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6894
  • 댓글 수 13
  • 추천 수 0
2006년 12월 17일 03시 45분 등록

실천에 대하여, 행복한 동행, ( 2월호, 2007년 )


얼마 전에 피아니스트 백건우선생의 초대석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훌륭한 대가들처럼 그 역시 연습 벌레입니다. ‘연습- 연주- 짧은 연주여행 - 다시 연습 - 또 연습’, 아마 이것이 그 분의 인생인 것 같았습니다. 이 연습 벌레에게 한 피아노전공 학생이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그 연습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선생님도 연습하기 싫은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 ”
그가 대답했습니다.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별로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휴식이 필요하면 장을 좀 보고 간단한 요리를 합니다.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 식으로 마음대로 합니다. 잠시 쉬면 음악이 나를 구해 줍니다. 음악이 나에게 다시 힘을 줍니다.”
나는 훌륭한 대답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살다보면 이 학생처럼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실행력에 개탄하고 실망한 적이 많지요 ? 아마 내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 분도 그런 것 같습니다.
***************************************

선생님, 오늘은 실천력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동기의식, 열정, 목표의식이 부족해서인지 저는 실천이 약합니다. 계획이 잘못 되어선지, 끈기가 부족한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최선을 다하지 못합니다. 마음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데...정말 마음만은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한때 열정(?)과 관심을 기울리다가도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고, 나는 과거의 나로 되돌아갑니다.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하나는 현각스님의 책에서 읽은 일화입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숭산스님에게 법문도 듣고 불교공부도 꽤 오래 하다가 출가할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숭산스님이 출가 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냐고 물더래요. 98%쯤 된다고 말했더니 숭산스님 왈 완전히 100%가 될 때 출가 하라고 했답니다. 나머지 1-2%가 나중에는 큰 장애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뭐 출가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출가라는 일생일대의 일과 일상의 작은 일들을 비교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모든 일을 시작할 때 100% 확신을 갖고 시작하면 실천에 어려움이 없을까요 ?

또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고흐의 삶은 어떻게 설명되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 제가 보기에 고호의 경우는 어떤 목표의식보다는 자신의 영감같은 것에 끌려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요. 그런 걸 보면, 목표의식 보다는
알 수 없는 열정이 실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닌지요 ?

한편 시행착오 속에 깨달아 가는 것이 삶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을 쓰고 보니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합니다. 해답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일 테니까요. 감기 조심하세요.
************************************

나는 이 분이 느닷없이 ‘감기 조심하세요’ 라고 써 놓은 곳에서 웃고 말았습니다. 그래요. 감기에 걸려 콧물 흘리듯 우리 모두 살다보면 실천력 누수 증세에 시달립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우리 이 이야기를 좀 함께 나누어 보도록 하지요.

우선 실천이 무엇의 함수인지 좀 알아보아야겠어요. 아마 동기, 열정, 인내, 노력, 약속, 계획의 완벽성, 독한 마음등등 연관되어 생각나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만 골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백건우 선생 이야기를 했지요 ? 거기에 힌트가 있어요. 실천력의 결정적인 기초는 ‘그 일이 하고 싶은 일이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평소 실천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하고 싶은 일을 시키면 밤을 샐 수 있거든요. 어렸을 때 엄마가 만화나 오락에 빠져있는 우리들을 보고 머리를 쥐어 박으며 한 말이 바로, “야 임마, 공부를 그렇게 해봐라. 일등 못하나” 였잖아요 ? 그래요. 공부는 하기 싫고 만화는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밤새워 보고 낄낄 댔던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세요. 이것이 첫 번 째 조건입니다.

