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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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 정재엽 님의 글입니다.
벌써 연구원이 8기를 모집하는군요.
저는 2기 연구원입니다. 졸업을 해도 벌써 졸업했어야 하는 ‘전설의’ 연구원이죠. <8기 연구원 모집공고>를 보니, 야심차게 연구원을 지원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첫 아이가 막 걸음걸이를 시작할 때였습니다. 연구원을 지원하기 위해, 20장이 넘는 자서전을 마치 ‘반성문’ 쓰듯이, 그리고, 마지막 장은 ‘유서’를 쓰듯이 써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마감시간에 맞추기위해 퇴고도 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지원했었지요.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마침내 연구원에 합격되었다는 공지를 보고는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요.
그러나, 그러한 기쁨도 뒤로한 채, 저는 첫 연구원 여행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매주 올려야 했던 칼럼과 북리뷰도 겨우겨우 올려야만했습니다. 다른 연구원들의 글들은 모두 읽기 쉬웠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편집해서 올렸고, 내용 파악도 완벽하게 끝낸, 너무나도 쉽게 글들을 써 내려갔습니다. 매주,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어찌나 부럽고, 질투나 나던지요. 저는 아직 책을 반도 다 읽지 못했는데, 벌써 다 읽고 리뷰를 올리는 속도감에 전, 늘 주눅들어있었습니다. 가끔씩 선생님과 함께가는 여행도 전 늘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도 못하고, 참석하더라도 일찍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자연히 오프라인 모임에 잘 참석하지 못했던 저는, 후에 3기, 4기 연구원들이 들어와도 얼굴도 잘 모르는 '무명의 2기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후에 출간 소식이 들려올 때였습니다.
동기 2기 연구원들이 한 명, 두 명 출간 소식이 들리고, 출간한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저는 더욱더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출판 기획서를 연구원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기도하고, 술자리에서는 왜 내 기획서를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는지 한탄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판 기획서를 제출함에 있어서 저는 나름대로 몇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무조건 첫번째 책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쓸 것. 둘째, 자기계발서는 아직 출판하지 않을 것. 셋째, 나의 원고를 쉽게 편집하는 출판사와는 일하지 않을 것. 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출판사 편집부에 이메일을 보내고, 때론 직접 찾아가 기획서를 보이기도 하고, 동기 연구원들의 책을 내준 출판사를 찾아가 사정도 해보았지만, 저의 원고를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는 없었습니다. 어떤 출판사에서는 저의 원고를 ‘자기계발서’ 형식으로 바꾸면 출판을 고려해보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에 따라 몇 장 써보았지만, 도저히 제가 쓸 역량이 아닌 것 같아 이내 포기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자꾸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펄 S. 벅의 대표적 <대지>에 내려진 거절 편지를 기억해냈습니다.
‘미국 대중이 중국에 도통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유감입니다.’
출간하자마자 밀리언셀러가 되었을 뿐 아니라, 퓰리쳐상, 그리고 노벨 문학상의 영광을 알겨준 이 작품도 처음에는 '중국'이라는 소재가 미국인들에게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이 거절의 편지를 생각하면, 제 처지는 그리 비관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무려 21군데에서 거절 편지를 받았던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생각하며,
‘그래, 이런 거절 편지는 얼마든지 받아도 좋다. 나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원고를 인정해 주는 출판사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의 원고를 인정하지 않는 너희들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라고 혼잣말로 저를 위로하곤 했습니다.
어제도 출판사 한 곳에서 이메일 답변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출판사를 믿고 귀한 원고를 보내주신 데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이번에는 기회가 닿지 않았으나, 더 좋은 기회에 다시 인연 맺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과연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런 출판사가 과연 있을까요? 그리고, 언젠가 저는 연구원을 ‘졸업’하게 될까요?
전, 출판하기에 앞서, 이제 이 칼럼을 성실하게 쓸 생각입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문학’이야기라는 낯선 땅에서, 비록 문학 평론가도 아니고, 등단한 작가도 아닌 평범한 한 직장인이 쓰는 ‘문학’이라는 꽃씨를 가지고, 이제 막 틔워보려고 몸부림 칠 것입니다. 이는 평범한 한 사람을 일깨워주는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눈물 한방울의 감동을 주는 문학 에세이도 아니지만, 제가 가장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할 수 있는 칼럼이 될 것입니다. 8기 연구원들이 막 들어오려고 하는 이때, 비록 늦었지만, 2기 연구원이 전달하는 한편의 문학 에세이. 바로 <일상에 스민 문학>이라는 주제로 이 칼럼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언제 제가 책을 출간하고, 연구원을 졸업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제게 주어진 이 칼럼을 소중이 여기며 백지장을 물들일 예정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한 칼럼 한 칼럼에 충실한, '하루살이 2기 연구원'이 될 것입니다.
- 글쓴이 : 정재엽 smilejay@hotmail.com, 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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