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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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오병곤 님의 글입니다
낚시질하다가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가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 위에 엎드려
물고기 같이 울었다.
-
나는 꿈을 꾸었다.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왔다. 지구 최후의 날이 온 것처럼 나를 송두리째 집어 삼킬 것 같은 무시무시한 파도와 함께 마흔은 시작되었다. 나는 쓰나미를 피하기 위해 쏜살같이 산으로 뛰어 갔다. 파도가 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간신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피신했다. 그 후로도 같은 꿈이 수차례 반복되었고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것은 무의식 원형의 꿈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그 꿈이 내게 의미하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흔이 시작되던 그 해, 연초부터 회사는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직원들은 앞이 보이지 않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공황상태가 계속되었고 이 와중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국 나는 십 년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내 발로 걸어 나와야 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질풍노도의 서막이었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불안이 그림자처럼 계속 쫓아다녔다. 마흔을 유혹에 흔들림이 없는 불혹이라고 말하지만 난 많이 흔들렸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갓길 없는 도로를 무작정 달리는 기분이었고, 인생의 허허로움에 열병을 앓았다.
칼 융은 중년은 인생의
세계보건기구(WTO)의 국가별 남녀 사망률 자료를 보면 어느 나라던
예외없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특히 20대와 30대에는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의 무려 세 배에 달한다. 그러다가 40대에 접어 들면서 점차 비슷해진다. 그런데 유일하게 40대에 접어 들어 남성 사망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 나라다. 이쯤 되면
40대 대한민국 남성의 목숨은 파리 목숨에 가깝다. 비단 사망률의 상승을 떠나서 실제 살아있는
삶의 모습은 어떤가?
40대는 왜 이렇게 고단하고 힘들까? 하지만 무엇보다 40대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 동안 의무적으로 살아 왔던 삶의 궤적을 보면서 자신만의 세계가 없다는 부끄러움이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불안하고 자신없어 보인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40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고 변화해야 하고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한때 나는 40대는 막연하게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생각했었다. 한 번의 기회를 더 모색하기 위한 그런 때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의 경험에 의하면 마흔은 인생 2막과 같은 연극이 아니다. 이 시기는 인생 후반부의 삶의 질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다. 마흔은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타인의 삶을 따라 살았던 상실의 시대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나의 모든 것을 걸어 변화를 꾀해야 할 분수령이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개울을 흘러 마침내 폭포처럼 수직으로 강하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구비구비 흘러온 길도 어느 한 구비에서 끝난다. 폭포, 여기까지 흘러온 것들이 그 질긴 숨의 끈을 한꺼번에 탁 놓아버린다
다시 네게 묻는다 너도 이렇게 수직의 정신으로 내리꽂힐 수 있느냐
내리꽂힌 그 삶이 깊은 물을 이루며 흐르므로, 고이지 않고 비워내므로 껴안을 수 있는 것이냐
그리하여 거기 은빛 비늘의 물고기떼, 비바람을 몰고 오던 구름과 시린 별과 달과 크고 작은 이끼들 산그늘마저
담아내는 것이냐
-
인생이라는 개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다가 마흔이 되면 어느덧 넓은 강 하류로 나가기 위한 관문을 만난다. 폭포가 눈 앞에 다가온다. 점점 물살은 급해지고 저마다 폭포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린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으려 하지만 결국 힘이 빠지고 떠밀려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시인은 묻는다. 어차피 떠내려 갈 운명이라면 담담하게 물결의 흐름을 따라 수직으로 떨어질 수 있느냐? 이것이 마흔의 태도다.
솔개는 나이 마흔이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제대로 잡아채기 어렵게 된다. 깃털도 두껍게 자라 날개가 무거워 하늘을 제대로 날 수도 없게 된다. 이 때 솔개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기다린다.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반년에 걸친 혹독한 갱생의 과정을 치뤄야 한다. 솔개는 산 정상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둥지를 짓고 환골탈태를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한다. 새 부리가 나오면 발톱을 하나씩 뽑는다. 새 발톱이 나오면 날개의 깃털을 하나씩 뽑는다.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이윽고 힘차게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다시 살아간다. 마흔의 삶도 솔개와 다를 것이 없다. 그대로 주저앉아 점점 쪼그라 들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죽임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 것이냐는 선택이 주어진다.
마흔이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링컨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자신이 살아온 삶으로 평가받기 시작할 때라는 뜻이다. 마흔 이전에 자신의 천복을 찾고 성취를 이루어 낸다면 좋겠지만 마흔이 되어서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마흔을 잘 보내는 미덕은 무엇일까?
*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아라. 30대가 외적인 성취가 중요한 시기였다면 마흔은 내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시기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의 기질과 강점을 찾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라. 앞으로 남은 삶이 진짜 자기 삶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을 담금질하고 변화를 꾀하라.
*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거기에 머물지 마라. 현재가 힘들고 자신없다하여 과거로 숨지 마라. 오늘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 ‘왕년에’를 찾는다. 사람은 과거로만 사는 게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거기에 몰두하자.
* 위로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라.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하지만 위로를 줄 수는 없다. 어려울 때 함께 하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 평생학습을 지향하라. 배움은 끝이 없다. 무릇 전문가라 함은 평생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마흔은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절정이다. ‘이 나이에 무엇하리?’라는 자조는 늙음을 재촉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겸허한 자세로 배운다면 충분히 인생을 즐길 수 있다.
* 삶을 사랑하라. 삶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관찰이 아니다. 삶은 살아가는 것이다. 중늙은이처럼 세상 다 산듯이 행동하지 마라. 삶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뜨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살아있음을 느껴라.
*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라. 마흔이 되면 인생의 모순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제는 젊음의 마법을 떠나보내야 한는 시기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젊음을 불태우고 싶어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흔 이전의 삶이 정해진 룰을 따라 피동적으로 흘러온 시간이었다면 마흔은 자유의 물결로 넘실댄다. 그러나 당신의 현실은 이미 단단하다. 그 현실을 파괴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 찾아올 것이고 현실은 파괴될 것이다. 현실과 자유의 균형,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시기가 마흔이다.
공자는 마흔에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물론 그런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공자 같은 성인인 까닭일 터이다. 마흔은 어떤 이에게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으로, 어떤 이에게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미혹의 시기인 것이다.
- 오병곤, kksob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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