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2014년 2월 17일 09시 59분 등록

한 달 여 만에 다시 만난 그녀의 얼굴은 한층 밝아져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감과 초조함은 옅어지고 미소 띤 얼굴에는 작은 여유마저 묻어났다. 그녀는 나를 만나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자신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별 것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기적으로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 했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변화가 반갑고 고마웠다. 이제 드디어 그녀 마음 속 실타래의 한 끝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질문이 있다고 했다. 무엇을 하든 고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 조언해 달라고 했다. 그녀의 질문을 듣고 나니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고민했던 문제다. 그 해답을 함께 생각해 보자.

 

전직장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죠. 회식을 하면 애가 집에 혼자 있다, 대학원 수업에 가야 한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다고 다들 빠지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죠. 억지로 늦게까지 남아 술을 받아 먹다 보니 왜 나만 이래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지요. 출산휴가를 가는 동료 때문에 남의 일까지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하나 둘 맡다 보니 업무량이 많아져 항상 허덕였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회사가 저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어요. 상급자의 업무 성과를 위해 실적을 부풀려야 했고 그렇게 하다 결국 제가 곤혹을 치르고 말았어요. 제 잘못도 아닌데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직장생활에 회의가 느껴졌어요. 앞으로 다른 직장에서도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전직원 다섯 명의 초미니 회사부터 700명이 넘는 큰 회사도, 오너가 직원들을 선수라고 부르는 벤처기업부터 거대 다국적 회사의 한국지사도 다녀봤다. 에이전시에서 을로도 기업체에서 갑으로도 일해봤다. 오랫동안 조직에 몸담으며 느낀 바는 조직은 대개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제 실속만 차리는 얌체도 있고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숙맥도 있다. 요리조리 피하며 제 자리만 지키려는 이도 있고 남의 잘못을 뒤집어 쓰고 쫓겨 나는 이도 있다. 나 역시 생존의 정글에서 살아 남는 것이 참으로 고달프고 힘들었다.

 

이쯤에서 회사라는 정글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끔찍한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랭클은 신경정신과 의사로 2차 세계대전 당시 3년 동안 다카우와 다른 강제수용소가 있는 아우슈비츠에서 보냈다. 그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그리고 아내는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와 누이만이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는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기반으로 정신치료법의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를 고안했다. 로고테라피 이론은 인간의 주된 관심이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의미를 찾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시련을 통해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랭클은 인간이 시련을 가져다 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피할 수 있는 시련이라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불필요한 시련을 견디는 것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시련이 가져다 주는 상황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시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 회사 생활로 다시 돌아오자. 프랭클의 말대로 우선 시련이 가져다 주는 상황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도부터 시작하자. 내 일이 아닌데 자꾸만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회사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당하게 된다면 기술적으로(!)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살신성인의 정신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나 둘 받아주다 보면 끝이 없다. 조직에는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는 파렴치한이 반드시 있다. 그러니 안돼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징징대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한다. 상사를 찾아가 자신이 그런 일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하자. 대의를 위해 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본업에 충실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팀의 성과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음을 설득하자. 그래서 상사가 교통정리를 해줄 수 있도록 부탁하자. 또한 부당한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에는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대기업 회장도 감옥에 가는 시대가 아닌가. 상사의 지시에 복종했다고 해도 그것이 범법행위라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니 조직에게 이용당하고 죄까지 뒤집어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그런 직장이라면 이력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디 쉬운가? 그럴 땐 문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자. 이 때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스티븐 코비가 말한 영향력의 원과 관심의 원개념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코비는 주도적인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영향력의 원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긍정적, 적극적, 확장적으로 영향력의 원을 증가시킨다. 반면 반사적인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관심의 원에 집중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약점, 환경상의 문제,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여건 등에 집중하면서 비난, 책망, 피해의식을 표출한다. 코비는 통제할 수 없는문제에 관해서는 얼굴에 주름살이 안 생기도록 웃으면서 진지하고 편안하게 받아 들이고 싫더라도 기꺼이 인정해 가며 사는 방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하면 이 같은 문제들도 우리를 더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viktorfrankl1.jpg

 

빅터 프랭클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 역시 수용소에서의 힘든 상황과 고통을 이기기 위해 강제수용소에서의 심리 상태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나날의 문제는 흥미진진한 정신과학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매일 직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자신의 감정상태를 객관화해 그것을 기반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 그러면 지루한 일상이 소중한 경험으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사례연구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 재키제동은 16년간의 직장 생활을 기반으로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유수의 기업에 핵심인재를 추천하는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IP *.252.144.13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