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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9일 14시 05분 등록

20140806-우리신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서정오 글/ 김영화 편집/ 현암사 출판 
표지디자인 ph413 

 

4-7쪽. 저자의 말 : 우리 삶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 우리신화 
* 이 부분은 옮겨 적어 놓고 싶지만, 그럼 품이 많이 들어가니까 녹음해 두어야겠다. 주요 구절 일부만 옮겨 적는다. 


글 읽는 순서 
이승신 소별왕과 저승신 대별왕 
저승차사 강림도령 
옥황선녀 오늘이 
군웅신 왕장군 
오구신 바리데기 
저승 삼시왕 초공 삼형제 
서천꽃밭 꽃감관 신산만산할락궁이 
농신 자청비와 문도령 
객귀 사마장자와 저승 고지지 우마장자 
별의 신 철성님과 옥녀부인 
운명신 감은장아기 
마마신 강남국 손님네 
성주신과 지신 황우양 부부 
탄생신 삼신할멈 
조왕신 여산부인과 문왕신 녹두생이 
말명신 도랑선비와 개울각시 
일월신 궁상이와 해당금이 
수명신 사만이 
활인적선의 신, 내일과 장상 
액만이신 지장아기 
병막이신 거북이와 남생이 


* * 
우리 신화에 나오는 신들 
옥황상제(천지왕) : 이승과 저승 전체를 통틀어 으뜸가는 신 
바지왕 : 천지왕의 부인으로 땅을 다스림 
대별왕 : 저승을 다스림 
소별왕 : 이승을 다스림 
염라대왕 : 저승시왕 중 우두머리 신 
저승 시왕 : 염라대왕, 초공 3형제, 동정국 범을임금의 아들 3형제, 오구신 바리데기의 아들 3형제 
저승차사 : 강림도령, 해원맥 이덕춘 
옥황선녀 오늘이 
군웅신 : 왕장군과 그의 세 아들 
용왕 : 동해용왕,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고 천둥번개를 몰고 다님 
오구신 : 오구대왕의 7번째 딸 바리데기 
저승길신 
노가단풍자지명왕 : 복의 신 (이 신은 이름이 참 길다. 무속음악을 글로 옮긴 것 속에서 나오는 이름인 듯 하다.)
서천꽃밭 꽃감관 : 사라도령과 할락궁이 
세경신 : 문도령, 자청비, 자청비의 이복동생 정수남 
운명신: 감은장아기(--> 감은장이란 말은 '검은 장'이란 말인 듯 하다)
마마신 : 손님(천연두를 앓게 함) 
일원신 
수명신 : 저승차사를 잘 대접해서 명부를 고쳐 오래산 사만이 
액막이신 
병막이신 
옥녀부인과 그녀의 일곱 아들 
내일과 장상 
쇠철이 쇠도령과 너사매 너도령 
객귀 사마장자 
저승 고지기 우마장자 
성주신 
지신 
조왕신 : 여산부인 
문왕신 : 남선비와 여산부인이 낳은 7아들 중에 7째 녹두생이, 다른 형제들은 각각 6째는 뒷문, 다른 형제는 5방신이 되었다. 
터주신 : 오방신 동 : 청제장군, 서:백제장군, 남:적제장군, 북:흑제장군, 중앙:황제장군 
삼신 할멈 
측신 : 남선비를 꾀어낸 노일자대 
말명신 
마부왕 : 마구간과 외양간을 지키는 신 
업왕신 : 곳간의 재물을 지키는 신, 구렁이 
철융신 : 장독간을 지키는 신, 검은 탈을 쓴 노인 

1.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 드는 생각들

 

 

1) 이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그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는 이름이 많다. 꼭 인디언식 이름 같다. 원래 아기였을때부터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속성을 드러내는 이름이다. 

 

여러 책에 나오는 주요인물들의 이름이 표기가 다르다. 범을임금=버물왕, 녹두생이 = ??,  원강아미=원강암이 등이다. 

'아미'라는 말은 원래 '암'이라는 말인 듯 하다. 암수를 말할 때의 그것이 아닌가 한다.  

 


2) 인과응보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에는 모든 일의 상과 벌이 당대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신화에는 윤회란 없다. 그리고 착하고 착하지 않고에 상과 벌이 분명하다. 이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우리나라 옛사람들은 이런 세상을 꿈꾸었나보다. 그리고 이런 세계를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한다. 

물론 여기에는 착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 재주로 하늘에 신이 된다. 각각의 재주에 따라 신이 되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다스리며 사람에게 복을 주는 벌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3) 상징들

 

이야기에 나오는 3개의 고개, 사방의 땅과 깊은 물, 골짜기, 꽃 들은 상징이다.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넘어가기 힘든 어려운 일에 산을 넘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산 하나를 넘어서 멀리 다른 나라에 가고, 다른 세계에 가는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그것들을 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사건들을 겪거나 이루고 난 후에 만나게 되는 사람도 많이 늙어있지 않는다. 

이야기는 사건 중심으로 전개가 빠르다.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의 정황에 특별한 이유를 대거나, 구구절절 설명을 달지 않는다. 

4) 이야기 속의 막내 - 셋째 딸, 셋째 아들, 일곱째 아이

 

이야기 속에 셋째가 주요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비유는 각각의 특징이 나타나는 데, 첫째는 똥, 둘째는 뱀, 셋째 꽃, 부지런하고, 복을 받는다. 

 

 

7째의 바리데기의 경우에는 해,달,별,나무, 바위, 등의 주요한 6가지를 나열한 후에 7째에도 딸이어서 별 볼일없이 착하기만 한 아기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럴 경우에 옛사람들은 주요한 것을 모두 일곱가지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하는 짐작을 해본다. 그보다 더 많다면 기억하기 어려울 듯 하다. 
7형제와 문왕신, 뒷문신, 5방신도 그 경우가 아닐까. 7을 넘어가는 사고의 체계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익숙한 개념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숫자가 아닌가 싶다. 

