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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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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30일 20시 03분 등록


***


정오와 오후 6시.

1일 2식을 실천하는 중이었다.

혼자면 언제든 가능하다. 물론 혼자일 때는 주로 없다.

게으른 생활습관에 알맞은 패턴이긴 하지만, 술 약속이 생기면 3~4끼가 한 방이다.


첫 단식은 2000년 가을이었다.

3일 생수 단식을 봄·가을로 하다가, 봄맞이 단식이다가, 3~4년 전에 중단했다.

단식을 꾸준히 했던 이유는 술을 끊는 목적도 있었다.

어쩌다 주당이 되어서 툭하면 날을 샌다. 그걸 좋다고 뛰다 못해 날아나간다.


'적당히 마시는'은 다음 생에나 가능할 일이라 포기하는 대신 선택한 차선이었다.

멍청한 나는 매번 숙취로 후회하다가 홀랑 까먹고 또 좋다고 뛰쳐나가기 일쑤다.

왜 마시나? 술도 좋고 사람도 좋고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고 안주는 말해 뭐하나.

술친구는 나이가 준 덤이다. 아주 그냥 자연스럽게 불러댄다.


애 낳으면 나온다는 망각 호르몬이 애를 다 낳은 지가 언젠데 여전히 그대로다.

이걸 막으려면 별수 없다. 그냥 끊는 수밖에.

초반엔 물만 마시면서 북한산도 오르고 출근에 관장에 풍욕에 운동도 하고 그랬다.

10년쯤 지나니까 물 마시고 잠만 잤다.


내게 쓸 힘이 바닥이 난 거였다. 덜컥 겁나서 접었다.

가끔 짧게 끼니를 거르면서 속을 비워주는 정도로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디톡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이게 웬 떡인가.

변경연에서 보내주는 이철민 꿈벗의 메일을 읽다가 링크를 클릭한 순간이었다.


월요일 아침마다 문자로 정성을 전하는 예쁜 춘희와 톡을 하고 답글로 신청했다.

백만 년 만에 홈페이지 로그인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읽으면서, 톡을 하면서, 로그인하면서, 나는 그 언젠가의 나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득했다.


망각 호르몬이 멈춘 찰나였다.


**


이 양반이 디톡스 잘하라며 잡곡을 챙겨주셨다.

봉다리봉다리 다 쏟아서 큰 봉다리에 담은 걸 덜어줬다.

공짜는 세상에 없다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름 모를 오만 잡곡에 군침을 삼켰다.


첫 식사를 할 생각에 신나서 씻으려고 보니까 쌀이 섞여 있었다.

골라내고 먹어야지, 하고 1인분씩 담기는 투명 컵으로 3인분을 덜었다.

한 톨, 두 톨, 세 톨, 날 새게 생겼다.

술자리도 아니고 아, 이건 할 짓이 아니었다.


다시 쏟아놓고 현미를 주문했다.

내일 온단다.

어지럽다.

졸리다.


**


정오 : 바나나 1개, 토마토 1개, 사과 1개.


이걸 먹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과일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이가 문제였다. 씹는 게 힘든 거였다.

사과가, 사과가, 독 사과도 아닌데.

배고파서 떨리다가 먹다 지쳐서 쓰러질 뻔했다.


오후 6시 : 두부 반 모, 구운 감자 1개, 양파 1개, 마늘 3개.


단식과 비교하면 진수성찬이다. 5시쯤 간식으로 오이도 하나 먹었다.

씹는 게 일이긴 하다. 흰밥과 국수를 좋아한 이유였나 보다.

양파와 마늘은 채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다가 들기름을 둘렀다.

양파와 마늘은 매일 1개씩이랬다. 사랑해야지.


그래도


스터디 모임이 있던 엊그제, 마지막 술자리였던 치맥이 눈앞에 날아다닌다.

마늘 치킨이 죽였는데 말이다. 언제쯤 치맥을 먹게 되려나.

아이고, 딸들이 치킨을 주문한다. 코젤에 블랑에 엽기 떡볶이도!

난 정말 혼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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