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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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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8일 18시 47분 등록
안녕하세요?
얼마 전 우연히 구본형 님에 대해 알게 되어 이 곳까지 찾게 되었어요.

이 곳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제 자신이 다른 분들보다 더욱 초라하게 느껴져서 글을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초에 졸업을 하여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25세 여자입니다. 어릴적부터 학교 성적은 웬만큼 나왔기때문에 별 문제없이 대학에 갔습니다. 전공도 그냥 수능점수에 맞춰서 수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도 공부아닌 다른 교양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 아닌 책은 거의 읽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학교 공부는 웬만큼 해서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냥 성적만 잘나오면 되겠거니 하면서 습관적인 벼락치기 공부를 했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깊이있는 공부는 하지 않고, 성적만을 위해서 얕은 공부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성적은 A0정도로 나왔기때문에 그렇게 어영부영 살다보니 대학을 졸업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이런 패턴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어느 정도 성적만 유지하면 되겠거니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와서 남아있는 것은 대학 졸업장 뿐이었습니다. 머리 속엔 전공 지식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또 교양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제겐 없습니다. 그저 막연히 졸업을 하고, 또 제가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졸업 즈음에 대학원 시험도 보고, 대기업 시험도 한 번 보았는데 모두 떨어졌습니다. 면접이 문제였습니다. 성격이 워낙 소심하고 내성적인데다가 사람들앞에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이제는 '다 안되겠지.. 나 같은 사람을 누가 뽑아주겠어.. 아무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속에 파묻혀 버립니다.
이런 생각은 대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대학교 때까지 친구들도 몇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다 보면, 괜시리 두려워졌습니다. 이 친구가 나를 싫어할지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늘 타인의 시각을 신경쓰고, 그것에 맞춰서 생활하며 그런 모습들만 보여주다보니, 나중에 제 본 모습을 알게 되면 떠나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중학교 때 그런 친구가 있었거든요..그래서 어느 정도 친구를 사귀다가도 제가 갑자기 연락을 안하고 피하니까 자연히 사이는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먼저 피한 건 나 자신이면서 그로인해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해지기도 하구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대학 다닐 때, '더이상 이래서는 안되겠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내에 있는 학생상담센터에서 몇달동안 상담도 했었거든요. 그런데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제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었구요. 지금은 거의 집에 콕 박혀서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시간만 죽이고 있습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이러는 제자신을 비난하고 또 그것에 지쳐갑니다. 너무 한심해요..
직장을 갖든지, 대학원을 가든지, 아니면 하고싶은 분야를 찾아야 할텐데..도무지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가 하고싶은 것이 무언지 모르겠어요..부모님도 답답해 하시면서 평생 이렇게 살거냐고 자꾸 다그치시구요. 이렇게 부모님께서 벌어오신 돈 계속 축내면서 허송세월 보내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지금까지도 늘 부모님 그늘아래서 편하게만 살아왔는데, 효도는 못할망정 점점 나쁜 딸이 되는 것 같아요..하지만 어떤 일도 할 용기가 나질 않아요. 등에 짐이 너무 많아서 한 발짝도 나가기 힘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내가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어요..
이런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의욕상실, 계속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생각엔 책도 많이 읽어서 역사, 철학, 예술, 사회, 인문 분야에 대한 지식도 쌓고 싶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활기넘치게 살고 싶기도 하고, 자연과학이나 환경 분야의 공부도 하고 싶어요. 아니면 문화 분야를 새롭게 공부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막연하네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서 하고 싶은 건지, 제가 진정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구요.
제가 원하는 것, 즐거운 것, 미래로 삼고싶은 것을 빨리 찾고 싶어요..


한심스러운 하소연이 아닐까 걱정이네요..
그래도 채찍이나 당근, 어떤 것이든 정말 감사히 받을께요..
상담 꼭 부탁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252.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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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4.18 21:40:16 *.228.100.50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벌써 본인의 상황을 잘 인식하고 계시며 처방까지도 내려놓고 계시는 군요. 그런 점에서 자신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보다도 출발을 앞서 있는 듯 힙니다.

일단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싶으신건가요?
그러시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을 권해 드립니다.

먼저 A4용지 몇장을 준비하세요.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무조건 적어 보세요. 적으면서 이건 말도 안돼라는 부정적 생각이 떠오르면 무시하세요. 그냥 적는 겁니다. 적는데 누가 뭐라 할 건 없습니다. 적는다는 행위에 집중하시고 무조건 적습니다. 달나라에 가기도 좋습니다. 떠오르는 모든 것을 적으려고 노력하십시요.

시간은 5분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5분의 시간동안 써내려간 목표에 이제는 기한을 설정해 보십시요.

이건 5년 후 이건 10년후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최종적으로 1년내에 달성해야 할 것을 동그라미 쳐 보세요. 1년내에 본인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무엇인지를 찾아 보세요.