 

7째 의미는 뭔가? 
신화를 읽으면서 의문점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의문을 직접제시하지 않고 이야기만 전한다. 다른 신화책은 이야기 속 인물에 대해 감탄하고, 사건을 해석하고 상징들에 대해서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서 삶의 유형에 대해 말한다. 이런 의문을 스스로 갖고 해석하고자 할 때,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삶에 예방접종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한다. 어려서 화롯불 옆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가 인생에 길잡이가 된다. 

5) 이야기가 가르쳐주는 길, 혹은 위로

 

나는 어려서 이야기듣기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딱히 누군가가 내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을 봤던 것 같다. 궁금한 것은 계속 들어나는게, 삶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모르는 아이이게 이야기는 길잡이가 되는 듯 하다. 정확한 이정표는 아이더라도, 자신이 길을 선택할 때 마음속에서 울리는, 끌리는 뭔가를 만들어내어서 삶을 밝게 살아가독 돕는 것이 이야기가 아닐까.

 

이야기 속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심하고, 위로받기도 하면서 사는 것 것다.


6) 여자 주인공들

  

신화에는 여자 주인공이 많다. 구전된 이야기에는 여자 주인공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문자로 기록된 것, 우리의 신화에는 남성중심 주인공이다. 우리 사회가 남성중심사회로 정착하면서 여성신보다는 남성신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부부들을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현명하다. 게으른 남편과 현명하고 부지런한 아내, 착한 며느리, 딸 많이 낳았다고 역정내는 아버지와 대조되는 인정많은 어머니가 있다. 왜 이러할까?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할머니인가 의문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여서 묻혀지냈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있는 듯하다.

7) 우리사는 세계의 속성과 이야기속 세계의 닮은 꼴
대별왕의 속성과 소별왕의 속성을 이야기할 때, 대별왕은 따뜻하고 만물을 자라게하고 공정하다. 그러나 소별왕은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다. 소별왕이 이승을 다스린다는 설정이 대별왕은 천지의 만물에 깃든 신을 소별왕은 인간의 이기심의 세계로 만들어지는 세계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듯 하다. 이 비슷한 것으로 제주도의 신화에도 있고, 인도의 미륵과 석가가 있다. (이름에 억메이지 말고 그 속성으로 보라고 하면서) 내기에서 강물을 얼게하고, 자는 동안 다리에서 꽃이 피게하는 속성이 만물을 다르시고 자연현상을 주관하여 창조하는 신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그 꽃을 속임수로 가져다가 자신이 피웠다하며 내기에서 이긴 석가쪽은 인간의 문명이다. 무한한 능력은 없고 이기심이 있다. 그런데 미륵과 대별왕, 제주신화의 (??)신은 모두 자신이 내기에서 졌다며 이승을 다스리는 지위를 상대에게 넘겨준다. 내기는 내기라고 하며 말이다. 

2. 책에 밑줄 긋기

6. 무속신화는 분명 이야기지만 굿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즉 서사성과 함께 제의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것이다. 

7. 신은 사람을 닮고, 사람은 신을 닮는다. 우리 신화가 소중한 까닭은, 그 속에 우리네 옛사람들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신화의 자유분방한 틀 안에 그들이 일상에서 꾸었던 소중한 꿈을 담았다.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에서 얻기 어려운 것을, 신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으로나마 얻으려 했던 것이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애당초 꿈을 꾸지 않으면 이루어지기를 바랄 자리조차 없다. 그래서 꿈은 소중한 것이며, 예나 오늘이나 신화는 꿈꾸는 이들의 것이다. 

18. "수명장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쌀을 꾸어 줄 때는 흰 모래를 섞고, 좁쌀을 꾸어 줄 때는 검은 모래를 섞습니다. 그렇게 모래 섞은 곡식을, 작은 되로 한 되를 꾸어주고 큰 되로 두 되를 받아 부자가 되었습니다. 또 수명장자 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좋은 장은 제가 먹고 그들에게는 썩은 장을 주어 먹게 했고, 수명장자 아들은 마소에게 물을 먹을 때 말밥굽에 오줌을 누어 먹였습니다." 
* 수명장자는 악인의 전형이다. 

- 대별왕과 소별왕 
21. 처음에는 대별왕이 이승을 맡아 다스리고 소별왕은 저승을 맡아 다스리기로 했는데, 소별왕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승이 더 좋을 것 같거든. 그래서 형에게 내기를 걸었어. 

* (이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버전의 이야기) 이승과 저승을 왔다갔다하는 강림도령은 염라대왕이 사람의 수명을 적어서 데려오라는 사람의 명부를 까마귀기 물어가버려서 잃어버렸다고 고한다. 원래는 남자는 70살, 여자는 80살까지 살면 데려오라 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로 어린이가 어른보다 먼저 죽거나 조상죽는데 자손같이 죽거나 하는 일이 생기게 되었단다. 이 이야기를 [신과함께]라는 웹툰작가 주호민은 매우 인간적이게도 다른 이야기를 보태어 강림도령이 이룹러 그런 사건을 꾸민 것으로 나온다. 강림도령이 이 세상에 와보니 온갖병고에 시달리면서도 그 수명을 다 채워야 죽는 것을 가슴아프게 여겨 그만 책을 태워버리고는 까마귀가 물어갔다고 거짓을 고한다. 이 이야기속의 시절만 해도 소별왕이 세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니 세상살이가 저승에 사는 것만 못했나보다. 

