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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8일 08시 52분 등록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남는 투자
success partner, 2006년 )

춘추전국시대 중국은 중국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또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대였다. 누가 어떤 사람을 얻느냐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라졌다. 사람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했고, 인재들은 그들을 대하는 군주의 태도와 지지의 정도에 따라 언제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거취를 옮겼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곧 천하였던 이 시대는 21세기 기업의 세계와 가장 유사한 글로벌 환경을 제공했던 인재의 시대였다.

이 시대 제나라 재상 전영의 아들에 전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오래 동안 한 나라의 재상으로 있었기 때문에 권력과 부를 가진 가문에서 태어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서출이었다. 그리고 전영은 여러 명의 처첩을 두었기 때문에 아들만 무려 40명이나 되었다.

비록 전문이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자리는 그저 권문세가의 수 많은 첩의 아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그는 아비가 버린 자식이기도 했다. 첩의 몸에서 태어나 대수롭지 않을 뿐 아니라, 당시에는 5월 5일 태어난 아이가 남자면 그 아버지에게 해를 끼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전문이 태어난 날이 바로 양기가 가장 강하다는 5월 5일 이었다.

아비는 아이를 키우지 못하게 했으나 그 어미가 차마 버릴 수 없어 몰래 키웠다. 전문이 장성하여 그 생각이 남과 달라지자 어미가 아들을 보내 그 아버지인 전영을 찾아가게 했다. 그 첫 대면이 남다르다.

아이를 데리고 전영을 찾아가자 아비는 전문의 어미에게 고함을 질렀다.
“나는 너에게 저 아이를 버리라 했는데, 감히 키운 이유가 무엇이냐 ? ”

그러자 전문이 어미를 대신하여 물었다.
“아버지께서 저를 버리라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 ”
“5월에 태어난 아이는 키가 문의 높이만큼 자라면 그 부모에게 해를 키치기 때문이다. ”

전문이 다시 물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그 운명을 하늘에서부터 받은 것입니까 ? 아니면 문으로부터 받은 것입니까 ? 사람의 운명이 하늘에서부터 받은 것이라면 아버지께서는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만일 문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면, 문을 높이면 그만입니다. 무엇을 근심하십니까 ? ”

아버지 전영은 묵묵히 듣고 있다 전문을 돌려 보냈다. 마음 속에 전문에 대한 특별함이 생겨났다.

그 후 얼마의 세월이 흘러간 어느 날 한가한 틈을 타서 전문은 아버지 전영은 찾아와 물었다.
“아들의 아들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 "
"손자다“
“손자의 손자를 무엇이라 부릅니까 ?”
“현손이라 한다 ”
“현손의 현손을 무엇이라 부릅니까 ? ”
“모르겠다”
그러자 전문이 말했다.

“아버지 께서는 제나라의 재상으로 3명의 왕을 모셔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나라의 땅은 한 뼘도 넓어지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재산은 천만금이 넘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문하에는 어진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듣건데 장수의 가문에는 반드시 장수가 있고, 재상의 집안에는 반드시 재상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지금 아버지의 후궁들은 아름다운 비단옷을 끌고 다니지만 선비들은 짧은 바지조차 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첩과 하인은 쌀밥과 고기를 실컷 먹고도 남아돌지만 선비들은 술찌게미 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쌓아 둔 것은 남아돌지만, 나라의 힘은 날로 쇠약해 지는 것을 잊고 계십니다. 왜 이렇게 많은 재산을 쌓아 두고 이름도 알지도 못하는 후손들을 위해 물려 주려 하십니까 ? 저는 이것이 이상합니다”

첫 만남 이 후 전문을 눈여겨 보고 있던 아버지는 전문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빈객을 모아들이고 천하의 선비들을 모으게 했다. 아버지가 죽은 후, 전문은 설 땅의 영주가 되어 이름을 떨치게 되니 이 사람이 바로 유명한 맹상군이다.

맹상군은 소위 ‘계명구도’라는 일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사람이다. 간단히 이 일화를 소개해 보자. 진나라 소왕은 제나라의 맹상군이 어질어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는 소문을 듣고 맹상군을 초빙했다. 찬반 논란이 많았지만 제나라 왕은 진나라의 요청에 따라 맹상군을 진으로 보내 두 나라의 우의를 높이게 했다.

진나라 왕은 맹상군을 등용하여 재상으로 쓰려 했지만 기득권을 가진 진의 신하들이 위기감을 느껴 ‘맹상군을 등용하면 몸은 진나라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땅 제나라를 위해 일할 것’이라며 반대하였다. 당시의 관행에 따르면 인재를 등용해서 내 사람으로 만들면 좋고, 그렇지 못하면 그 사람이 경쟁국을 위해 일하지 못하도록 제거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맹상군 역시 진나라 이국땅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맹상군은 진나라 왕의 애첩에게 사람을 넣어 그를 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애첩은 그 댓가로 ‘여우 겨드랑이 흰털로 만든 옷’을 요구했다. 그것은 천금이 나가는 보물이었고 한 때 맹상군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진나라 왕에게 선물로 바친 것이었다. 서로 상의 했지만 묘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맹상군의 식객 중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던 자가 나서 그 보물을 왕의 창고에서 훔쳐오겠다고 나섰다. 어두운 밤 개의 흉내를 내어 왕궁으로 잡입한 식객이 옷을 훔쳐오자 맹상군은 그것을 왕의 애첩에게 바쳤다. 애첩은 진나라 왕을 설득하여 맹상군을 풀어 주게 했다.

