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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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3일 09시 52분 등록

유부장은 요즘 우울하다. 끈적한 무력감이 두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허탈하고 맥 빠진 느낌은 친한 동료 몇몇이 퇴사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조직개편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유부장은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연말이 되자 회사는 살생부를 만들어 못마땅한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을 뛰어 다녔던 윤이사도 그 대상이었고 그는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고 쫓기듯 회사를 나갔다. 인센티브는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이므로 회사를 떠날 사람에게는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회사가 내세운 논리였다. 회사는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윤이사를 대기발령 시켰고 대기발령인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끝까지 버틸 힘이 없었던 윤이사는 결국 조용히 짐을 싸 떠났다.

 

실적이 부진했던 민팀장은 좌천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회사에 대해 큰 실망감을 느꼈고 사표를 썼다.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민팀장은 퇴사하는 날 길고 긴 글을 전직원에게 보냈다. 회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본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회사의 가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라는 고민에 이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유부장은 민팀장의 글을 읽으며 침묵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힘없는 일개미인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소리 없는 긴 울음을 울었다. 유부장처럼 조직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가슴 속 울분이 가득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변호사>의 송우석 변호사는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세무전문 변호사였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가방 끈도 짧아 무시당하기 일수였지만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부산에서 제일 잘 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밥집 아줌마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구치소 면회를 함께 가게 되고 믿지 못할 광경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진우의 변호인을 맡으며 인생 일대의 전기를 맞는다. 이후 그는 세속적 성공을 버리고 인권변호사의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유부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깨어나기’다. 조직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일들을 인식하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일이다. 송변호사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공권력의 실체를 파헤치며 ‘내 아들 딸은 이런 세상에서 살지 않게 하겠다’며 인권 변호사로 거듭났다. 유부장이 해야 할 일도 다르지 않다. 동료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진정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지,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으면 그만인 일인지 마음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자. 하지만 조직의 논리에서 처참히 희생당하는 개인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지 말자. 그렇다고 더러워 때려치운다 외치며 문을 박차고 나가지도 말자. 한번 고양된 의식은 낮아지지 않으며, 각성된 정신은 잠들지 않는다. 각성은 삶의 전환을 이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실력 입증하기’다. 송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 덕분에 변호인으로 설 수 있었다. 그가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변호인이 될 수 없었고 누구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변론을 위해 밤을 세워 책을 읽고 영국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하고 법전을 뒤졌다. 그러자 고문 현장을 목격한 군의관이 증인을 자처하며 나섰다. 유부장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그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키워 이를 입증해야 한다. 조직은 성과 없는 직원이 하는 말에 귀를 닫아 버린다. 조직은 내보내고 싶은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과 눈부신 성과로 무장하고 하고 싶은 말을 입에 담아야 한다.

 

이제 할 일은 ‘목소리 내기’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문제를 인식했고 실력을 입증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경영진에게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송변호사는 초미의 관심사가 된 시국사범의 변호를 맡으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에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자칫하면 무시무시한 ‘괘심죄’에 걸려 조직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 있다. 같은 회사의 황부장은 연봉 협상 자리에서 본인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만, 회사에서 직원으로 존중 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윤이사 이야기를 꺼냈다. 면담을 했던 경영기획실장은 고성과자인 황부장의 이야기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큰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침묵은 비겁한 행동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은 가치있는 일이다.

 

송우석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 1 2항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언급하며 ‘국가는 국민’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창업주? 주주? 혹시 직원? 아무리 생각해도 직원은 아닌 것 같다. 주인이 쫓겨나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중얼대며 더 나은 절을 찾아 나서야 할까? 과연 더 나은 절이 있기는 한 것일까? 결국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영영 떠날 준비하기. 모든 개인은 언젠가 조직을 떠나야 한다. 그 시기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그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언젠가 영영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조직을 떠나서도 먹고 살 수 있는 필살기 하나를 예리하게 연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이 『필살기』에서 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새로운 방법의 핵심은 이런 것이다. 첫째, 월급쟁이의 마인드 셋에서 비즈니스맨의 마인드 셋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의 직무를해야 할 숙제로 보지 말고, ‘팔아야 할 비즈니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모든 비즈니스는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고, 전략의 핵심은 여러 비즈니스의 믹스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을 발굴하여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이 강점 혁명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직무를 분해하여, 자신의 가장 강한 재능에 기초해 집중 투자할 전략적 태스크를 선택하고 부족한 핵심 태스크는 보완하고 변용하여,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셋째, 전략을 검박한 실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이 실천을 자동화하고,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부여한 규율이 행동의 고삐를 쥐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되어 빵이 익듯이 1만 시간이 지나면 필살기가 구워진다.

 

사람들은 거대한 조직에서 일개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쓸데없는 일에 기운을 낭비하지 말고 실속을 차리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 보자.

 

진우야. 네가 말하지 않았나? 세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하지만 바위는 죽은 기고 계란은 살아있는 기다. 계란은 언젠가 바위를 뛰어 넘을 기라고. 난 절대 포기 안 한다.’

 

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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