23. 대별왕이 깨어나 보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싱싱하던 자기 꽃은 다 시들어가고, 볼품없던 아우의 꽃은 싱싱하게 잘 자랐거든. 하릴없이 이승을 아우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저승을 다스리기로 했지. 대별왕이 저승으로 가면서 아우에게 단단히 당부를 했어. 
"소별왕아, 이승 사람들 중에는 싸움 좋아하는 사람, 잘 속이는 사람,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 까닭없이 남을 해코지 하는 사람이 많으니 부디 법을 맑게 하여 반듯하게 다스리도록 하여라." 
소별왕이 이승에 와 보니 아니나다를까,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속이고 빼앗고 해코지하느라 정신이 없어. 게다가 하늘에는 해도 둘이요 달도 둘이어서 사람들이 낮에는 뜨거워 견디지 못하고 타 죽어 가고 밤에는 너무 추워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어가는 거야. 게다가 사람 아닌 것들이 다 말을 하는데, 풀과 나무도 말을 하고 물고기와 날짐승, 길짐승도 모두 말을 하니 세상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있나. 너무 시끄러워서 정작 사람끼리는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말이야. 이래서는 이승을 제대로 다스릴 수가 없겠거든. 
* 태초에는 혼돈이 있었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이 말을 했다. 

* 삼형제, 3가지 보물, 3가지 주의사항, 꽃 세송이, 세 개의 구슬 

* 과양상이 - 범을대왕의 아들 3형제를 죽인 악한 여자. 

- 강림도령 
(이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버전의 이야기) ​강림도령이 염라대왕을 잡아오라는 김치원 관장의 명령을 받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집에 들어누워 고민을 했다. 어머니가 이 사정을 듣고는 떡을 닷말을 하여 조왕신, 문왕신, 성주신, 터주신, 지신, 업왕신, 철융신, 측신 등에게 빌었다. 이 신들은 떡을 먹고는 강림도령이 저승에 가는 길을 현신(변장하여) 나타나 길을 인도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어머니가 떡으로 대접하여 신들의 도움을 받아내지만, 주호민의 이야기에서는 강림도령의 못생긴 조강지처가 지극정성으로 빌어서 도움을 받는다. 나중에 강림도령은 이를 알고 부인에게 미안해하며 사과하려하나 이때는 이미 저승차사로 발탁되어 저승으로 가게되니 마지막의 애뜻한 말은 전하지 못한다. 

* 이 책 서정오의 이야기는 사건의 전달에만 신경쓰고 있어 개연성을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주호민의 만화에서는 작가 나름의 구성으로 이야기 전체를 새로 구성한다. 그러나 주요인물이나 주요 사건은 그대로이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자신의 책에 전설을 수집하고 자료를 조사하여 새로운 전설을 추가하여 넣었다. 그 지역에 없는 굿도 있는 듯이 추가하여 넣었다. 자신은 전쟁으로 죽고 상한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로 위로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설은 처음에 누군가에게서 만들어져서 생명을 얻어서 그렇게 전해지며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정래 작가의 말처럼 주호민 작가의 [신과함께]는 우리와 같이 사는 신을 인간세계를 이해하고 험난한 인간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좀더 따뜻하고, 공정하게 대하려는 신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신에게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잘 안 이루어지니까 이야기에서 저승은 공정하게 만든 것처럼, 그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가 이 세상의 아픔과 부조리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신으로 따뜻하고 눈물을 아는 신으로 만든다. 

38. "염라재왕은 어서 나와 오라를 받으시오!" 
그 소리를 듣고 염라대왕이 그만 화가 멀끝까지 났어. 그도 그럴 것이, 저승 다스리는 시왕 중에 으뜸이요 천하가 벌벌떠는 염라대왕 앞에서, 초라한 이승 사내가 오라를 받으라고 땅땅거리니 화가 안 나게 됐어? 
"어느 놈이 감히 내 앞을 막는 것이냐?" 
염라대왕이 한 번 소리치니 '우르릉 뚝딱' 천둥 번개가 치면서 온 사람이 깜깜해지고 천지가 진동하는 거야. 강림도령이 그걸 보고 겁이 더럭 났지마는,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 거든. 까짓것, 용이나 크게 한 번 써보고 죽자고 마음먹고, 염라대왕 가마 앞에 달려들어 열두 장사를 차례차례 메어다꽂아 버렸어. 열두 장사가 맥없이 나가떨어지니, 강림도령이 누른 쇠줄을 던져 가마를 얽어맸어. 신선한테서 받은 쇠줄이 가마를 얽어매니 가마가 꼼짝을 못하는 거야. 그래 놓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소리를 냅다 질렀어. 
"저승에 대왕이 있으면 이승에는 관장이 있소이다. 아무리 저승 대왕이라도 이승 관장 명에 따라야 하오!" 
* 이 대목에 강림도령이 하는 말이 나는 재미있다. 저승에서 무서운 사람이 염라대왕이라면, 이승에 사는 무서운 이는 관장이다. 

42. "강림도령이 매우 용맹하고 지혜로우니, 내가 데려가서 저승차사로 쓰겠노라." 
* 이 이야기에서는 강림도령이 저승으로 가서 일을 하게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집을 잘짓는 목수가,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꽃감관으로 가는 사람이 모두 저승에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 능력있는 사람을 하느님이 쓰시려고 먼저 데려간다는 말을 하는데, 모두 이런 이야기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착하는 것, 그것이 이 세상사람을 구하고, 저 세상사람까지 좋게 살게 하는 조건인가 보다. 심청이는 지 아비 구하겠다고 저승으로 갔으니 그것도 그렇다. 
주성치의 영화에서는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가겠는가하면서 주인공이 어려운 일을 자신이 맡아서 하겠다고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전 종영을 한 '정도전'에서는 왕이 되면 지옥을 살게 될거란 말을 듣게되는 이성계가 그렇다하더라도 그거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그 마음에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절을 하고 주군으로 모신다. 수고롭더라도, 자신은 지옥을 살게되더라도 자기를 버리고 자신이 세상을 좋게 하는 데 도구로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이 바로 이 세상에 천국을 만든다. 