숭산스님이 현각스님에게 물은 것도 그것일 겁니다. ‘이것이 진정 네가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이냐’는 질문이거든요. 무슨 일을 계획하든 그것을 끝까지 열정적으로 잘해 내고 싶으면 그 일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물어 보세요. 금연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기 보다는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어렵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서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고흐도 그렇고 백건우도 그렇습니다. 당신도 그럴 것입니다. 하고 싶은 욕망이 바로 실천력의 근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여 그 일을 일상으로 데려 오세요. 그러면 미친 듯 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노력이예요. 이건 인위적 인내지요. 다시 백건우 선생이 한 말을 떠 올리세요. “음악이 다시 힘을 줄 것입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좋아서 그 일을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재능의 벽일 수도 있고, 인생의 또 다른 가능성이 만들어 낸 유혹의 벽일 수도 있겠지요.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 연습해야 합니다. 재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아요. 재능은 종종 우리를 게으름으로 이끄는 위험한 것입니다. 재능 위에 애쓰는 마음 그 정성을 더해줘야 좋은 꽃이 피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 마세요. 음악가에게 음악이 다시 힘을 주고 미술가에게는 미술이 다시 힘을 주듯, 좋아서 시작한 그 일이 다시 힘을 줄 것입니다. 거기서 힘을 찾아내세요. 그리고 조금 쉰 후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요.

회의와 주저함과 게으름은 일단 길을 떠난 나그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 길 위에서 묻고 그 길 위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세요. 그래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 해야 매일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다 그 말이지요.

세 번째는 노력을 습관화 시키는 것입니다. 땀은 아주 매력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고된 것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싶으면 시간을 정하세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양만큼 하세요. 그러면 좋은 습관이 들게 됩니다.

좋은 습관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 그건 계획을 종이에 써두거나 머리 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근육 속에 기억시키는 것입니다. 매일 그때가 되면 그 일을 하도록 프로그램해 두는 것이지요. 그러면 매일 그 일을 시작해야 하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 시간이 되면 그 일을 시작하니까요.

나는 매일 새벽 4 시에 일어 납니다. 남들은 내가 무척 부지런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4시에 일어나냐고 말합니다. 별종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침 7시에 일나는 것이나 9시에 일어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건 그저 단순한 습관일 뿐이니까요. 그대신 나는 4시에 일어나서 매일 글을 씁니다. 그러면 일 년이면 책 한권이 써 집니다. 10년 째 이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내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서로 통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좋고, 그 길이 내 길이라고 믿고 있으니, 모든 우선순위 보다 그 일이 중요하고, 그래서 매일 가장 잘 깨어 있는 시간에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지요. 백건우는 매일 피아노를 치고, 고흐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현각은 매일 불도를 닦고, 저는 매일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대도 매일 그대가 원하는 그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실천이란 결국 당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합니다. 먼저 마음 속에 오래 묻어 두었던 하고 싶은 일의 한 싹을 찾아 내세요. 그리고 정성껏 그것을 키워 보세요. 정말 관심을 가진 것을 찾게 되면, 결국은 그 일 때문에 일어서고 그 일 때문에 위로 받고 그 일 때문에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2007년 올해는 그대에게 그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군요.
IP *.116.34.239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6.12.17 14:35:30 *.145.231.158
언제나 변함없는 말씀에 힘을 얻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포기하고 싶을 때,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질 때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프로필 이미지
김지현
2006.12.17 17:00:22 *.231.31.134
늘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 자리인 저를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안되는 것인지 머리는 이해하는데 몸으로 실천은 안되는지
아마 제가 스스로 깨치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구본형 소장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재즐짱
2006.12.17 22:54:36 *.47.85.166
이곳에서 항상 많은 것을 깨닫고 감동받고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光賢
2006.12.18 00:24:34 *.239.80.137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석경이
2006.12.18 11:42:09 *.145.195.228
몇일전에삼성코엑스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편안한목소리로 하셨지만 전많은 열정과 동기부여 를받고왔습니다 실천을 잘 하라고저에게 말씀하셨지요 실천잘하고 다시글 올리겠니다
프로필 이미지
눈큼이
2006.12.18 12:26:13 *.157.82.166
하고 싶은일...진정으로 하고 싶은일...나의 삶이 실천의 삶이 되기 위한 발걸음...하고 싶은일...하고 싶은일의 구체화없인 안됨을 전 이미 생활해 알기에...아마도 전 구체화 없는 하고 싶음으로,,,살아 왔던 것 같네요...오늘부터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건 아마도 10년후의 나의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3년 후의 나의 모습으로 묘사되어야만 하겠지요...하고 싶은 일을 17여년간 가지고 왔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로 남아 있는 저가...한심하지만, 시작합니다.
이제 가는것만 남았습니다...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 살아가야할 지금의 기로에서 전 서 있습니다.
이제 한걸음을 시작할 양으로 갑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제주도의 정명윤
2006.12.22 11:07:15 *.223.186.200
선생님의 말씀처럼 "오늘 눈부신 하루가 될것 같네요"~~~,ㅎㅎ 저도 선생님을 직접뵙고 강의도 듣고 싶은데....,혹시 제주에 강의하러 오실기회는 없는지요~~???
프로필 이미지
신정훈
2006.12.24 07:21:11 *.173.139.94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구본형
2006.12.24 10:39:05 *.116.34.171
종종 가지만 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라 일반 대중들과 만나기 어렵군요. 그러나 나는 이곳에 가끔 좋은 글과 안부를 남겨 두는 '정명윤'이라는 분이 제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신상윤
2006.12.29 11:21:54 *.190.49.33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프로필 이미지
교강
2007.01.01 21:49:45 *.252.88.40
좀더 노력하고 ,깊이 생각하고, 내면의 나와 만나 진정한 나의길을 찾아 좀더 헤메야 할 것 같습니다...물론 그 기간이 계속되어선 안되겠죠
실행 실천이란것은 그 이후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조급함과 욕심이 뭔가를 해야한다는 쪽으로 몰았던건 아닌지 생각도 듭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으며 여러번 답글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연말이라 이래저래 바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 자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그저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없었네요.. 이제 시간이 흘러 조금은 균형잡은 맘으로 제 자신을 바라볼수 있는거 같고 이렇게 글을 쓸수 있는 여유가 생기네요..
2007년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염치 없지만 새해에도 종종 선생님의 좋은 말씀 기대해도 되겠죠
프로필 이미지
2016.11.08 09:43:17 *.126.113.216