그렇게 몇개의 목록이 나오면 그중에 자신이 정말로 하나만 달성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것은 중요한 단계입니다. 시간관리에서의 핵심은 버릴 줄 아는 것입니다. 버리고 남는 것이 바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 그 목표가 정말로 자신이 진정을 원하는 것인지 물어 보세요.
내가 이것을 달성하면 무엇이 일어나는지 적어보세요.
달성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나에게 일어나는지 확인해 보세요.

이것이 처음 단계입니다. 그렇게 여러번 연습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게 됩니다. 이과정은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습니다.

자신에게 묻는 시간도 가지지 못한 많은 사회인들이 있습니다. 장지현님께서는 이미 자신에게 묻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은 분명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확신합니다.

장지현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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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6.04.19 13:17:52 *.243.250.15
당연히 해야할 고민을 당연히 해야할 시점에서 하시고 계시네요..

군대제대하고 집에서 6개월간 놀면서 지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놀면서 학교다니다 군대끌려가서 마치고 돌아왔는데
아노미 상태가 되버리더군요.^^ 24살때였습니다. 님께선 학점관리는 잘 하셨네요. 전 거의 학사경고수준이었는데요..

몇달간 무기력증에 시달리고...집밖으로 거의 안나가고...
우울증비슷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생각하다보니....현재 내가 헤메는 이유가,
지금까지 타인들이 정해준 틀속에서 살다가, 갑작스레 몇달간 소속감을 잃은탓임을 알았습니다. 물론 몇달후엔 복학할 예정이었지만..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남의 세계에 의지해서 살고있구나. 나를 규정할수 있는 외부의 틀이 없으니 적응이 안되는거구나. 내 세계를 만들어야겠다. 쪽팔린일이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구립도서관에 출퇴근했습니다. 당시 스스로 실천할수 있는 가장 만만한 방법이 독서였습니다. 내 주관을 갖기위해....배우고 익히고 생각하자. 책이 좋겠다.

석달간 9시부터 5시까지 거의 매일 책을 읽었습니다. 소설속에서는 다른이들의 인생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관이나 철학을 느낄수 있었고....고전을 통해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현자들의 검증된 지혜를 배울수 있었습니다. 실용서와 인문 사회학도 닥치는데로 읽었습니다. 반절도 이해못하더라도 작가가 주장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그러다보니 100여권이 넘는 책을 독파하게 되었고..어느덧 복학시기가 다가오자....자신감과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가 조금 넓어지고 있슴을 몸으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하고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도 좁혀지더군요. 복학후 몇몇 능력좋은 동기들을 꼬셔서 건축작업실을 만들었고...그들에게 밀린 건축을 배웠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늘 명심하는건.. 무기력하고 자신감이 없어질수록 무언가를 해야만 실마리가 풀린다는것입니다. 행하지 않고 고민만 하고..이궁리 저궁리만 하고 있는게 가장 안좋더라는거죠.

운동이든....독서든...취업이든...영화든...글쓰기든..석달정도 단기로 계획을 잡으시고 본인과 싸워보시는게 어떨까요. 아무리 별볼일없는 목표라도 석달간 성실히 실천한다면...그 자체만으로도 님은 슬럼프에서 벗어나실겁니다.

아 물론.....목표까지 달성하신다면 몇배의 만족감과 자신감이 덤으로 생기시겠지요. 너무 깊게 고민마시고.....한두가지 작은거라도 본인을 시험해보세요. 나의 세계로 가는 첫번째 길이라 생각합니다. 실천하시는 중에...의욕과 자신감이 증폭되는것을 느끼실겁니다.

주제넘은 조언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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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6.04.19 14:18:15 *.97.149.71
달리기를 해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건강한 신체에 자신감이 깃듭니다.
우선 자신감이 회복되어야 뭐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요수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 라는 책을 보시면, 그 뒤에
10주간 기간으로 10키로 달리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실제로 해보니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어요.
생활에 즐거움과 자신감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들이
갑자기 막 생각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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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솔
2006.04.19 14:40:47 *.106.205.128
여러가지 고민들로 이리저리 헤메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저랑 비슷한 상황이네요. 저 또한 많은 조언 얻고 갑니다. 지금 당장 실천해 보려 합니다. 힘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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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2006.04.20 18:01:50 *.216.53.196
지현님 지금에서야 사춘기가 온듯 싶네요
저도 지현님 나이때 방황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구본형선생님말처럼 방황과 모험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도 한때 심한 우울감에 빠져셔 몇달을 절망감속에서 보낸적이
있습니다.
용기내세요 ^^
그리고 매일 "난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최면을 거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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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현
2006.04.21 00:02:47 *.252.82.81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다들 거치는 그런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든든해졌어요.
이 답글 하나하나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변화를 향해 뛰어들어 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 혹은 무언의 압력보다
제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 보려구요.
청춘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며, 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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