* 어린아이와 성인의 차이는 자신이 악을 먹어서 그 악에 대항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에게는 좋은 것만을 달라고 떼를 쓴다. 쓴 것을 삼키지 않는 게 아이다. 

- 옥황선녀 오늘이 
44. 사람들은 성도 없고 이름도 없고 나이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름을 지어 주어야할지 모르겠거든. 궁리 끝에 그냥 오늘 만났다고 이름도 '오늘'이라고 지어줬지. 그 때부터 이 아이 이름은 오늘이가 됐어. 
*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람의 이름을 '오늘'이라고 지었다. 이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성', '이름', '나이' 이것들을 모두 넘어선 것이, 현재에 실체를 가진 인간, 지금 바로 여기 '오늘'이란 의미일 것 같다. 

46-48. *오늘이가 부탁을 받은 내용. 오늘이는 세상 곳곳(세상끝 사방에 있는)의 이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러면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원천강에 가거든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서 글만 읽고 있어야 하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 흙바람 부는 흰모래땅을 지나 북쪽 별충당에서 만난 장상의 부탁 

"그러면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저는 동지섣달이 되면 뿌리에 움이 들고, 정월이 되면 그 움이 몸 속에 들었다가, 이월이 되면 줄기로 가고 삼월이 되면 꽃이 핍니다. 그런데 가운데줄기에만 꽃이 피고 다른 줄기에는 피지 않으니, 그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원천강에 가거든 그 까닭을 물어봐주십시오." 
-황모레땅 동쪽 언덕 연못의 연꽃에게 받은 부탁 

"그러면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다른 이무기들은 여의주 하나만 가지고도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데, 나는 어찌하여 여의주 세 개를 가지고도 삼천 년이 지나도록 용이 되지 못하는지, 원천강에 가거든 그 까닭을 물어봐 주십시오." 
- 검은 모래땅 서쪽 너머의 청수바다 이무기에게 받은 부탁 

"그러면 제 부탁을 하나만 들어 주십시오. 저는 이 정자에서 십 년깨 글만 읽고 있는데, 대체 언제까지 글만 읽고 있어야 하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 내일에게 받은 부탁 

49. 
"저희들은 본래 옥황상제의 시녀들이었는데, 죄를 짓고 여기에 귀양 와서 물을 푸고 있습니다. 이 우물의 물을 다 퍼내어 바닥이 보여야 죄를 씻고 옥황궁으로 돌아갈 것인데, 바가지 밑이 뚫려서 퍼내도 끝이 없어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오늘이가 딱하게 여기고, 산에 가서 정당풀을 베어 와서 꼭꼭 뭉쳐 말뚝처럼 만들었어. 그것으로 바가지 구멍을 막고, 송진을 녹여 칠한 다름 볕에 말려 굳혔어. 그러니 바가지로 물을 퍼도 한 방울도 안 새지. 선녀들 셋과 오늘이가 힘을 합쳐 바가지로 우물물을 퍼내기를 사흘 밤 사흘 낮 동안 했더니, 우물물이 다 나와서 바닥이 보이거든. 그래서 선녀들이 죄를 씻고 옥황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어. 선녀들이 기뻐하여 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오늘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 
- 물을 푸면서 울고 있는 선녀를 도와줌 
*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복을 받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는 먼저 도움을 받았고, 그 도움의 갚음으로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한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그 부탁을 들어준 것 모두가 오늘이에게는 보물을 안겨주는 복이 된다. 
* 장상과 내일은 오늘이가 알려준 대로 부부가 되어 글을 읽는 것을 그만둘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들 부부가 되는데, 다른 이야기에는 이들이 주막집을 하면서 과객에게 밥을 싸게 팔고, 짚신을 덤으로 얻어주는 선행을 베풀어 하늘 곳간에 쌓은 재물이 많았다한다. 이 둘이 글을 헛것으로 읽은 게 아닌가보다. 

51. "장상도령과 내일낭자는 하늘이 내린 배필인데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있으니 글만 읽고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이라도 둘이 혼인하면 오래오래 영화를 누릴 것이다. 연화못 연꽃은 가운데줄기의 꽃을 따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른 줄기에 꽃이 만발할 것이다. 청수바다 이무기는 여의주를 한 개만 가지면 당장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것인데, 욕심이 많아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지고 있는 탓에 용이 못 되는 것이다. 여의주 두 개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라고 일러라. 그리고 만일 누구든지 연화못 연꽃 한송이와 여의주를 얻으면 옥황궁 선녀가 될 것이다." 

- 왕장군 
58. 이 때 용왕의 아들이 가만히 왕장군에게 다가와서 귀띔을 해줘. 
"이 잔치가 끝나면 아버지께서 용궁에 있는 물건 중에서 무엇이든지 하나만 골라 가지라고 하실 것입니다. 그러거든 다른 물건은 다 싫다 하고 책상 밑에 있는 헌 벼루 상자를 달라고 하십시오. 그 안에 우리 누님이 들어 있으니 데려가 아내로 삼으면 될 것입니다." 
* 이 이야기는 우렁각시, 방울공주와 비슷하다. 

