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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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1,300m) - 샤브루베시(1,400m) - 라마호텔(2,400m) - 랑탕마을(3,300m) - 캰진곰파(3,800m) - 체르코리(5,000m)
잠자리에 들면서 두통이 시작되었다. 밤새워 뒤척이느라 불편했다.
팔, 다리, 어깨, 허리, 머리까지 온몸이 저리고 아팠다.
침낭 안에서 수건으로 스트레칭했다. 그 와중에 화장실 성공한 건 깨알 기쁨!
7시, 아침 식사로 준비된 죽과 음료를 감사히 먹고 출발 전에 두통약을 복용했다.
랑탕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소개되어 유명해진 코스다.
2015년 4월, 트레킹 코스 중간에 있는 ‘랑탕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진도 8의 대지진으로 435명의 주민과 55개의 롯지가 있던 마을이 산사태로 묻혔다.
트레킹 이틀째인 1월 9일, ‘세월호 1,000일’과 지진 피해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산 무더기를 차례로 지나오면서 만난 대자연은 장엄했다. 눈에 담다가 감아버렸다.
울컥거리기 시작해서 한참을 울었다. 걷다가, 멈춰서 울다가, 그냥 울면서 걸었다.
상상조차 힘든 대지진과 세월호 1,000일, 아픈 기억의 시간 속에서 나를 만났다.
뭔가가 건드려졌다.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깨어났다.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지진 피해지역을 지나면서 터진 눈물은 3일 내내 멈출 줄 몰랐다. ‘아무 때나 불쑥’ 이었다.
실은, 이 눈물을 좀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어렵다.
다시 또 흐를 뿐, 알 길이 없다.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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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1,300m) - 샤브루베시(1,400m) - 라마호텔(2,400m) - 랑탕마을(3,300m) - 캰진곰파(3,800m) - 체르코리(5,000m)
1월의 히말라야에도 4계절이 있다. 신기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그야말로 불탔다.
부지런히 선크림을 챙겨서 발라야 하는데, 새까맣게 까먹고 얼굴을 홀랑 다 태웠다.
뜨거움도 잠시, 겨울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롯지의 침낭 안은 딴 세상이다.
잠자기 전, 뜨거운 물을 한 통씩 담아 와서는 침낭 안에 넣었다가 꼬옥 안고 잔다.
히트텍 위에 다운점퍼, 후리스, 파카를 입고, 스타킹 위에 타이즈를 신고 바지를 입는다.
양말 속에 핫팩을 넣고, 허리에 핫팩을 붙이고, 완전 무장하고 누우면 둔하기 짝이 없다.
눈도 붓고 얼굴도 붓고 손발도 붓고, 퉁퉁 부은 거울 속의 나는 정말이지 누구세요?
자다가 깨서 화장실 가는 건 대박이다. 숨도 차고 머리도 아프고 춥고 멍하고 지친다.
침낭에서 나와서 랜턴을 머리에 두르고 휴지를 챙겨서 화장실에 다녀오면 잠은 달아난다.
침낭을 닫고 계속되는 두통에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어쩌다 여기에 누워서 이러고 있나 싶다가, 너무 좋아서 씨익 웃다가, 두통이 심해진다.
그러다 2인용 침낭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야한 생각을 하다가, 두통이 점점 심해진다.
트레킹 3일 차인 1월 10일, 캰진곰파 롯지에서 눈물의 정점을 찍는다.
그 눈물은 뭐였을까?
네팔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묻혀버린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아픔인가?
수학여행 가는 길 바다에 잠긴 97년생 소띠 아이들인가? 그 아이의 엄마인가?
동갑인 내 작은 딸인가? 그 아이가 재수하는 동안 속이 탄 나인가?
사랑할 줄 모르는 내 엄마인가? 엄마를 닮은 나인가? 나를 닮은 아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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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배, 과채 주스(토마토, 포도), 아몬드, 호두
건너뛸 뻔했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기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다가 깼다. 나와의 약속도 소중하니까.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능숙한 손놀림으로 믹서기를 사용한다. 이건 뭐 너무나 익숙한 자연스러움에 놀랄 지경이다. 제발 기억해서 자주 써먹길 바라마지 않는다.
햇살이 예쁘다고 바람 쐬러 나가서 비타민 섭취하라는 아이들의 잔소리에 장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푸른 5월이다. 재래시장엔 봄이 가득했고, 눈 돌아가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재료 손질할 생각도 못 하고 잔뜩 쓸어 담아왔다.
7:00 부추 샐러드, 고구마, 채소 구이(호박, 새송이, 양파, 감자, 마늘), 된장국(두부, 팽이버섯, 감자, 양파)
디톡스 식단의 꽃을 피웠다. 진수성찬의 끝을 달렸다. 마지막 주에 이르러 적응을 한 것인가? 이제야 행동하게 되어서 아쉽지만 이게 어딘가. 완전 만족한다. 밥 없이 건하게 차려서 원 없이 배부르게 먹었다. 귀찮아서 거들떠볼까 싶지만, 언제든 원할 때 도전하면 좋겠다.
두툼하게 썬 호박과 감자, 새송이버섯과 양파를 준비해서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차례대로 굽는다. 중간에 천일염으로 살짝 간을 한다. 완벽한 술안주다. 주먹을 불끈 쥐고 참으며 부추 샐러드를 곁들여 군고구마와 함께 꼭꼭 씹다 보면 혀에서 살살 녹는다.
이거 다음에 꼭 술이랑 먹을 거다. 물론 고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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