 잡아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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