마치, 내 자신이 보낸 질문지처럼

과거에 내가 했던 고민과 같아서 놀랐다.

많은 젊은이들, 혹은 나이를 떠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에대한 깊은 고민에서 출발해서

지금도 하루하루 발버둥 치고 있다,

1.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고

2. 노력을 하며

3. 습관 - 꾸준함, 매일의 힘

참 다행스럽게도,

이십년을 발버둥 친 후에

내가 해야할 일은 찾았다.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것

쉽지는 않겠지만, 즐겁게, 노래 부르며 뚜벅뚜벅 걸어가야 겠다.


아, 물론 구본형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선생님과 소주 한잔 할 수 없음이 아쉬워지는 마지막 가을날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7.10.20 11:00:14 *.139.108.199

쉽게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바로잡기 위해,

매일매일 이곳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실천하는 하루 되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컬처 코드- 미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가볍지만 설득력 있는 재미있는 재담 [3] 구본형 2007.03.12 5871
282 꽃은 하루 밤 사이에 피고 버드나무는 하루 밤 사이에 푸르러 진다. [2] 구본형 2007.03.12 6405
281 굿바이, 게으름 [10] 구본형 2007.02.12 9178
280 관자 [2] 구본형 2007.02.12 6183
279 왜 변화의 경영에 실패하는가 ? [2] 구본형 2007.02.12 6252
278 인생을 훌륭하게 사는 법은 아주 많다 [3] 구본형 2007.02.12 8976
277 인생 최고의 혁명 [3] 구본형 2007.02.12 6462
276 년초에 세상의 변화를 엿보자 [2] 구본형 2007.02.12 5699
275 포스트 모던 마케팅 [4] 구본형 2007.01.18 5843
274 내가 신문을 읽는 법 [6] 구본형 2007.01.18 8243
273 올해는 불일치의 간격을 줄여보자 [6] 구본형 2007.01.18 5749
272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법 [5] 구본형 2007.01.18 6536
271 늘 신선하고 창조적인 하루를 살기 위해서 [5] 구본형 2007.01.18 6363
270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6 - 신뢰 [3] 구본형 2006.12.26 6117
269 양심과 신념 vs. 독선과 아집 [4] 구본형 2006.12.19 7292
268 빈곤의 종말 [4] 구본형 2006.12.19 6208
267 열정과 기질 [4] 구본형 2006.12.19 6466
» 실천에 대하여 [13] 구본형 2006.12.17 6894
265 가장 중요했던 시험문제 [8] 구본형 2006.12.04 6008
264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5 - 개성과 어울림의 법칙 [5] 구본형 2006.12.04 5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