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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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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31일 14시 47분 등록

 

 우리가 타자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의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 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첫 인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몇 주 전에 제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두 대가 동시에 고장이 났습니다. 마침 저녁까지 넘겨야할 원고가 있었던 저는 궁리 끝에

 동네 소식지를 뒤젂여 컴퓨터 수리점에 전화를 했고, 두어 시간 후에 기사가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것저것을 뜯어보던 기사는 CPU쿨러를 갈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먼지가 원인이 되어 고장이 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CPU쿨러에 열이 자주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여 기사가 CPU쿨러가 원인이라고 했을 때 두말없이 동의해 주었고, 기사는 그것을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발열은 여전했고, 전원이 꺼지기는 것은 여전 반복했습니다.

그러니 기사는 결과적으로 오진을 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컴퓨터를 신속하게 고쳐야 하는 제 속사정을 전했음에도 기사는 ‘컴퓨터 사양이 가정집 수준이 아니다.

그래픽카드도 좋고,  모든 사양이 무척 좋다’ 뭐하시는 분이냐, 언제 이곳으로 이사를 왔느냐 라는 사적인 한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옆지기가 설계를 할 때 쓰는 것이라 사양이 좋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컴퓨터를 얼른 가동해야 하는 저에게 그런 말이 제대로

들릴리 만무였습니다.

 정확한 고장 원인을 재차 물어보는 제게 기사는 한참만에야 메인보드나 CPU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컴퓨터를 가지고 가서 AS를 받는데 십 여일은 족히 걸릴 수도 있을것이니 무상 AS 보다는 유상으로 메인보드나 기타 부품을 교체할 수 밖에 없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CPU쿨러에 이상이 없으니 원래대로 복원해 놓은 다음, 돌아가라고 했고, 그는 제 말에 불편한 기색이 완연해 돌아갔습니다.

 

 저는 다른 수리 전문 업체에 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기사가 곧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의 처방에 따라 8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메인보드를 교체하고, 그날 저녁원고 마감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전자의 기사와도 그렇게 하려면 할 수 있었는데

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일까요?

 

생각해 보니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고치는 사람은 말하자면 전문가입니다. 전문가를 불러 원인을 알고 싶었던, 저에게 전자의 기사는 초기 과정에서 오락가락 처방전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점. 제가 보기에도 멀쩡하고 좋은 CPU쿨러를 조잡한 것으로 교체한 점, 혼자 있는 낮 시간대에 길게 사담을 한 점이 몹시 불편했고, 그 과정에서 저는 그가 쓸데없는 과다청구를 할 수도 있겠다는 불신감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후자의 기사는  왜 메인보드가 눌어붙었는지, 컴퓨터를 고치는 과정, 다음에도 똑같은 증상이 보이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가 컴퓨터를 고쳐 가져왔을때,  제게 한 사담은 딱 한마디였습니다. '글 쓰는 분이셨군요'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전자의 기사에게 컴퓨터를 맡기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맡기는 건 그곳에 내장된 저에 관한 모든 정보, 의사에게 속을 보이는 것만큼, 신뢰와 안도감이

 필요한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관계 맺기를 할 때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한 요소 입니다. 저는 전자 기사가 단지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점에서

불신감이 조성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해도 성실하고 솔직한 태도를 보였다면,

아마도 저는 그와 어떻게든 문제점을 해결해 보려 했을 것입니다.

  첫인상의 허와 실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관계가 더 나아갔을때에야 또 알아지는 일이지요. 

 

그대가 오늘 처음 만난 타자의 첫인상,  또는 그대가 오늘 만나야할 그에게 보여줄 당신의 첫인상.
1회성의 만남에서 그치게 될까요? 아니면 거기서 더 나아가 관계 맺기의 시작이 될 수 있을런지요.  

 

 

시인 이육사의 시처럼 청포도 주절이 열리던 7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곧 8월도 우리곁을 지날 것이고 우리에게는
하늘 높은 구월이 오겠군요.  이 계절을 갈망이 깊어지도록 뜨겁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그대. 모쪼록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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