- 오구신 바리데기 
61-63. 
"첫딸은 복덩이 딸이니라. 본이름은 청대공주요 별명은 해님데기라 하여라." (앞산 별궁에 기거) 
"둘째 딸은 살림불릴 딸이니라. 본이름은 홍대공주요 별명은 달님데기라 하여라." (뒷산 별궁에 기거) 
"셋째 딸은 노리개 딸이니라. 본이름은 녹대공주요 별명은 별님데기라 하여라." (동산 별궁에 기거) 
"넷째 딸은 재롱둥이 딸이니라. 본이름은 황대공주요 별명은 물님데기라 하여라." (서산 별궁에 기거) 
"다섯째 딸은 덤으로 얻은 셈치자꾸나. 본이름은 흑대공주요 별명은 불님데기라 하여라." (남산 별궁에 기거) 
"어허, 이거 낭패로다. 아기라고 하는 것은 아들 낳으면 딸도 낳고 딸 낳으면 아들도 낳는 줄 알았더니 우리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딸만 내리 여섯을 낳는단 말인가. 여섯째 딸은 과연 섬섭이 딸이로구나. 본이름은 백대공주요 별명은 흙님데기라 하여라." (북산 별궁에 기거) 
"에잇, 이제 딸이라는 말 듣기도 싫고 딸아이 얼굴 보기도 싫다. 당장 갖다 버려라." 
오구대왕이 역정을 내어 벼락같이 호령을 하네. 어느 영이라 거역할까. 하릴없이 아기를 갖다 버리는데, 마구간에 버리이 말이 쫒아 나오고, 외양간에 벌니 소가 쫒아 나오네. 오구대왕이 또 벼락같이 호령하기를, 
"그런 데 버릴 것이 아니라 멀리 가서 아주 돌아오지 못하도록 옥함에 깊이 넣어 강물에 띄워 보내라." 
"버릴 아이 본이름이 무슨 소용 있으리요. 본이름은 그만두고 별명만 지어 주되 바리데기라 하시오." 
* 여기에 차례대로 나온 해, 달, 별, 물, 불, 흙의 방향이나 중요도의 순서는 다른 이야기에서의 순서와는 다르다. 5방신을 말할 때의 순서와는 다르다.

68-70. 
"밭 가는 저 할아버지, 서천서역국은 어디로 가나요?" 
"이 밭을 다 갈아주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석 자 깊이로 고르게 갈아주면 가르쳐주지." 
"이 길을 따라 아홉고개를 넘어가면 개울가에 빨래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 보아라." 

"빨래하는 저 할먼, 서천서역국은 어디로 가나요?" 
"이 빨래를 다 해주되, 검은 빨래는 희게 하고 흰 빨래는 검개 하면 가르쳐주지." 
"이 길을 따라 아홉 개울을 건너가면 숯 씻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기거서 물어보아라." 

"숯 씻는 저 할아버지, 서천서역국은 어디로 가나요?" 
"이 숯을 다 씻어주되, 숯에서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주면 가르쳐 주지." 
"이 길을 따라 아홉 가시밭길을 지나면 밭에서 풀을 뽑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 보아라." 

"풀 뽑는 저 할머니, 서천서역국은 어디로 가나요?" 
"이 밭의 풀을 다 뽑아 주되, 풀 한 포기 봅을 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뽑아주면 가르쳐주지." 
"이 길을 따라가다가, 만약에 높아서 못 가거든 꽃을 던지고 깊어서 못 가거든 방울을 흔들어라." 

 

 

 

- 저승 삼시왕 초공 3형제 
77. "천하문장 임정국대감은 하늘 천하궁으로 천하공사 벼슬 살러 오고, 지하문장 김진국부인은 땅 세상 지하궁으로 지하궁사 벼슬 살러 오라." 

81. 노가단풍자지명왕아기씨가 하릴없이 문밖으로 나오는데, 푸른 너울 쓰고 누른 너울 쓰고 가만가만 나와서 놋대야에 쌀을 담아 스님에게 주었지. 스님은 바랑을 내밀어 쌀을 받는데, 한 귀는 손에 들고 한 귀는 입에 물고 바랑 아귀를 열어 쌀을 받는 구나. 
"스님, 스님. 한 손은 어디에 두고 입으로 바랑을 잡습니까?" 
아기씨가 물으니 스님이 입에 문 바랑을 놓고 대답하기를, 
"한 손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귀한 것을 쓰다듬을 손이라 감춰 두었습니다." 
하면서 감춰 두었던 한 손을 내밀어 아기씨 머리를 쓰다듬는데, 오른쪽으로 세 번 쓰다듬고 왼쪽으로 세 번 쓰다듬는 거야. 

* 아기씨가 시험 받는 중에 까치가 쌀 한 섬의 껍질을 벗겨줌. 콩쥐팥쥐에서 새들이 방아찢는 것을 도와주는 것과 같은 사건

* 많은 신화에 나오는 여자들이 착하고, 부지런하고, 어여쁘고, 남의 어려운 처지를 모른체하지 않고 돕는다. 이들은 모두 복덩이이다. 이야기 뒷부분에 가면 이들은 모두 복을 주는 신, 사람들을 돌보는 신이 된다. 우리신화에는 많은 주인공이 여성이다. 

- 서천꽃밭 꽃감관 신산만산할랑궁이 
97.웬 머리 허연 노인이 흰사슴을 데리고 나타나서, 
"이 사슴을 끌고 가서 외양간에 매어 놓되, 박덩굴로 고삐를 해서 매어 놓으면 사슴이 고삐를 끊고 달아날 터이니, 그때 사슴을 타고 네 아버지를 찾아가서라." 
. 
. 
. 
"어머니, 어머니. 저는 이제 아버지 찾아가렵니다. 제게 메일범벅 세 덩이를 만들어 주되, 소금 닷 되에 고춧가루 닷 되를 메밀가루에 버무려 만들어 주십시오." 

. 
. 
"달아나는 흰 사람을 잡으러 가겠습니다." 
하니, 자현장자는 흰 사슴을 얻을 욕심에 두 말 않고 허락을 해. 
* 머리가 허연 노인. 노인은 많은 이야기속에서 현자로 등장한다.

- 농신 자청비와 문도령 
* 자청비가 겪는 시련을 보면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프쉬케'의 시련보다 더 한 것 같다. 대체 여성이란 무엇인가? 이리도 힘들게 사니. 옛날에는 여성들이 많이 힘들었나보다. 
* 우리신화의 농신은 서양신화의 농신보다 더 힘차고 또한 인과응보에 따른 길흉화복을 따른다.

