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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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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08시 17분 등록

 

열 여섯 살의 앳된 청년이 거울 앞에 서 있다. 그는 정면으로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거울을 처음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눈의 초점이 흐려지면서 그는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혼자였다. 커다란 거울이 한 면을 메우고 있었다. 그는 그 거울을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만약 이 엘리베이터가 빛과 같은 속도로 내려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기심이 일었다. 이상한 물음이었지만 거기에는 왠지 모를 힘이 있어서 그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상상 속에서 엘리베이터의 바닥을 도려내어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만약에 아래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 구멍을 통해서 광선들이 엘리베이터의 내부로 들어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광선은 어떻게 될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상황을 바꿔 보았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거울이 달려있는 방향(옆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빛의 속도로 앞 쪽으로 움직여도 지금 거울을 통해 보고 있는 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까?’

빛이 내 얼굴을 떠나 거울에 반사되어서 돌아와야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지. 그런데 만약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그러면 그 빛은 내 얼굴을 떠날 수 없으니 거울에 도달할 수도 없겠지? 그럼 거울에 반사되는 빛이 없으니 내 얼굴을 거울에서 볼 수 없게 되는 것 아닐까?’

 

이 상상은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이 강렬한 이미지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의 20대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그는 스스로를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광자(光子)라고 생각했으며, 광자인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을 상상하고 나서 그는 또 다른 광자가 되어 첫 번째 광자의 역할에서 경험한 것을 상상하려고 했다. 그렇게 광자(光子)에 미친 광자(狂者)가 된 지 꼭 10년 째 되던 해에 그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문제를 푸는 데 수학 공식과 숫자, 복잡한 이론과 논리를 동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동료들은 그가 상대적으로 수학에 취약했으며, 자신의 작업을 진척시키기 위해 자주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학이 애먹인다고 걱정하지 말게. 나는 자네보다 훨씬 심각하다네라고 썼다.

 

그는 수학과 논리보다는 상상력과 직관에 크게 의지했다. 그는 특히 시각과 운동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상상하는데 능했다고 알려져 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 기존의 말이나 다른 기호들은 2차적인 것들이다. 심상이 먼저 나타나서 내가 그것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말이나 기호가 필요한 것이다…. 과학자는 공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청각적인 이미지에도 크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친척들은 그가 물리학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다고 회상한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는 연구가 막다른 길에 봉착했을 때 음악을 통해서 난제들을 풀어나가셨어요. 아버지는 자주 깊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음표 몇 개를 그려놓고 나서 다시 연구실로 돌아기시곤 했어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일본인 음악교사 스즈키 신이치에게 상대성 이론은 직관에 의해 떠오른 것이며 이 직관이 작동하도록 뒤에서 힘을 밀어준 것은 음악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나의 발견들이라는 것은 음악적 지각의 결과물이다.”라고 자주 말했다고 전해진다.

 

냉철하고 분석적인 사고의 전형으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이 공상과 음악이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것은 결코 드문 경우가 아니다.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은 문제를 풀지 않고 느낀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면 수학적으로 해결하기 전에 어떤 그림 같은 것이 눈앞에 계속 나타나서 시간을 흐를수록 정교해졌다라고 고백한다.

 

과학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과장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수학적 언어로 사고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리를 찾기 위해 이론이나 공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리를 알아낸 다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과 공식을 사용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과학자들은 문제에 관한 창조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문제를 느끼고, 상상하며, 감정을 이입하고 이미지를 떠올리고 몸의 느낌을 관찰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직관적으로 접근한다.

 

창조적 사고력을 훈련하기 위해 알려진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로 예술을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석회를 반죽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음식을 만들고 시를 쓰고 춤을 추는 등의 예술 활동이 우리 내면의 창조성을 일깨워 준다. 예술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키우고 눈을 종이책에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 예술을 감상하지 않고 직접 시도해 봄으로서 시각적, 청각적, 기타 감각적 이미지들을 상상해 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나 파인먼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러한 느낌과 이미지가 창조적 생각으로 이어진다.

