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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9일 17시 34분 등록

하딩은 어딜 보나 눈길을 끄는 인물로, 당시 서른다섯 살쯤이었다. 머리, 얼굴, 어깨, 체격 모두 시선을 사로잡기에 딱 좋았다. 그 비율을 하나하나가 실로 잘생겼다는 것 이상의 표현을 듣는 게 당연할 만한 그런 효과를 만들어냈다. 몇 년 후 지역사회 너머에까지 그 존재를 알리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묘사하면서 종종 로마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단상에서 걸어 내려올 때, 두 다리는 기막히게 균형 잡힌 미끈한 몸을 든든히 받치고 있었다. 거기에 신의 은총을 받은 신체와 남자다운 인상, 경쾌한 걸음걸이, 꼿꼿한 자세, 편안한 거동이 더해졌다. 장대하면서도 유연한 골격, 광채 나는 큼직하고 시원스러운 눈, 짙은 흑발, 선명한 구릿빛 얼굴은 잘 생긴 인디언 같은 풍모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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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에는 미국의 29대 대통령 워렌 G. 하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오하이오의 소도시 매리언의 신문 편집장이었던 하딩은 변호사이자 로비스트인 해리 도허티의 눈에 띄어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상원의원을 거친 그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그 해 가을 자기 집 현관에서 선거유세를 한 뒤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취임 2 3개월 만에 돌연사했고 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실 하딩은 그다지 지적인 인물을 아니었다. 그는 포커 게임과 골프, , 특히 여자 사냥을 즐겼고 정책 사안에 대해서 모호하고 양면적인 태도를 취하는 정치인으로 자주 언급되었다. 그의 연설은 아이디어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한 떼의 화려한 단어들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인물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까? 글래드웰은 그의 출중한 외모가 사람들의 정상적인 사고 작용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일은 구직 현장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해외 근무 중인 윤이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 원대한 포부와 기대를 품고 해외 근무를 선택했지만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외국어가 출중해도 현지인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면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맞지 않는 기후와 음식 때문에 이렇게 있다가는 건강까지 나빠질 것 같다. 그녀는 최근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임원 포지션에 지원해 4차 면접까지 통과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관계로 그녀의 면접은 모두 전화로 진행되었다. 그녀의 경력은 이 포지션에 맞춘 듯 잘 맞았고 면접관들 모두 그녀의 전문성과 경험을 높이 샀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를 얼굴도 보지 않고 최종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장의 주장에 따라 연봉협상을 앞두고 그녀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헉! 면접 장소에 들어서는 그녀는 금발 염색머리를 찰랑거리고 있었으니. 결국 그녀 앞에 내밀어진 것은 탈락의 고배라. 궁색한 탈락 사유가 설왕설래했으나 핵심은 회사를 대표하는 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금발 머리는 그녀를 매우 자유분방한 사람이라는 강력한 선입견으로 작용했고 면접관은 그 생각에 사로잡혀 그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많이 망설였다. 나 역시 그리 출중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 외모지상주의에 영합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나는 내 몸 어느 한 곳도 성형을 한 적이 없다. 몸 전체가 자연산이다. 자랑이 아닌가?) 외모로 평가 받는 더러운 세상이니 당신도 외모를 열심히 가꾸어 경쟁력을 갖추라고 충고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취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후보자의 외모는 첫인상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그 첫인상은 사람들의 선택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 하딩의 사례처럼 사람들은 겉모습에 현혹되어 잘못된 선택을 한다. 고객들은 출중한 외모의 영업사원 말에 귀를 기울이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전문가를 신뢰한다. 그러니 시간과 장소, 경우에 맞는 옷차림과 외모 관리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모 회사로 이직한 백팀장의 사례도 알아보자. 노련한 헤드헌터인 나는, ‘후보자가 이것만 더 계발하면 더욱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겠다 싶은 것을 알려달라며 후보자의 약점을 잡아낸다. 대부분의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성격이나 태도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다. 너무 독선적이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든가, 너무 사람이 좋아 자기 것을 잘 챙기지 못한다던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던가 등등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백팀장은 옷차림과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의 전직장 상사는 팀장이 되면 팀의 얼굴이고 팀원들을 효율적으로 리딩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외모가 필요한데 후보자는 이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이나 철학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자리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건축가가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면, 화장품회사 마케터가 문제성 피부를 방치한다면, 사무직 여직원이 노출이 심한 자유분방한 옷을 즐겨 입는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공사현장의 인부들은 혀를 차며 그 사람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화장품의 품질은 의심받을 것이며, 여직원은 괜한 구설수에 휘말릴 것이다. 그러니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면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 보수적인 옷차림이 필요한 곳이라면 기꺼이 보수적으로 입을 수 있는 사람이 가야 한다. 그러니 앞에서 언급한 윤이사는 그 회사에 탈락하기가 천망다행이고 백팀장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는 따로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리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은 400년 전에 지구에 온 외계인이다. 조선시대부터 이 땅에 살아온 그는 시대에 맞춰 외모를 바꾸며 살아왔다. 조선시대에는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었고, 70년대에는 나팔바지를 입고 장발을 했고, 2014년 지금은 댄디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위장했다. 또한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공간 이동이나 시간 정지 등의 초능력을 남용하지 않았다. 물론 천송이라는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당신 또한 별에서 온 그대인가? 당신의 선택은 두 가지이다. 지구인들 속으로 들어가 비슷한 모습으로 어울려 살거나당신이 왔던 별로 돌아가거나. 사랑하는 연인 때문에 지구에서 살아야 하는데 위장이 어렵다면 장변호사와 같은 믿을만한 친구 한 명을 찾아보자. 미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 하나를 잘 구어 삶아 조언을 들어 보자. 점심 한끼나 커피 한 잔에도 쇼핑에 동행하고 미용실에 함께 가줄 것이다. , 너무 서글퍼 마시라. 당신 그대로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본연의 모습을 드려내도 괜찮다. 그러나 면접 장소나 회사에서는 철저히 위장하라. 그것이 힘들다면 자신에게 맞는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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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재키제동은 16년간의 직장 생활을 기반으로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유수의 기업에 핵심인재를 추천하는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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