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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1일 15시 21분 등록
제 글에 깊은 관심으로 귀한 시간 쪼개 도움되는 말씀 해주신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물다섯해 살면서 누군가에게 제 맘속에 있는말 털어놓은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전 항상 제 문제를 끌어안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생각하고 그러다 지쳐 우울증에 빠지다가 다시 어떻게든 기어나오곤 했었습니다.
남들에게 늘 좋은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제 약한 모습을 보이는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늘 머릿속엔 혼자 온갖 고민과 상상들로 가득했는데.. 그러면서도 늘 남에겐 강한척.. 도와주려 손길을 뻗치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고민의 글을 쓰기까지도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기에 말씀 하나하나가 다 제겐 소중하게 와닿습니다.

작년 한해는 우울증이 극에 달했던 한해였습니다.
제 삶에 회의감이 극에 달했었던 순간들이였죠.
좋은 글들.. 좋은 글귀들.. 보고나서도 며칠만에 다시 쓰러지는 것에
이게 다 무에 소용인가...하며 삶의 의의를 찾질 못햇었고
왜..왜.. 무엇을 위해 이 답답한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야 하나..아침에 눈뜨면 생각나는건 죽음이란 단어밖에 없는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날이 그날이고 적당한 사랑 적당한 남자 적당한 결혼..그리고 애낳고 생활고에 조금씩 시달리다 그렇게 늙어가겠지.. 뻔한 인생..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눈만 감고 싶었습니다.
눈뜨면 보여지는 이 현실세계가 그리도 싫었더랩니다.

우울증이 극해지면.. 좋은 약도 좋은 말도 도움의 손길도 아무런 소용이 없더군요. 때가 끼여있는 상태에서 좋은 향수를 뿌린다해도 좋은향이 날리 없듯이, 색안경을 낀 세상은 모든것이 다 비관적으로만 와닿았었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저 혼자 흔들려 있었더란 겁니다.
제가 앉아있던 의자가 비뚤어져 있었던 겁니다.
이 세상에 제 이름으로 태어난 내가 아닌 또다른 3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다시 재조명해보고, 저를 다시 바라보니 아주 나약하게 위태롭게
앉아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를 조금씩 사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남들과 비교해 뒤처진 모습이 아니라..있는 그대로의 저를 말이죠.
그러면서 조금씩 제 자신을 찾아 오랜시간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턴 서점에 가는 시간을 늘리면서 즐겨 읽던 것뿐만 아닌
그간 보지 않았던 책들도 두루 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됐습니다.
인생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고
그리고 지금 알고 있는것들도 언젠가 다시금 바뀔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남들에겐 보잘것 없는 삶이라 하나
제 생명은 그토록 소중한 삶이며
남들과 부대끼고.. 배워가고.. 느껴가고.. 그렇게 부딪치다가 성숙해가고..
그렇게 늘 매일매일이 새롭게 깨닫고 느끼는것이 인생이라..고.

그러다 보니 모든것들이 이젠 다 소중하게 와닿더군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면서 제 몸도 소중하게 대했죠.
걷기도 하고 요가도 하며 명상의 시간도 가지고 늘 축처진 제 몸을 일으켜 세우려 노력했죠.

그리고 늘 세상에 불안해했던 제 생각을 조금씩 변화시켰습니다.
늘 텁텁하기만 하고 삭막하기만했던 세상인데...
저 스스로를 제 이름을 타이틀로한 한권의 책으로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기며.. '아.. 지금 너가 느끼는건 두려움이란 감정인거야..지금 넌 그런 감정을 충분히 느낄수 있어. 조금 멀리 떨어져 다시 바라보자. 지금 감정에 판단력을 흐트리지 말고..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곤 했어요.

그리고 그냥저냥 하루하루는 버틸수 있었던..
새장안인 이 곳(직장)을 벗어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와..
제 앞날을 위한 많은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제가 글로 남겼다시피 이거다..하는 제 목표를 정한것도 아닙니다.
한때 적성검사도 해보고 애니어그램도 해보고 이것저것 시도는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결과표는 제가 생각했던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적성결과는 교육, 간호사, 상담사, 작가.. 등등이고
애니어그램은 6번과 9번 둘다 나오고..

무얼하든지 늘 그것을 시도할때 따르는 불확실성이 뒤따릅니다.
그래서 아직도 조금은 두려운 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본형 소장님의 말씀처럼
갈등을 사랑하라 했고 즐기라 했듯이
이것이 지금 제가 겪어야 될 또 하나의 배움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눈물 흘리는 날이 있다면 흘릴것이고
웃을날이 있다면 웃을 겁니다.
조금씩이지만 스스로 하루의 변화를 즐기며 살려고 합니다.

글을 올리고서도 조금 불안했었습니다.
내가 원하던 답을 받지 못하면.. 또 찾아올 불안정한 맘이 두려웠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답들이 틀렸다고 한다면 다시금 재고려해야 했죠.
하지만.. 제 생각과 다른 답이였다 해도 그래도 맘은 더 가벼워집니다.

sun님께선 지금의 회사에서 머물으라 하셨는데
이미 제 의견(사직)이 회사에 반영이 되었고 제 마음도 여길 떠난지라
여기보다는 그래도 좀더 형편이 좋은 곳으로 가야할것 같습니다.
물론 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것이고 어쩌면 시간의 손실을 감행해야 할런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무얼하든 2년이란 시간은 제가 또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하는 실정입니다. 교사도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열심히 꿈을 좇아 달려나간다 하지만
지금 저에겐 현실적인 답이 필요했던 터라
두분 말씀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냥 꿈을 좇아 열심히 하세요..라는 답을 바랬던게 아니였습니다.
허희영님의 말씀대로
임상심리사..라는 직업은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거.. 우려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정보도 필요했고
앞으로 더 탐색해볼 소지가 다분히 있었습니다.
정말정말 하고 싶은건지도 확신이 안섰었고,
그리고 또한
지금 하는 일을 좀더 전문적으로 할수 있는 곳으로 가서
우물을 팔 수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최대한 현업에서 길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전에 제가 읽은 책에 이런 글귀가 있더군요.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하루하루가 지겹도록 똑같았던건 바로 내가 원했기 때문이란걸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아마도....``

그만큼 아파했으면 됐다.. 그만큼 힘들어했으면 됐다..
간절히 원한다면 이제 스스로 옭아매었던 마음을 풀어주고 나오면 된다고.
헤어나오지 못하는건 결국 내가 원했기에 그런거라고.

제 구미에 딱 들어맞는 옷을 입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딱 들어맞는 직장을 구하는것도 쉽지 않을 테지요.
그래도 훗날에 난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하세요.. ^^

p.s : 혹시.. 이직 할때 도움이 되는 서적 추천해 주실수 있을런지요.
전에 어느 분이 '당신의 파트라슈 색깔..'을 추천해 주셔서 봤는데 괜찮더군요. 혹시 더 있을까 해서요.. ^^;;
IP *.73.8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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