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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5일 10시 20분 등록

여자 : (애절한 눈빛으로 두 손을 모아) 정말 그만둬도 괜찮아요?

남자 : (‘왜 여자만?’이란 뉘앙스로) 남자도 그만둬도 괜찮은가요?

 

최근 자주 받은 질문이다. 서치펌 컨설턴트가 『그만둬도 괜찮아』라는 책을 내었으니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싶은가 보다. (정말 그렇다면 위안이 될까?) 지인이 내 책의 출간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위와 비슷한 질문이 달렸다. 그 질문에 누군가 이렇게 답했다. ‘그만둬도 괜찮아요. 저자가 (헤드헌터라) 다른데 취업시켜 줄 거에요.

 

이직에 있어 불문율이라 할 수 있는 명제가 있다. 바로 ‘성급하게 퇴사 하지 말고 회사에 적을 두고 이직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미래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퇴사를 하고 구직을 할 경우 취업이 안 되면 실직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무작정 퇴사를 하게 되면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마냥 쉴(?)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잡아 놓은 토끼를 잘 간수해 두어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연봉이나 처우 면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현직자와 퇴사자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현업에 있는 사람은 현재 연봉에서 일정 퍼센트의 인상을 제안하지만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은 자사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전직장 수준 정도를 제시한다.(사실 연봉이 깎이는 경우도 있다.) 우수 인재의 스카우트를 위해서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자유계약선수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은 연봉뿐 아니라 직급 등의 처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옮겨갈 자리를 마련해 두지 않고 그만둬도 괜찮은 경우들에 대해서 말이다.

 

박차장은 유수의 컨설팅회사에서 연봉 1억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최고의 컨설턴트다. 중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닌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에 세련된 매너를 갖춘 젠틀맨으로 회사에서도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핵심인재다. 잡 오퍼를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현직에 있는 그가 내가 제안한 포지션으로 이동한다면 연봉과 처우 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는 지난 달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으며 자신이 컨설팅회사에서만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기업의 전략기획팀이라면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고 입사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는 1, 2차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초고속 절차를 밟아 한 달 만에 그 회사에 입사했다. 다행히 매니저 타이틀은 지켜냈지만 연봉은 수 천 만원을 양보한 조건으로.

 

박부장은 오랫동안 더 늦기 전에 인하우스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컨설팅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그가 일하는 회사는 최고의 연봉을 주는 대신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유명한 회사였다.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주말도 없이 일해야 했고 낮에는 고객 미팅을 하고 밤에는 외국의 파트너들과 전화 회의를 하는 일정을 소화해 내야 했다. 야근에 특근, 해외 출장에 특별 프로젝트까지 수행하면서 그는 서서히 소진되어 갔지만 고액연봉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은 결국 오고 말았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날, 그는 날아 갈듯이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고 했다. 처자식도 없는 홀몸이니 최악의 경우 몇 달 쉰다고 해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약간의 비상금과 퇴직금도 있으니 얼마간 여행이나 다니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나와 인연이 닿은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경력계발에 관한 조언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는 편협한 시각에 갇혀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경우다. 특히 어린 친구들은 ‘연봉 = 능력’이라는 공식을 세워 놓고 경력 계발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발로 차버린다. 신입사원부터 과장급까지의 경력 배양기와 성장기에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경력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말이다. 박차장 역시 경력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에서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갑과 을로, 모두 일해본 사람은 균형 잡힌 시각과 폭넓은 경험으로 무장한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차장이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이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했다면 다음 기회를 기약했을지도 모른다. 그만둔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러니 보다 현명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둬도 괜찮은 또 다른 경우는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다. 한상무가 그랬다. 회사 근처 찻집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허리가 아파 제대로 앉아 있기도 불편한 상태라고 했다. 연구소장으로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오너의 신임은 얻었지만 소중한 건강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행히 상사의 배려로 매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업무와 책임이 조금 덜한 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직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조언했다. 이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고 그러면 건강에 다시 적신호가 켜질 거라는 논리에서였다. 결국 한상무는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간의 휴식기간을 가졌다.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조금 작은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다.

 

그만둬도 괜찮은 마지막 경우는 가정 내에 중대한 이슈가 있는 경우다. 부모나 배우자가 건강상의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10대 자녀가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면 일보다 가정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일은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가족은 한 번 잃으면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이사는 아내가 유방암 투병생활을 할 때 24시간 그녀의 곁을 지켰다. 아이도 없는, 단 둘 뿐인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아내의 완치를 확인한 김이사는 다시 일자리를 찾아 보고 있다. 박부장은 중학생 아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자 함께 외국 유학을 떠났다. 한동안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지만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아들은 깊은 속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만둬도 괜찮다. 지나고 보면 멈춤의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다. 정말 중요한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함께할 내 몸을 돌보기 위해서,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멈춤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손해 본 연봉은 어쩌냐고? 사람은 아주 조금 먹고도 살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생존경쟁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갖고도 불행한 성공경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다. 그만둬도 괜찮다.

 

만약 그대가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 하루를 회사에서 어떻게 버티나한숨 짓는 여자라면 나는 그대에게 잠시 멈추고 쉬어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변을 살피려면 멈추어 서서 자세히 봐야 한다. 멈추고 나면 지금껏 놓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유재경 그만둬도 괜찮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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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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