- 객귀 사마장자와 저승 고지기 우마장자 
128. 마침 밤이 이슥하여 배는 고프고 정월 끝이라 날씨는 춥고 먼 길을 걸어와 발은 부르텃거든. 맨 앞에 해원맥이 먼저하는 말이, 
"아이고, 배고파. 이럴 때 누가 밥 한 상 차려 주면 죽을 목숨도 살려주련마는." 
가운데 선 이덕춘도 따라 하는 말이, 
"아이고, 추워. 이럴 때 누가 옷 한벌만 주면 죽을 목숨도 살려주련마는." 
맨 끝에 선 강림도령도 따라 하는 말이, 
"아이고, 발 아파. 이럴 때 누가 신 한 컬레만 주면 죽을 목숨도 살려주련마는." 
했어. 그러다가 막 사마장자 집 대문간에 이르니, 이게 웬 떡이야? 다리베가 곱게 깔려 있고 좋은 음식이 세 상 차려져 있거든. 차사들이 배가 고프니까 앞뒤 재고 자시고 할 겨들도 없이 달려들어 배불리 먹었어. 그러고 나니 옆에 옷이 세 벌 있거든. 추우니까 그것도 입었지. 신도 세 켤레 있기에 발도 부르튼 터에 그냥 신었어. 

* 이 이야기를 전하는 다른 책에서는 각각을 재미나게 3번 반복하는 것이 나온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연사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 딱딱붙게 운율붙은 말로 전한다. 나는 그 편이 훨씬 좋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면 운율붙은 말로 전하고 싶다.  

 

 

- 별의 신 칠성님과 옥녀부인


134. “명이야 하늘에서 정해 준 만큼 살면 족하고, 복도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다만 혼인한 지 열두 해가 되도록 부부간에 외롭게 살고 있으니 부디 자식나 점지해 주십시오.”

노인이 지팡이를 들어 하늘에 있는 별 일곱 개를 따다가 던지기에 부인이 그걸 치마폭에 받았어. 별이 치마폭에 우수수 쏟아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 깨보니 꿈이거든. 남편 칠성님한테 꿈 이야기를 했더니, 칠성님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는 거야.

 


- 운명신 감은장아기

146. 하루는 강이영성이서불과 구에궁전너설궁 부부가 큰방에 앉아서 세 딸을 차례로 불러들여 누구 덕에 호강하며 사느냐고 물어봤어. 먼저 큰 딸을 불러서 물어 봤지.

"큰딸 은장아기, 이리와서 대답해 보아라. 너는 누구 덕에 잘 먹고 잘 입고 호강하여 사느냐?"

"그야 아버지, 어머니 덕이지요."

"은장하기 기특하다. 너는 부모 은헤를 아는구나."

부부가 기뻐하며 칭찬하고 비단옷 한 벌을 줘서 보냈어.그 다음에는 둘째 딸을 불러서 물어봤지.

"둘째 딸 놋장아기, 이리 와서 대답해 보아라. 너는 누구 덕에 잘 먹고 잘입고 호강하여 사느냐?"

"그야 아버지, 어머니 덕이지요."

"놋장아기 기특하다. 너도 부모 은혜를 아는구나."

부부가 기뻐하며 칭찬하고 비단신 한 컬레를 줘서 보냈어. 그 다음에는 막내딸을 불러서 물어봤지.

"막내딸 감은장아기, 이리와서 대답해 보아라. 너는 누구 덕에 잘 먹고 잘 입고 호강하며 사느냐?"

이번에도 아버지, 어머니 덕이라 할 줄 알았는데, 웬걸. 감은장아기는 다르게 대답을 하네.

"하느님 덕이요, 부모님 덕이기도 하지마는, 저의 복으로 먹고 입고 삽니다."

이 대답을 듣고 강이영성이서불과 구에궁전너설궁 부부가 그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났어.

"너는 부모 은헤를 모르니 이 집에 살 것 없다. 당장 나가거라."



152. "막내아들아, 이리 와서 내 말을 들어 보아라. 이 옷 입고 건넌방 손님아기씨 한테 장가들겟느냐?"

"아기씨가 허락하고 어머니가 어럭하면 그리하지요."

* 셋째 아들이 밥을 주어도 맛나게 먹고, 옷을 주어도 곱게 받고, 어머니 잘 모시고는 결혼도 순순히 한다. 


152. 감은장아기가 남편에게 마 캐던 곳에 구경이나 가자고해서 같이 가 봤어. 큰아들 마 캐던 곳에 가 봤더니 구덩이마다 똥이 가득해. 둘째 아들 마 캐던 곳에 가 봤더니 구덩이마다 뱀이 가득해. 막내아들 서방님 마 캐던 곳에 가봤더니 구덩이마다 금덩이가 가득해.

* 거지잔치를 열어서 부모내외를 찾아낸 감은장아기


- 마마신 강남국 손님네

161. 노고할머니가 집에 돌아와 정성껏 싸라지를 씻는데, 아홉 번 씻고 아홉 번 일어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해 가지고 밥을 지엇어. 

* 아홉번 씻고 아홉번 인다는 표현은 이 이야기뿐 아니라 빈번히 나온다. '9'라는 숫자는 다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한 것을 나태나는 숫자이다. 

 

- 성주신과 지신 황우양 부부

174. 소진들에 가서 소진랑이 항우양부인을 아내로 맞으려 하니, 부인이 또 한번 꾀를 냈지.

"소진랑은 내 말 좀 들으시오. 이곳으로 와서 점괘를 뽑아 보니 내 몸에 일곱 귀신이 붙어 있어. 만약 지금 그대와 혼인하면 일곱 귀신이 시샘하여 우리 둘 다 몸뚱이가 일곱조각으로 나뉘어 죽을 것이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귀신이 물러가게 액땜을 하여야겠소."

"액땜은 어떻게 하는가?"

