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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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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4일 10시 38분 등록

 

카페란 무엇을 하는 데인가? 음료를 마시면서 쉬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물론 그 짬에 크고 작은 거래를 하는 사람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은 가벼운 정담이나 사소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때로 교양도 약간 넓히고 운이 좋으면 일상의 지혜도 조금 얻어가는 장소가 카페다. 그래서 강의실이나 사무실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정겨우며 자주 들르고 싶은 곳이다.

-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 (김용규) 중에서

 

나에게 카페는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커피보다는 소주를 더 좋아하고, 공공장소보다는 혼자만의 공간인 집이 더 편하고 자유로웠다. 그러나 '살롱 9'의 탄생과 함께 이제는 일터가 되었다. 평일 하루와 토요일에 만나는 카페는 그러니까 내게는 음료와 식사를 만들거나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예쁘고 편한 카페에서 멋지고 좋은 손님들을 만나는 일은 행운이다. 그러나 일상이 행운만 계속되지는 않듯이 어디서나 존재하는 진짜 밉상들도 만나게 된다. 어른인데 성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 또한 일터에서의 업무인 셈이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근무를 평일과 바꾸고 쉬는 날. 나름 귀한 토요일 오후에 날아온 ‘언니~’로 시작된 카톡은 우리를 만나게 했다. 남편의 친구인 그들 부부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알지 못하는 일로 인해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누구나 모두 나름의 힘듦을 안고 살아가니까 하루쯤 잊어도 좋을 거라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우리 넷은 모두 취했고 남편과 친구는 다퉜다. 친구니까 그럴 수 있지만 친구니까 그럴 수 없었다. 취했으니까 그럴 수 있지만 취했으니까 그럴 수 없었다. 꽤 오랜만이라 반가웠고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슬펐다.

 

나름 사랑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맛난 걸 사주고 싶었고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고 싶었다. 서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아니까, 나눌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확하게 무엇이 힘든지도 알지 못했다.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성숙하지 않은 채였다는, 아직도 어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진상일 수 있었다. 성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은 폭.력.이었다. 얼마나 더 살아야 알 수 있을까. 더 살면 알게 되긴 할까. 나이를 더한다는 것, 산다는 것, 게다가 사랑한다는 것, 고것 차암 어렵다.

 

나는 오늘도 성숙하지 않은 어른인 나를 만나러 카페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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