감옥을 나와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한 맹상군의 일행이 진나라 국경의 함곡관에 당도했지만 날이 밝지 않아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진나라왕은 맹상군을 놓아 준 후, 그가 도주 했다는 보고를 받고 곧 후회하며 추격병을 따라 붙게 했다.

성문은 닫혀있고 추병의 추쇄가 급할 때, 역시 식객 중 천한 자 하나가 목청껏 닭소리를 내었다. 마을의 닭들이 따라 울자 성문지기는 성문을 열었다. 맹상군의 일행은 사지를 겨우 벗어나게 되었고, 공이 큰 두 사람에게 큰 상을 주었다. 그 후 사람들은 닭울음을 잘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도둑이라는 의미로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성어를 만들어 내었다.

이 말은 그 후 하찮아 보이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재주가 있으며, 그 재주를 잘 쓰게 되면 세상에 자신을 나타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일화로 종종 쓰이게 되었다.

강국 제나라의 재상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40명이나 되는 아들들 사이에서 그 나마 서출의 자리로부터 몸을 일으켜 한 나라의 군주 보다 더 높은 명망과 영향력을 지녔던 맹상군은 매우 특별한 인사 원칙과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인재의 시대에 그의 인사 요결을 되돌아 음미해 보는 것은 특별한 지혜를 얻어 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맹상군의 투자처는 재물이 아니고 사람이다. 그는 일찍이 아버지를 설득하여 아버지의 재산이 부의 본질이 아니라 부귀와 권력의 기초가 훌륭한 인물들임을 분명히 했다. 재산을 풀어 사람들을 자신의 주위로 끌어 모았다. 한때 그의 주변에 모인 인물들의 수가 3천을 넘어 그의 위세와 영향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또 하나 그의 개인적 신념 속에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재주가 있으며, 그에게 그 재주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그가 가장 훌륭히 자기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계명구도는 그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일화라 할 수 있다. 하찮아 보이지만 언젠가 긴히 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문하로 받아들여 정성껏 보살폈던 것이다.

맹상군의 인사 원칙에 숨어 있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종종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는 핵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 그가 사람을 식객으로 받아들이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늘 병풍 뒤에 서사를 배치하고 하는 말을 일일이 받아 적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고향, 부모, 친척들의 상황과 주소를 적어 두게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사람의 일가친척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이것은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늘 대화를 기록하여 정리하게 하고 필요에 따라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당사자가 자신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또한 그는 일단 출신과 현재의 지위에 따라 사람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여 대접했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전사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중간 계층인 사람들은 행사에 머물게 하고, 상등의 빈객은 대사에 머물게 하여 대우를 달리했다. 특히 대사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드나들 때 수레를 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말하자면 자가용 서비스를 제공해 준 셈이다.

그러나 한번 정해진 대우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켜보아 특별히 자신의 대우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 평가하여 달리 대우를 해 주곤 했다.

예를 들어 풍환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 묵는 전사에 머물게 된 것에 불만을 내비쳤다. 그래서 칼로 손을 두드리며 ‘긴 칼아 가자. 식사에 생선이 오르지 않는구나’라고 노래를 불렀다. 맹상군이 보니 풍모가 좋고 말을 잘했다. 그래서 중간 계층이 머무는 행사에 머물게 하여 식사에 생선을 올려 주었다.

닷새가 지난 후 맹상군은 숙사의 관리자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관리자가 또 풍환이 칼을 두드리며, ‘돌아가자 긴 칼아, 나가려 해도 수레가 없구나’ 하고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맹상군은 그의 거처를 대사로 옮겨 주었다. 그후 풍환은 맹상군이 실각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 떠날 때도 그를 보필하였고,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공을 세웠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재능에 맞도록 대우를 달리하고 늘 잘못 평가 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우려 그들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현실적 대우를 적절히 가져갔다는 점이다.

그 후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실제로 맹상군의 고향인 제나라의 설 땅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 마을의 풍속이 다른 마을과 달리 자유롭고 사나운 기운이 느껴져 그 동네 원로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옛날에 맹상군이 천하의 선비와 협객은 물론 무법자 까지도 불러 들여 한때 6만 가구나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설 땅은 대대로 농사지어 온 정착민들의 마을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자신의 재능을 팔아 출세하려는 이주자들의 마을이었기 때문에 어느 마을 보다 거칠고 사나웠지만 진취적이고 자유로웠던 것이다. 정착민 사회의 보수성과 이주자 사회의 진취성의 일면을 보여 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점에서도 맹상군의 마을은 21 세기 글로벌 집단의 주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재를 발굴하고, 유지하고, 활용해야하는 21세기 경영자의 마음과 맹상군의 마음이 25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렇게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IP *.116.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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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6.12.30 06:42:14 *.173.139.94
아 인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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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8 17:19:34 *.212.217.154

돈을 쫓고 사람을 놓치면, 둘 다 버리는 것이요,

사람을 쫓고 돈을 뒤로 미룬다면, 둘 모두를 취하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것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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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5 12:20:04 *.32.9.56

적절한 인재를 살펴서

그에게 알맞는 역할을 찾아줄 수 있는것.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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