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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7일 09시 59분 등록

임원 포지션을 진행하다 보면 보스 매니지먼트가 가능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요구를 듣곤 한다. 보스 매니지먼트란 무엇일까? 아마도 보스의 의중을 잘 살펴 일하여 성과를 내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능력은 보스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필요하다. 하지만 임원에게는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다. 임원이 된 후에는 이미 입증된 업무 능력보다는 보스의 신뢰도에 따라 평가가 갈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성공한 임원들 역시 보스 매니지먼트에 능한 이들이다. 보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비법,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사상가 한비자에게 한 수 배워보자.

 

대체로 유세의 어려움은 내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내 말솜씨로 뜻을 분명히 밝히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모두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한비자가 지은 세난說難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시절의 군주가 요즘 직장인에게는 보스고, 유세는 보스와 함께 논의해 일을 도모하는 것으로 생각하자. 2,000년 전 살았던 그는 보스 매니지먼트의 핵심- 보스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주장을 그의 마음에 들게 하는 것 을 정확하게 꿰고 있다. 외국인 사장에게 총애를 받고 있는 임이사의 필살기가 바로 이것이다. MBA를 마치고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 제약업계에 입문한 그녀는 사장의 요구에 절대 NO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장이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지라도 일단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길어야 3년인 임기 내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사장의 처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다 보니 대어가 낚였다. 혹시나 싶어 연락했던 모 회사 제품의 판권을 획득해 본사로부터 큰 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총괄하는 사업개발 임원으로 영전했다. 컨설팅회사에서 일했던 그녀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주특기를 살려 보스 매니지먼트와 성과라는 두 개의 열매를 따낸 것이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계책을 지혜로운 것으로 여긴다면 지나간 잘못을 꼬집어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결정을 용감한 것이라고 여기면 구태여 반대 의견을 내세워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더라도 그 일의 어려움을 들어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이 방면에서는 정이사가 고수다. 마케팅 임원인 그는 영업 위주의 경력을 가진 사장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덮어 준다. 마케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장이 실현이 어려운 전략이나 프로그램을 제안해도 좋은 생각이십니다라고 말하고 충실히 따른다. 영업 관련한 일은 사장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한다. 영업전문가로 부하직원의 인정을 받은 사장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정이사는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장을 위해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그를 대신해 발표도 하고 의전도 한다. 그는 사장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부각시켜 보스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정이사는 사장의 충실한 참모이자 오른팔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한비자가 말하는 보스 매니지먼트의 결론은 용의 비늘을 건드리지 말라로 요약할 수 있다. 「세난」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군주에게 총애를 받을 때에는 지혜가 군주의 마음에 든다고 하여 더욱 친밀해지고, 군주에게 미움을 받을 때에는 죄를 짓는다고 하여 더욱더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에게 간언하고 유세하는 자는 군주가 자기를 사랑하는가 미워하는가를 살펴본 다음에 유세해야 한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역린)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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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손손 귀족으로 살아온 보스가 있다.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입 안의 혀처럼 처신하는 이들을 등용했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저력이 있으니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 이다. 그의 조직에서는 귀족 가문이 아니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없었고 어쩌다 그의 눈에 든 평민은 그를 위해 충성 서약을 해야 한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외국에서 공부도 했고 배경으로 보자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아들을 자신의 회사에 두고 싶어 했다. 아들은 회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이를 경력 삼아 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같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박부장은 그 아들의 입학 준비를 도와 본부장으로 승진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귀족 보스의 역린은 그 아들인 것이다. 용을 길들여 타기 위해서는 그 비늘을 건드리지 말아야 하듯이, 그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아들과 함께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 한근태는 자신의 책 『말은 임팩트다』에서 리더의 반대 의견에 대한 수용 태도가 조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하수는 반대 의견을 부정하고 고수는 수용하는데 이러한 태도가 조직원들의 입을 닫게도 열게도 하기 때문이다. 그가 예로든 고수, IBM 창업자 토머스 왓슨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뭐가 사실인지 말하는 반항적이고, 고집 센, 참을 수 없는 타입의 사람을 항상 고대했다. 만약 우리에게 그런 사람들이 많고 이들을 참아낼 인내가 있다면 그 기업에는 한계가 없다.’ 하지만 기대 마시라. 이런 보스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우선 자신의 보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살펴야 한다. 의견을 말할 때는 그의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해야 한다.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은 덮어주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보스에게 어떤 말을 할 때에는 자신에 대한 감정계좌의 잔고를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잔고가 두둑하다면 충심 어린 조언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참아야 한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안 보스의 치명적 약점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와 일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것임을 각오하고 할 일이다.

 

직장인의 비애는 보스를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마음을 다해 존경할 수 없는 보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고역이다. 하지만 그 또한 치명적 약점을 감추고 사는 유약한 인간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러니 어쨌거나 역린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지어다.

 

필자 재키제동은 16년간의 직장 생활을 기반으로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유수의 기업에 핵심인재를 추천하는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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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1 21:35:34 *.247.96.173

난 저런 보스가 좋아. 아니 그런 보스가 되고 싶었지.

그런데.. 이젠 좀 달라질 것 같아.

나도 내 자식이 아닌 누군가를 키워야 할 때라고 느껴져서.

이제부터 내 역할은 성장이 아니라 날 넘어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찾아나서거나 해야 할 것.같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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