"개똥밭에 땅굴을 파고 삼년 동안 그 안에 살면서 구메밥을 먹고 나면 자연히 귀신도 물러갈 것이오. 그렇게 액을 때운 뒤에 우리 둘이 백년해로합시다."

* 항우양부인의 꾀를 내어 위기를 모면했다.

* '구메밥'이란 말을 어디에서 들어보긴 했는데, 뭔지를 잘 모르겠다. 우리 신화가 아니라면 이런 말들을 어디서 들어볼까.

 

- 탄생신과 삼신할멈

179. 이렇게 키웠더니, 크면 클수록 점점 버릇이 고약해져서 못된 짓만 골라가며 하네. 어떤 못된 짓을 하는고 하니,


한 살 때는 어머니를 때리고,

두 살 때는 아버지 수염을 뽑고,

세 살 때는 물건을 집어던지고,

네 살 때는 남의 집 곡식과 채소를 뽑고,

다섯 살 때는 남의 집에 돌을 던지고,

여섯 살 때는 남의 집 어린아이를 울리고, 

일곱 살 때는 마을 어른들한테 욕을 하고,

여덟 살 때는 나쁜 말을 동네방네 옮기고,

아홉 살 때는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 싸움을 붙이고,


글쎄 이런 망나니짓을 하루가 멀다 하고 해대니 용궁 백성이 견딜 수가 있나. 참다못해 늙은 백성들이 용왕 앞에 나아가 아뢰었어.

* 나쁜 행동의 전형을 알려주는 노래같은 말.


184. 옥황상제가 선녀들을 불러 아가씨에게 삼시늬 법을 하나하나 일러주게 했지.

"아기 낳을 어머니 몸에 피 살려 석 달 열흘, 살 살려 석 달 열흘, 뼈 살려 석달 열흘, 이렇게 한 지 열 달 만에 어머니 몸에 늘어진 뼈 당겨 주고 오그라든 뼈 늦춰 주어 순산하게 하여라. 아기가 나오면 머리를 동쪽으로 하고 가위로 탯줄을 세 치 남기고 잘라 명주실로 꼭꼭 매어 준 뒤 더운 물에 씻겨 주어라. 어머니에게는 미역국을 먹이고 아기에게는 젖을 먹이며, 잡귀가 범접 못하도록 금줄을 쳐 주어라. 아기를 키울 때는 어머니 품에서 삼 년, 아버지 손질로 삼 년, 젖 먹여 삼 년, 밥 먹여 삼 년 키우게 하여라. 아기를 가르칠 때는 옮은 것을 좇게 하고 그른 것을 멀리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친척간에 화목하고 남에게 어질도록 가르치라 일러라."

*아이는 이렇게 키우는 구나.


- 조왕신 여산부인과 문왕신 녹두생이

190. 옛날 옛날 인간 땅 주년국 남선고들에 남선비와 여산부인이 부부 되어 살았어. 여산부인은 부지런하고 살림 솜씨 또한 알뜰했지만, 남선비는 놀기만 좋아해서 집안이 늘 가난했어. 부인이 아무리 애를 써서 살림을 늘려 놔도 남편이 놀면서 다 털어먹으니 남는 게 있어야지. 그런데 식구는 많아.  이 둘이 혼인하던 해부터 아들을 낳은 것이, 한 해에 하나씩 일곱 해 동안 내리 일곱 형제를 낳았거든. 이렇게 식구는 한껏 불러 놓았는데 집안 살림은 예나 이제나 가난하단 말이야. 그러다 보니 남선비는 허구한 날 구멍난 베옷 입고 헤어진 망건 쓰고, 여산부인은 옷이 없어 밥보자기를 치마 대신 두르고, 아들 일곱 형제는 사시사철 누더기 옷에 맨발로 지내면서, 온 식구가 배곯는 데는 아주 이골이 났지.

* 심청전의 심학규와 비슷한 남선비와, 심씨의 부인 곽씨부인과 비슷하다.


201. 어미니 뼈 위에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 숨살이꽃, 혼살이꽃을 차례로 올려놓았더니 뼈가 살고 살이 살고 피가 살고 숨이 살고 혼이 살아, 하늘보고 옥황상제께 절 한 번 하고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세 번 치니 어머니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 앉네.

"아이고, 봄잠이라 달게 잤구나. 너희들이 다 여기에 웬일이냐?"

* 물푸레 나무로 세번치는 것과 죽었다 살아난 이들이 모두 '봄잠이라 달게 잤구나'하면서 일어나다.


- 말명신 도랑선비와 개울각시

209. "첫날밤에 이별하여 저승 간 우리 낭군 도랑선비가 보고 싶어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 개울각시의 남편 도랑선비가 죽어서 첫날에 과부가 된 이 야이기는 굉장히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 일월신 궁상이와 해당금이

215. "당신을 안 보고는 못 사는 걸 어쩌란 말이오?"

해당금이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것 참 일이 나도 에사로 난게 아니거든. 이러다가는 굶어죽기 딱 좋게 되었으니 말이야. 생각 끝에 제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서 궁상이에게 줬어.

"서방님, 나무하러 갈 때 이 그림을 가지고 가십시오. 나뭇가지에 걸려 놓고 날 본 듯이 보면서 일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 얼마나 궁상맞게 살았으면 이름을 '궁상이'라고 붙였을꼬. 

* 궁상이 이런 일화는 다른 옛이이야기에서 본 이야기이다. 그림이 날려가서 원님이 그 사람을 아내로 맞으려고 술수를 부리고 그것을 극복하여 아내를 다시 찾는 이야기.

 

- 수명신 사만이

230. "시장하던 차에 웬 먹음직한 음식상인고? 먹고보자."

"으스스 춥던 차에 웬 따뜻한 옷인고? 입고보자."

"발이 아프던 차에 웬 새 신인고? 신고 보자."

