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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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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7일 01시 0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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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의 미술 시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 종이 위에는 집과 나무, , 구름, 하늘이 선으로 그려져 있어요. 이제 여기에 적당한 색을 칠해서 선생님에게 주세요

 

학생들 중에 키가 작은 여자 아이도 정성껏 색칠해서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아이는 그림을 돌려받고 깜짝 놀랐다. 그림 뒷면에 커다랗게 X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선생님에게 왜 X표가 그려져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네가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풀은 녹색이지 회색이 아니야. 또 하늘은 네가 그린 것처럼 노란색이 아니라 파란색이지. 정상적인 색을 쓰도록 해라.”

 

그러자 아이가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해 뜨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런 색이었는데요

 

- 로저 본 외흐, <생각의 혁명, Creative Thinking>

 

 

선생님은 정답이 단 한 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번 기억을 되짚어 보라. 어린 시절 그대의 선생님은 어떠했는지? 여러 개의 답을 인정하는 분들이었는가? 아니면 하나의 정확한 답(正答)’으로 그대를 평가하는 분들이었는가?

 

나는 공대를 나왔다. 내가 풀었던 문제는 하나같이정답이 하나였다. 그 외의 답은 틀린 답으로 간주되었다. 딱 떨어지는 답, 논리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 답만이 정담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이공계와 인문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인 듯 보였다.

 

이공계의 교육 내용은 반복 재현이 가능한객관화 된 사실에 한정된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면 가르치는 대상에서 배제된다. 언제나 같은 인풋(input)에 같은 아웃풋(output)이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나는 정답이 있는 닫힌 문제에 익숙해 지게 되었다.

 

‘2+3=?’

 

이것이 닫힌 문제다. 오로지 5라는 정답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문제에는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5라는 답을 빨리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철학이나 심리학 같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역사학처럼 같은 사실을 놓고 시대나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면 안 된다. 공대에서 답은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과연 삶을 객관화 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방식에 정확한 답이 있을까? 인간은 어떤가? 같은 인풋을 넣었을 때 사람마다 동일한 아웃풋이 나오던가?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과연 측정할 수 있을까? 사랑을 공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꿈은? 희망은? 믿음은?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측정하거나 ‘~의 법칙(The law of ~)’으로 정리할 수 없다.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겠지만, 행복에 이르는 길은 다 다르다. 마치 정상은 하나지만 이르는 길은 무수히 많은 것과 같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정답이 없거나 혹은 정답이 여러 개다.

 

‘?+?=5’

 

이것이 현실을 보다 잘 반영한 질문이 아닐까. 답은 ‘1+4’, ‘2+3’이 될 수도 있고 ‘2.3+2.7’도 가능하며, 심지어 ‘(-3)+8’ 도 답이 된다. 모두 맞는 답이다. 다만 답이 서로 다를 뿐이다. 특이하고 다소 이상해 보이더라도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바로 그것이 또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는 오로지 정답이 있는 닫힌 문제만을 다룬다.

 

시대는 변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 변화의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 사회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찾기 보다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이 선진국의 기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어서, 어떻게 하면 선진 기술을 효율적으로 잘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이공계 기술자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선진국 기술=정답이 되어버렸고, 이렇게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능력이 중요한 시기였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을 암기 중심, 사지선다형으로 바꾼 원인이었다.

 

진짜 문제는 하나의 정답이라는 믿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일단 하나의 답을 찾고 나면 더 이상 또 다른 해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경향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봉쇄하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이어 나가면 바로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열 번째로 찾은 답이 혁신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이미 정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답은 뻔해지고 결과는 평범해지며 일은 품삯에 지나지 않아져 버린다. 세상에 평범한 일은 없다. 평범한 방식으로 수행되기에 평범해질 분이다.

 

이렇게 뻔한 결과를 얻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또 다른 정답을 구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답 너머에 답이 있다. 마음을 열고 조금 엉뚱하거나 비현실적이어도 그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괜찮은 생각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생각은 결국 퇴비 같은 것이다. 아무리 쓸모 없는 생각이라도 그 생각을 자꾸 쌓아 나가고 자주 뒤집어주고 시간을 두고 삭혀 주면 결국 그 퇴비더미 속에서 빨간 꽃봉오리가 올라오게 된다. 핵심은 계속해서 또 다른 답은?’ 이라고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하나 이상의 정답을 찾을 때는, 마음을 열고 엉뚱한 생각도 받아들여야 한다. 생선이 냄새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잡은 즉시 요리한다. 냉동한다. 종이로 포장한다. 물 속에 놓아둔다. 닭으로 교환한다. 고양이가 있는 곳에 놓아둔다. 향을 피운다. 코를 자른다.

 

여러 개의 해답을 찾는 두 번째 방법은, 질문을 바꾸어서 해 보는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를 보자.

 

어느 날 두 신자가 예배를 드리러 가는 중이었다.

"모리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랍비님께 한번 여쭤보는 게 어떻겠나?"

 

세실이 랍비에게 가서 물었다.

"선생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정색을 하며 말하기를) 형제여, 절대로 안 되는 일이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기도 중에 담배를 피우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세실로부터 랍비의 답을 들은 모리스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가서 다시 여쭤보겠네."

 

이번에는 모리스가 랍비에게 물었다.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그러자 랍비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제여,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 없다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은 확연히 달라진다. 질문에는 관점을 전환하도록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좋은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깨닫는 것은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좋은 질문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의 질문을 요리조리 단어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답에 이르러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에 이르게 한다. 여러 질문이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한다.

 

질문을 바꿔가며 답을 내리다 보면 얻게 되는 여러 답 중에는 반드시 가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진 작가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그들은 한 장을 얻기 위해 서른, 예순, 혹은 백 장을 찍을지도 모른다. 노출, 광선, 필터를 바꿔가며 촬영할 것이다. 이렇게 여러 장 찍는 까닭은 그 사진들 중에 매우 적은 수지만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단 몇 개의 훌륭한 생각을 얻기 위해 매우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질 보다 양이라지만 정확히 말하면 양이 질을 결정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에밀 샤르티에(Emil Chartier)당신이 단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그대는 어떤가? 풀은 원래 녹색이고, 하늘은 당연히 파란색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신비한 색깔에 감탄은 하고 있는가? 그 하늘 위로 뭉게뭉게 피어나는 참신한 생각들에 커다랗게 X자를 긋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당신이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기억하라. 실제 무지개는 일곱 색깔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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