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2013년 5월 19일 17시 52분 등록

나의 어바웃미 데이’ <수퍼갑 미스김 되는 법> 강연을 들은 미스임이라는 이가 문자를 보내왔다. 그녀는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서로 간에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을 적어 보내달라 했더니 다음과 같은 메일이 도착했다.

 

강사님 안녕하세요. 한 번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입사한지두 달이 되어가네요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정신 없고 서툴러서잘하고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을 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인사팀 업무를 대행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서 취업박람회, 잡페어, 채용 설명회 등을 대신해서 열어 주는 것이 주요 사업입니다. 직접 학교에 가서 포스터와 현수막을붙이기도 합니다. 다른 친구들 보면, 회사 내에서 교육도받고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이 뚜렷한 것 같은데 저는 회사가 작다 보니, 회사의 일을 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야 할 일들이 전화 영업이나 학교에 공문 보내기와 같은 단순 업무들이라서 솔직히 제가 뭘 하고 있는지모르겠어요. 특히 전화 영업할 때는 너무 힘이 들어요. 이런 일들이 저의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이 될까요? 전 인사 쪽 일이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 와보니,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쪽으로 일을 하면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 .

 

그녀의 메일을 읽으며 암울했던 나의 첫 직장생활이 떠올랐다. 나는 19972월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졸업을 앞두고 고군분투했지만 여대 문과대학 출신인 나에게 취업은 결코 녹녹한 상대가 아니었다. 당시는 한국 경제 전반에 IMF 구제금융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때여서 더욱 쉽지 않았다결국 나는 지인의 소개로 모 벤처기업의 영업부 마케팅팀에 입사했다. 직원이 서른 명 남짓한 회사는 사장부터 사원까지 공대 출신 엔지니어였다. 문과 출신인 내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사장님 책상을 정리하고 손님이 오면 차를 내었다. 사장 비서가 채용되면서부터는 영업 지원업무를 주로 했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서울 명소를 구경시켜주고 함께 한강 유람선을 탔다. 중요한 바이어가 오면 공항 픽업 서비스를 했다. (대만에서 온 모 임원은 나에게 베스트 드라이버라며 엄지손가락를 치켜 세웠다.) 비행기 타고 일본 공항에 내려 샘플만 전달하고 돌아오는 샘플 배달 업무도 했다. 사장님을 대신해 고객들에게 선물할 책도 고르고 편지도 대신 썼다. 명절이면 각지로 선물 배달도 다녔다. 이런 업무를 하다 보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특히 나의 애마 엑센트가 터져라 외국인 고객들을 태우고 가다 차선 위반으로 경찰에게 딱지를 떼이는 순간에는 더욱!

 

나는그 회사에서 3년 반을 일하고 홍보대행사로 이직했다. 당시나는 첫 직장에서의 시간이 나의 커리어에서 어떻게 정의될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나는 그 회사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많은 잡무들이 있었지만 나는 광고, 홍보, 전시, 이벤트와 같은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디자인 에이전시와 직원 채용 광고와 회사와 제품을 소개하는 브로셔를 만들었고 해외 수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작성해 주요 언론사에 팩스로 보내고 기자들의 문의에 대응했다. (당시에는 보도자료를 이메일이아닌 팩스로 보냈다. 반나절 동안 팩스 다이얼을 누르다 보면 손가락이 뻐근했다.) 국내외에서 열리는 반도체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스 디자인을 하고 제품을 알리는 패널 액자를 제작했다.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IR(Investor Relations)업무도 하고 기업이미지 통합 작업도 관여했다. 이런 업무 경험으로 이후 나는 홍보대행사를 거쳐 기업체 홍보팀에 입사해 PR전문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HP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첫 직장은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였다. 당시 그녀의 업무는 손님을 접대하고 전화를 받아 연결해주고 타자를 치는 일이었다. 그녀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업무에 능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고민하지 않았고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녀는 상사에게 사람을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후 피오리나는 능력을 인정받아 중개사로 발탁되었고 MBA 과정까지 밟게 되었다. 그녀는 첫 직장에서의 생활이 커리어 관련된 조언을 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그녀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 마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에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을 찾으라.

 

내가 미스임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다르지 않다. 나 역시 첫 직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한숨짓던 날이 많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든 경험은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짜증스러웠던 사장님 대필 편지를 쓰면서 나는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면서 비즈니스 매너와 그들의 업무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주어진 일이 하찮게 느껴진다고 해도 최선을다해 볼 일이다.  그래야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업무를 한다는 것 또한 절대 나쁘지 않다. 나 역시 많은 업무를 경험하면서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찾았다. 또한배 움은 교실보다 현장이 더 효율적이니 친구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야말로 현실에 기반을 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니 지금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일을 관찰하고 정리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괴롭다는 전화 영업 또한 열심히 해볼 일이다. 나 또한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취재 아이템을 논의하기 위한 전화를 거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후에 제약 영업을 할 때 빛을 발했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용건을 설명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 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미스임이 지금 회사에서 2~3년쯤 열심히 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업체 인사팀으로 이직해 인사업무의 전문성을 더하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인사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그러니, 미스임! 힘을 내시라.

하루를 반짝반짝 빛나게 일구시게.

그리하여눈부신 전문가로 거듭나시게.

그대는 할 수 있네.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IP *.143.156.7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