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2013년 8월 26일 10시 29분 등록

오랫동안 제약회사의 키 플레이어는 약사였다. 이들은 약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주요 부서인 마케팅, 학술, 연구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며 요직을 차지했다. 약사가 아니면 제약회사에서 출세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진료에 전념하던 의사들의 제약회사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의 제약회사 진출은 사실 꽤 오래 전인 1995년에 시작되었다. 이후 20년이 조금 안된 시간이 흐른 2013,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한국제약의학회의 회원 수는 150명에 이르고 있으며 제약의사 출신의 CEO까지 배출되었다. 제약회사에서 의사들은 주로 신약의 연구 개발과 임상시험, 약물의 안전성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지만 최근에는 영업이나 마케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제약 고객사들도 의사 직원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제약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복잡해지고 의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보다 전문적인 의학적 소통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의 선진 의료 인프라와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을 활용한 다국가 임상시험이 한국에서 다수 진행되면서 이들을 관장할 전문인력의 수요가 늘고 있다. 거기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용감한 의사들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제약회사 입사를 희망하는 의사 3명을 만났다. 3 3, 이들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방법을 엿보아 보자.

 

인터뷰 룸에서 만난 닥터 김은 경쾌한 차림에 유쾌한 미소가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작년 말까지 2년간 외국에 머무르다 돌아왔다는 그녀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는 제약회사에서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에서 의사들이 일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들, 예를 들면 경력이 많은 약사들과의 갈등이나 고객(진료의사)에서 직원(제약의사)으로 모자를 바꾸어 쓰고 일하면서 느끼는 박탈감이나 자괴감에 대해서 설명하자 ‘할 수 있다’ 구호를 반복할 뿐이었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닥터 김은 현재 상태로 제약회사에 입사하면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했다. 

 

카페에서 만난 닥터 리는 조금 달랐다. 수술복을 그대로 입고 나온 그는 제약의사에 대한 현실적인 눈높이를 가진 사람이었다. 실제 모 제약회사에 지원해 전형 절차를 밟은 적도 있었다.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 병원에서 진료하다 개업을 했다는 그에게 제약회사에 지원한 이유를 물었더니 ‘환자 보기가 싫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환자들과 이야기하면서 감정적인 소모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필자는 그에게 그런 이유라면 제약회사에서의 업무가 힘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직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객뿐 아니라 유관 부서와의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대답에 닥터 리는 다소 당황하는 듯 보였다. 결국 며칠 후 그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며 지원을 철회했다.

 

늦은 밤 병원 근처에서 닥터 최를 만난 순간, 필자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오랫동안 제약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녀는 많은 경로로 이 일에 대해서 알아 봤다고 했다. 닥터 최는 병원을 방문하는 제약회사의 영업 사원에게도 물어보고 제약회사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움에 참석하면서 자신이 제약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의료제약 전문 신문과 온라인 매체에서 제약의사들의 인터뷰 기사도 읽어 보고 의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입사할 경우 받게 될 대우나 보수에 대해서도 업계의 지인을 통해 대략적인 눈높이를 맞춘 상태였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일 뿐 아니라 지원하는 회사의 제품을 다양하게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그녀는 가장 유력한 지원자가 될 것이 분명했다.

 

Pharmaceuticals-1.jpg

 

스리 라마크리슈나는 말했다. “깨달음을 찾으려는 자라면 마치 머리에 불붙은 사람이 연못을 찾는 것과 같은 간절함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 조셉 캠벨의 『신화와 인생』 중에서

 

간절함은 깨달음을 찾으려는 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려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후보자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의사 후보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제약회사에 입사할 경우 백전백패다. 실제로 약사들과의 기싸움에 밀려 3개월도 못 버티고 진료실로 돌아간 사람도 있고 의사와 제약회사 직원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 쓸쓸히 업계를 떠난 의사도 많다. 그렇다면 그 간절함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효과적으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일에 대해서 알아보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책을 통해 배우거나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나는 간절함이 있다면 사람을 통해 배우라고 조언하고 싶다.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 보자. 만나서 물어 보자.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입사를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은지. 운이 좋으면 그 사람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안내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업계에서 일하는 다수의 의사들은 선배나 지인의 추천이나 소개로 입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을 통해 배우는 방법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개인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배우는 방법을 고려해 보자. 제약의사에 관심이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한국제약의학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해 보자. 제약의사에게 필요한 다양한 교육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마법의 인도자를 만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리는 일이다.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준비하고 노력하고 간절함을 담아 끈질기게 두드려야 열린다. 그러니 중간에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 지원해 인터뷰 과정을 밟다 보면 분명 배우는 것이 있다. 그러니 탈락했다 해도 실패의 끝이 아니라 배움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필자는 현재 닥터 최의 인터뷰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부디 그녀의 간절함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활짝 열길 바란다. 머리에 불붙은 사람이 연못을 찾듯 찾았으니, 분명 그녀는 얻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sorrywatch.com/2013/07/30/apologies-in-medicine-a-post-by-an-actual-doctor/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IP *.252.144.13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