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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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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4일 22시 41분 등록


***


아침에 눈을 뜨면 새날이다. 머릿속이 하얗다.

어제의 결심과 계획과 희망과 미소와 다짐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다 적어놓지 않으면 재회가 어렵다. 안드로메다가 더 가까운가.

이렇게 나이를 더하면 치매가 오고 나도 잊을까?


딱히 히말라야를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튀어나왔다.

신나서 쓰다 보니, 눈물 바람이다.

자료를 검색하고,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새삼스럽다.

아이고, 내가 저길 다녀왔구나, 미쳤었구나, 이래서 안 들여다봤구나 싶다.


너무나 커서 담아놓을 수가……. 담기가, 글로 옮기기가, 너무나 벅차다.

위력이 세다. 강력해서 감당이 버겁다.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쓰는 수밖에.

사진 1장 만으로도 온몸이 반응한다. 이게 뭔가. 한 방 제대로 먹었다.

그 바람에 디톡스 식단이 산으로 갔다. 이걸 어쩌나. 디톡스를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


5월 1일에 예약한 대사증후군 무료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갔다.

손끝 채혈을 하고, 낮은 혈압을 재고, 없는 허리둘레도 재고, 인바디 검사를 받았다.

몸의 구성 성분인 수분, 지방, 단백질, 무기질을 분석하여 비만 분석뿐만 아니라 영양 상태가 좋은지, 몸이 부어있는지, 뼈가 튼튼한지 등 인체 성분의 과부족을 확인하는 검사란다.


첨 받아본 인바디 점수는 후졌다. 디톡스를 마친 뒤에 재검사하면 좀 오를까?

체지방만 부자고 나머진 다 가난하다. 근육은 웃기고 앉았다. 환자 발생했다.

자꾸만 줄어드는 키에는 한숨이 나왔다. 조금 있으면 땅에 달라붙게 생겼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나도 안다. 아는데 실천이 꽝이다.


주문한 카카오 가루가 도착했다. 물에 타서 먹으면 도전할 수 있겠다. 우선 1L 라도.

재래시장에도 갔다. 채소랑 과일이랑 잔뜩 사와야지, 하고 갔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핫도그 매장이 새로 생겼다. 고로케는 여전했고, 양념 족발이 불판에서 익어간다.

비도 안 오는데 전집엔 왜 사람이 줄을 섰나. 김밥이 언제 저렇게 작고 예뻤지.


여기저기 눈이 돌아가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외면해도 소용없다. 냄새는 어쩌나.

장을 보는 게 아니라 벌을 받는 거였다. 정신 차리고 메모를 확인하면서 잽싸게 샀다.

팔이 아파서 다 들 수도 없다. 대충 사 들고 와서 손질하는데 시간이 휘리릭 갔다.

이제부턴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


2시 : 오이, 바나나, 현미밥, 된장국? (다시마, 감자, 양파, 호박, 버섯, 콩나물, 마늘)


재료를 손질하고 정리하느라 식사가 늦어졌다. 진짜 많이 먹었다. 된장은 아주 조금 넣었고 듬뿍 우러난 국물까지 한 뚝배기를 해치웠다. 잘 먹기로 하길 잘했다. 참 잘했어요!!!


간식 : 방울토마토, 토마토, 가지, 피망, 오렌지, 바나나, 호두, 아몬드, 두유.


친구들과 선유도공원 나들이를 다녀왔다. 합정역에서 양화대교를 걸어서 공원에 도착했다. 바람이 서늘하고 구름도 적당해서 걷기에 딱 좋았다. 등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간식을 까먹고 간식을 까먹고 간식을 까먹었다. 진짜 많이 먹었다.


양화대교를 건너려는데 경찰이 막았다. 20m 아치 위에 사람이 올라가서 통제한다고 했다. 누굴까? 아치 위에서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바람도 서늘하고 구름도 적당해서 걷기에 딱 좋은 날에 양화대교 아치 위를 걸어 올라간 사람은 누굴까? 왜, 무엇 때문에, 어쩌다가 한강 다리 위를 선택했을까?


물이랑 채소랑 과일을 많이 먹어야겠다고 디톡스를 하는 나는 누구이고, 양화대교 위의 그는 누구인가?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사법 시험을 없애지 말라고 주장하는 30대 고시생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단식 고공 농성을 계속하면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까?


함께 나이를 더하는 친구들과 아이처럼 웃고 떠들며 디톡스 식단으로 운동까지 해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살기 위해서 죽어야 하는 시간을 목격했다.

오래도록 마음이 무겁고 아파져 왔다.

부디 안전하게 내려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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