세 차사가 음식을 배불러 먹고 옷을 입고 신까지 신고 나서, 그제서야 걱정이 되는지 머리를 맞대로 의논을 하네.

"만약 그렇다면 잡아갈 사람을 못 잡아가게 될 터이니, 그런 낭패가 어디있나"

.

.

.

"사만이가 차려 놓은 것이 틀림없네 그려.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이제 사만이 잡아가기는 다 틀렸네. 시왕님이 알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실 테지."

* 차사는 대접 받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신화에서 이런 차사의 속성을 풀이하기를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속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대접 받으면 죽을 목숨도 살려준다고. 그런데 이게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고 한다.


232. 내러가서 예사 수단으로 도저히 사만이를 잡으 수 없었기에 묘한 꾀를 썼어. 검은 숯을 한 광주리 마련해 가지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천강 연못가에 늘어놓고, 세 차사가 농사꾼 차림으로 앞에 앉아서 그 숯을 씻었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으 ㄹ하고 웃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미련스럽게 앉아서 씻었어. 몇날 며칠 동안 그러고 있으니, 하루는 웬 백발노인이 지나가다가 말을 거는 거야.

"여보, 거 숲은 왜 씻는 거요?"

"예, 검은 숯을 씻어서 흰 숯을 만들려고 그럽니다."

"허허허. 참 미련스러운 사람들이로군. 내가 사만 년을 살았어도 검은 숯을 씻어서 희게 만든단 말은 처음 듣네."

"옳지, 네가 바로 사만이로구나."

이렇게 해서 사만이를 잡아서 저승에 데려갔단다.

* 검은 숯을 희게 씻는다는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행하라는 시험에 나오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차사가 기지를 발휘해서 오래산 사만이를 찾아낸 사건.


- 활인적선의 신, 내일과 장상

239-240. "길가는 손님들이 시장하여 들르는데 밥값을 비싸게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다른 집에서 두 세 푼을 받으면 한 푼을 받고, 다른 집에서 대여섯 푼을 바으면 두 푼을 받는 것은 우리 집의 오래된 법입니다."

.

"손님들이 길 가다가 짚신이 떨어지면 갈아 신을 짚신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짚신 한 컬레를 사면 두 컬레를 주고, 두 켤레를 사면 세 컬례를 주는 것은 우리 집의 오래된 법입니다."

.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비렬 주었다가 못 받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쉽게 돈을 빌려주십니까?'

"돈을 빌려 다라를 사람은 반드시 쓸데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니, 모른느 사람이라고 어찌 안 빌려 주겠습니까? 돈이 없으면 모르되 있으면 비렬 달라는 대로 빌려 주고, 갚으면 고랍게 받고 안 갚으면 받지 않는 것이 우리 집이 오래된 법입니다."

세민임금이 감탄을 하고, 이제야 내일과 장상의 저승곳간에 재물이 그득한 까닭을 알게 됐어. 저승곳간에는 적선을 하는 만큼 재물이 샇인다 하니, 날마다 이렇게 하면 얼마나 많은 재물이 쌓이겠나?


- 액막이신 지장아기

245. "서너 살 아기 때는 좋았으나 그 뒤로는 액이 끊이지 않을 팔자요."

* 뭔가 한 가지 지나친 특성도 신이 되는 구나. 아마도 그 액이란 것을 설명하기 위해 지질이도 운이 좋지않은 사람을 하나를 만들어냈나보다.


- 병막이신 거북이와 남생이

어머니, 아버지를 땅에 묻고 나자, 이제는 살라갈 길이 막막하거든. 둘이서 의논하기를.

"우리가 목숨이라도 이어가려면 비렁뱅이가 되어 돌아다니며 얻어먹는 수밖에 없다."

"나는 걸을 수 없고, 형은 앞을 못 보니 비렁뱅이가 된들 어떻게 돌아다닌단 말이야?"

"너는 눈이 밝고 나는 걸을 수 있으니, 내가 너를 업고 네가 나를 이끌어주면 되지 않겠니?"

"참, 그러면 되겠구나."

 하고, 그 길로 형제가 얻어먹으러 다녔어. 눈 먼 거북이가 앉은뱅이 남생이를 업고, 업힌 남생이가 길을 가르쳐 주며 겨우겨우 다녔지. 그런데 얻어먹으러 남의 집에 가면, 식은 답덩이라도 주는 집은 열에 하나뿐이고, 열에 아홉은 대문간에 그냥 쫒아내는 거야.

"소경에 앉은뱅이 곱추가 우리 집에 웬일이냐? 부정 탈라, 어서 썩 물러가거라."

 

 

3. 책을 읽고난 후에 


우리신화에 나오는 사건들은 대부분이 전래동화에서 한번쯤은 본 듯한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이야기로만 보지 않고 해석하려 할 때 그 이야기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사건이나 상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건나 상징이 우리 세계를 설명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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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16:33:43 *.211.65.190

나도 이책 읽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네 그려.

미신처럼 여겨졌던 이야기가 신화라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었다는 기억뿐.


타오는 왜 이 두꺼운 책을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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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0 12:19:17 *.131.89.46

왜 읽었을까요? 옛날이야기를 좋아해서요. 이 책은 두껍지 않아요. 다이제스트본인듯 해요.


주호민씨의 웹툰 '신과 함께'를 봤습니다. 무척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아닌 신화 그 자체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림책을 쓰고 싶어서 그림책관련책 '그림책쓰기'라는 실용서를 보다가 거기에서 이 책을 언급하더라구요.

사찰에 가면 벽화를 재미나게 보고 싶기도 해요. 이제 공부는 ..... 그림과 관련된 것을 하려구요. 그리스로마신화를 궁금했던 이유는 서양그림 속에 들어있는 상징들을 잘 보기 위해서였듯이, 그림을 잘 보기 위해서... 그래서 더 잘 표현하기 위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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