 

공대생들은 과학이나, 수학을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철저하게 예술을 공부해야 한다. 예술에서 활용되는 상상의 도구들은 과학이나 공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예술이 융성하던 시절에 수학이나 과학, 기술도 꽃을 활짝 피웠다. 미래에도 그 둘은 흥망을 같이 할 것이다.

 

반면, 학교는 교과과정에서 예술 과목이 차지하고 있는 주변적위치를 원래의 중심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사실 요즘 유행하는 교과목 통합이라는 거창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통합수업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수학자들은 오로지수식 안에서’, 작가들은단어 안에서’, 음악가들은음표 안에서만 생각하도록 교육받는 것이다. 교사들이생각하기의 절반만 이해하기 때문에 이렇다

 

과목들이 나눠지고, 그 경계의 벽이 높아진 데는 시대의 영향이 컸다. 현재 공교육의 기초가 다져진 때가 19세기 말이었으니 당시 공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산업화에 걸맞은 공장형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것이었다. 산업사회의 특성인 분업화에 걸맞게 과목들 또한 나눠지고 쪼개지는 것이 교육의 큰 흐름이었다.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고 나누고 개념화하여 부분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산업사회의 학교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지식사회에서는 통합된 지식만이 그 가치를 지닌다. 오늘날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 중에서 단일한 학문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대의 우리가 이제 부족한 것은 전체를 조합하고 통합하여 의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 사회를 예견했던 피터 드러커는 3년마다 한번씩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법률 제도 등 연결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분야들을 공부했다. 위대한 통찰은 통합으로 부터 나온다.

 

미래는 이성과 감성이 통합된 전인성(wholeness)을 기른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대가 갈 길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그렇다면 관건은 현재의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지식을 통합하는 능력이다.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화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그대가 스스로 공돌이라 느낀다면, 지금 당장 컴퓨터를 끄고 붓을 들어라.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창조성의 흐름에 맞추어 춤을 춰라. 예술을 하라, 지금 당장.

IP *.247.149.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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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5 07:19:38 *.108.99.138

상대성 이론이 직관의 산물이고, 특히 음악의 추임새를 받았다니 아주 흥미롭네요.

케이팝스타의 꼬마천재들 노래라도 열심히 들어야겠어요.

 

혹시 안 봤으면 방예담과 최예근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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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0:36:08 *.36.17.175

ㅎㅎ 케이팝 스타 완전 팬이죠. 

방예담은 처음엔 잘 모르겠더니, 자꾸 듣다 보니 중독성이 있는 목소리더군요.

저는 악동뮤지션의 두 친구들에게도 천재성을 느낍니다. 

아마도 몽골의 초원과 별들 그리고 외로움이 천재를 만들지 않았나 싶네요.


준비 없이 아빠가 되고 보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하네요. 그래서 이 글 들을 쓰게 된 까닭도 있구요. ^^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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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02:20:05 *.114.232.44

샘난다. 좋은 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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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0:38:04 *.36.17.175

누나의 일상을 풀어내는 능력이 부러운 1인 인걸요.

누나의 글들을 보면 왠지 소주가 땡긴다는. 단지 첫 글 때문만은 아니에요. 


누나 파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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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08:02:27 *.216.38.13

그렇지 좋아!

난, 어쩐지... 예전부터 예술가로 살고 싶었어!!

그래, 창조성의 흐름에 맞추어 춤을 출랜다, 예술을 해야겠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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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0:40:52 *.36.17.175

아니, 홈쇼핑을 이미 예술로 승화시킨 분이 아니십니까? ㅎㅎㅎ

아직 보진 못했지만 안봐도 눈에 선하네요. ㅋㅋㅋ 


형의 하이톤의 웃음과 넉살좋은 수다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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