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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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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2일 18시 09분 등록

 

아침 일찍 등교한 아이들이 밤늦게야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 밥 차려 주느라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얼굴 마주 보며 밥 한번 먹는 것이 행사가 되어버렸다. 남편은 뭐, 원래 그랬다. 덕분에 집에 있게 되는 평일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그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 좋아하는 혼자만의 시간에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뒹굴뒹굴하다가 달달한 영화나 한 편 볼까 하고 ‘노팅힐’을 보았다. ‘프렌치 키스’와 ‘귀여운 여인’까지는 좋았는데 어느새 포르노 사이트를 뒤적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사이 발동되는 자기검열이라니.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아니 누가 뭐라 해도 뭔 상관이냐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도 알면서 그게 어려웠다.

 

욕구불만인가? 이게 뭐지?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면서, 그 자유가 행복하다면서, 고작 모니터 앞에서 눈 벌게져서는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있다니 말이다. 차라리 그냥 바람을 필까? 그게 더 건강한 거 아닐까? 미친년, 뭐래니, 에이 귀찮아서 그러지 뭐, 이제 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뭘 어쩌자는 거야, 바람난 유부녀 좋다고 만나는 그놈도 미친놈이지, 아이 몰라.

 

병은 소문내랬다고. 낯선 증상이 요상해서 몇몇에게 실토를 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애정이 철철 넘치다 못해 풍덩 빠질 지경이었다. 구체적으로 말만 하면 언제든 뉴페이스를 소개해주겠단다. ‘헐’이라고 했더니 어차피 나는 하지도 못할 거라고 했다. 나도 모르는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그들이 신기했다. 내 얼굴에 뭐라 뭐라 쓰여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누군가는 책을 한 권 추천해 주었다. 당장 주문을 해서 뒤적거리는데 이건 뭐 그냥 첨부터 끝까지 신세계였다. 뭐가 정상이고 뭐가 변태인지. 포르노 사이트 보면서 자기검열 하고 앉았는 나는 명함도 못 내밀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고 알수록 모르겠고 급기야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상태가 되었다. 깔끔하게 나의 바닥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책으로 접한 비일부일처 관계의 독특한 성생활 방식은 호기심보다는 불편함이었다. 충격적이고 민망스럽고 자극적인 내용의 ‘욕망의 아내’라는 책에는 본문 외에 9개의 막간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눈길이 머문 곳은 자신을 광고하는 글이었다. 글의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 정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surprise!

 

백인 남자 제이미는 부부들에게 광고할 전단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쿠콜드입니다.

나와 함께 스윙어 생활 방식을 나눌 여자를 찾습니다. 지배자 역할을 하면서 쿠콜드레스가 되는 것에도 개의치 않을 여자면 좋겠어요. 쿠콜드레스는 배우자가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거나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여자를 말합니다.

나는 여자에게도 자기가 선택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성적 쾌락을 누릴 특권이 있다고 믿어요. 남편, 배우자, 남자 친구가 전적으로 여자에게 충실하고 복종적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여자가 성적인 쾌락을 맛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남편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여자가 진짜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보다 저를 자극하는 일은 없답니다.

당신이 저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당신과 당신 애인을 위해 데이트를 주선해드립니다.

● 당신이 입을 옷을 고르고, 입는 것을 도와드립니다.

● 당신과 애인을 더욱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드립니다.

● 당신이 요청한다면 침실에서 당신과 애인을 보조합니다.

 

저는 요리, 청소, 빨래와 같은 집안일도 해드립니다. 당신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니 저는 그런 일도 기쁘게 하겠습니다. 당신의 기쁨이 최우선이니까요.

 

실제로 이런 전단지를 받아본다면 읽고 나서 그냥 찢어버릴 것 같다. 별 미친놈도 다 있다며 욕도 물론 날리겠지. 하지만 나를 위한 전단지는 만들고 싶다.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 라고. 남편 이외의 남자는 어쩌면 그저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하지 않은 사랑에 대한, 꿈꾸는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한, 오아시스거나 신기루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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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3 14:57:55 *.43.131.14

다른 분이 50살 전후 여자의 욕망에 대한 글을 써보라는 권유를 사부님한테 받는 걸 주워들었어요. 

마흔을 진솔하게 살펴본 여자는 50살 즈음의 여자의 내면풍경 역시 뜰 채로 떠 낼 수도 있겠구나

혼자 생각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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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20:24:20 *.136.119.158

여자의 욕망. 낼모레 50인 여자의 욕망. 아, 침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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