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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3일 18시 36분 등록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신보, 2006년 6월 15일

‘어린왕자’로 유명한 생떽쥐베리는 전투기 조종사였다. 이 특이한 경력은 그를 매우 특별한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스페인 내란에 참여해 파시스트들과 싸웠다. 그는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소(Le Sourire)>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 이것이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허구의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저 나는 그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자, 이제 들어 보자.

그는 전투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그가 다음 날 처형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여기에 옮겨보겠다.

"나는 죽게 되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을 길이 없었다.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몸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한 개피가 있었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고 하겠는가. 나는 그를 불렀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사이에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는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리들 두 인간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는 그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 그의 입술에도 피어나게 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내 눈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나 또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한 사람의 간수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새로운 차원이 깃들어 있었다. 문득 그가 내게 물었다.

'아이들이 있소?'
'그럼요. 있구 말구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나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을 얘기했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해졌다. 나는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고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그가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서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나를 조용히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나를 안내했다. 마을 끝에 이르러 그는 나를 풀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미소 하나로 갑자기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를 죽일 수 없게 되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생명을 구해줄 수도 있다. 내가 간수였다면 나도 그러고 싶었을 것이다. 그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과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것이다. 간수와 죄수 사이의 현실적 문제들이 죄수를 놓아 주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고민하지 말자. 중요한 메시지는 죄수와 간수 사이의 복잡한 고민없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미소 하나로 상사의 마음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동료에게 나를 단번에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소와 웃음은 삶의 건강을 위한 신의 묘약이다. 웃을 일 미소 지을 일이 생겨야 겨우 따라 웃는 수동적 반응을 버리고, 상황 보다 먼저 웃을 수 있을까 ? 다시 말해 미소 지을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미소 지음으로 두 사람 모두 미소 지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과 상황을 이끌어 낼 수는 없을까 ? 담뱃불이 붙여질 때, 미소 지음으로 간수를 미소 짓게 하고 아이들 이야기를 하게하고 급기야 내 운명에 그가 나를 구할 수 있는 천사가 되게 하는 극적인 반전으로 이어지듯이 우리는 먼저 웃음으로 서로 웃을 수 있는 관계로의 발전으로 갈 수는 없을까 ? 왜 없겠는가. 내가 먼저 미소라는 시그널을 보내자.

두 눈으로 내 고객, 내 보스, 내 부하직원, 그리고 내 동료를 깊이 들여다보자. 아주 잠시여도 좋다. 어떤 사연으로 서로 만나게 되었는지 그 특별함에 고마워하자. 그 만남에 대하여, 그 우연한 조우에 대하여, 그것이 마치 운명적 만남인 것처럼 생각해 보자. 그저 얼굴을 조금 허물어 미소 지어 보자. 눈과 입과 볼로 그 사람에게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내 보자.

먼저 보내는 친밀한 신호, 그 작은 신호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들 모두 이 각박한 세상에서 그 작은 신호를 매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소라는 시그널,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이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내보자. 삶의 어느 순간을 느닷없는 극적 기쁨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작은 용기를 내 보자. 다행이 우리가 간수와 죄수의 적대적 신분으로 만나지 않은 것을 고마워하자. 그저 먼저 이 아름다운 작은 신호를 보내 보자.

그 사람의 얼굴이 내 신호를 받아 여울처럼 다시 미소로 되비치는 신기함을 즐겨보자. 내 하루가 차원이 다른 만남의 기쁨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껴보자.
IP *.116.3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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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導 혁재
2006.06.25 01:41:44 *.187.242.10
'조직이란 원래가 그런 곳이다' 라는 인식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미소' 보내기가 잘 안되었던 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아이디가 '미소사랑(misolove)' 인데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서 행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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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6.06.26 21:51:26 *.124.196.146
^______________^ 씨~익^*^ 지금 거실에 있는 내가족에게 웃음과 미소를 주었습니다. 울 아이들이 따라 미소 지어 주네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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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라
2006.06.27 10:11:36 *.46.15.12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이키는군요. 인간이 웃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그런데 '썩소'는 안되겠지요?

주석)요즘 아이들말로 썩은 미소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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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10 07:43:01 *.173.139.94
미소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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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08:45:06 *.160.80.20

과연 내가 그 간수였더라면,

그렇게 사람을 풀어줄 수 있었을까???

그런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들은 어쩜, 효율이란 이름으로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교육을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들,

하라는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이 자라나서 저 간수가 된다면,

그, 혹은 그녀는, 정해진 규범들과 자신이쳐해질 불이익을 감수하고

미소의 이야기처럼 인간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년의 사태들을 비추어,

사회의 지도층이라 불리웠던 우병우, 김기춘, 박근혜. 등등의

'지식인'들의 행태는 우리사회 모두의 잘못. 특히 교육시스탬의 잘못이 아닐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아이들이 어떤 '대학'을 가기를 원하기에 앞서서

어떤 자기판단과 사고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지에대해

나 자신부터 고민하고 바꾸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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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08:49:52 *.126.113.216

https://youtu.be/SVPa4ELuTBA

유시민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강의를 붙여둔다.

한번 차분히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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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10:28:51 *.212.217.154

포로의 목숨을 살려준 그 간수의 미소를

조직안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그 조직의 웃음으로 번져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조직안의 웃음이 꽃피울 수 있게 하자.

그것이 리더가 조직을 춤추게하는 열쇠중의 하나이다.

조직이 춤춘다면,

그 조직이 만들어내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 또한 춤추게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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