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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2일 21시 00분 등록
왜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에 고도의 열정을 투입하기 어려울까 ?
삼성에세이, 3월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 강연을 할 때 나는 종종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 보라고 말한다. 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경우는 회사의 크기나 업종에 관계없이 대략 20 % 내외의 직원들이 현재의 직무에 만족한다고 손을 든다. 직장인의 비애를 보여 주는 아주 단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현재의 직무에 대하여 만족하는가 ? 아니면 불만족스럽다고 여기는가 ? 아니면 그게 그렇게 간단히 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여겨 손들기를 망설이는가 ?

만족이란 매우 복합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학자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기 위해 좀 더 체계적인 연구를 해왔다. 특히 직무 만족과 관련한 연구 영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람 중의 하나는 프레더릭 허츠버그라는 심리학자다. 그는 직무 만족과 직무 불만족은 서로 반대되는 대립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직무 만족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 그 자체의 내용이나 본질적인 가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흥미를 느끼며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일에 만족하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직무의 불만족은 일의 내용에서 오기 보다는 다른 외적 요소,

예를 들어 적은 임금, 불결하거나 위험한 작업 조건, 무례하고 강압적이며 비열한 상사같은 요소들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외적 요소들을 ‘위생요소’ (hygiene factor)라고 불렀다. 만약 회사가 봉급을 올리고, 복지비용을 증액하고, 현대적 근무 시설을 갖추고, 사려깊은 관리자를 양성해 낸다면 직원들의 직무불만족은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불만족이 줄어들면 직무 만족도가 높아질까 ? 그럴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허츠버그는 위생요소들을 개선하여 직무의 불만족을 줄였다고 하여 그것이 직무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직무의 만족은 일의 내용 자체로부터 오기 때문에 일의 내용이 바뀌지 않는 한 위생요소가 개선되더라도 직원들은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직원들조차도 이 점에서 표현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설문조사를 통하여 불만족스러운 근무 환경이 나아지면 점점 더 만족스러워 진다고 대답은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의 경우도 이런 착시 현상이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내가 강연 현장에서 ‘지금하고 있는 직무에 대하여 만족하는 사람’을 손들게 했을 때, 대체로 공무원들은 거의 1/3 가량이 손을 들었다. 이것은 대략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업의 경우 보다 대단히 높은 만족도가 아닐 수 없다. 불안정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 받고 있다는 점, 사기업의 직장인들 처럼 매출과 수익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녀할 만큼 업무의 스트레스가 높지 않다는 점등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어서 ‘현재의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 바치고 있는가 ? ’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 10% 만이 손을 들었다. 이 저조한 수치는 다른 일반 기업들의 수치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조사 대상이 되었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직무 외적인 위생 요소들에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자신의 직무를 무난하게 여기고 만족스럽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었다. 그들은 ‘불만족스럽지 않다’는 것과 ‘만족스럽다’는 뜻을 혼용하여 사용한 것이다.

이점에서 허츠버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위생요소를 개선해도 직무 자체가 의미있고 흥미롭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 일에 열정을 바치지 못하기 때문에 고도로 생산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을 직무에 몰입시키려면 직무의 외적 요인을 향상시켜 불만족을 줄이는 동시에 그가 원하는 직무를 찾아 주는 직무재설계를 통해 만족도를 높혀 주어야 한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의미를 갖는 일에 혼신을 바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허츠버그의 발견을 우리 식으로 다시 쓰면 대략 이런 이야기일 것이다.

“ 봉급을 올려 주면 직원은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 바칠 것으로 생각하지 마라. 다만 봉급만큼만 일 할 것이다. 봉급이 오른 만큼 더 열심히 일할 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다. 여직원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해 주면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일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져 직무에 더 몰입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만 그들의 직무 불만족을 낮추어 주어 그 일로 인해 생산성이 저하되는 일을 막을 수는 있다.

위생요소란 결국 부족할 때 불만족을 상승시켜 일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만들지만, 그것이 충족된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열정적인 직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직장 생활에서의 직무 만족도를 높여 그가 가진 모든 능력과 열정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그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최고의 동기 부여일 수 밖에 없다. 때때로 직원조차도 자신이 무슨 직무를 맡고 싶은 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사와 정기적으로 구체적인 직무수행의 내용과 수준을 놓고 진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려면 관리자가 자신의 최우선적인 관심사를 직원에게 맞추어 놓아야 한다. 특히 직원의 전체적인 캐리어 패스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만들고 그 청사진 아래 자기 계발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이 따라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직장 생활의 일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사’라는 위생 요소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상사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른 심리적 여파는 동서양이 매우 다르다. 서양 역시 직장에서 자신을 감시하고 모욕을 주고 무례하고 악의적인 상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직장인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한국처럼 그렇게 상처가 크지는 않다.

특히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라는 문화적 무의식 속에 있다. 늘 관심의 초점은 자기 자신에게 돌려져 있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 일을 좋아 한다면, 상사가 누구든지 그 사람을 자신의 일과 분리시키는 데 한국인들 보다 훨씬 독립적이다. 비록 상사와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더라도 비교적 마음의 상처도 적다. 홀로서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일로 부터 온다기보다는 악화된 대인관계로부터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상사들로부터 받는 압박은 대단히 견디기 어렵다. 한국 사회의 특징 중의 하나는 우리가 관계중심적인 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사’는 직무 외적인 존재지만 단순한 위생요소 중의 하나라기 보다는 하루하루의 직장 생활의 품질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상사가 있으나 마나하면 편한 시어머니 같아서 모욕을 받지도 않겠지만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좋은 상사가 전력을 다해 가르치고 배려해 주면 직장 운이 대통한 것이다. 반면 무례한 상사가 비열한 방법으로 날마다 갈구어대면 버티기 어렵다. 내 홈페이지의 상담란은 이런 사람들의 고민으로 빡빡하다. 당신은 어떤 상사 밑에 있는가 ? 그리고 당신은 어떤 상사인가 ?

좋은 리더가 되면 그 복이 3대에 이른다. 이것이 내 지론이다. 현명하고 좋은 상사가 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훌륭한 투자다. 스스로의 리더십을 키우는 투자이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을 부하직원들에게서 빌려오기 위한 전략이다.

두 가지만 초점을 맞추어 주자. 첫째는 부하 직원들을 쓸데없이 괴롭혀 그들의 하루를 끔찍하게 하는 ‘불만족의 원천’이 되지 말자. 둘째는 한 발 더 나아가 직원이 일에 몰입하도록 최대한 그들의 기질과 능력에 맞는 직무 내용을 연결해 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 개인의 강점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정규적인 개인 멘토링 과정이 중요하다. 일에 시간을 쏟는 대신 사람에 시간을 쏟을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

리더는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몰고 가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리더십이란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그 일을 성취해 내도록 하는 ‘사람들에 관한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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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자
2007.05.09 17:02:59 *.179.205.243
사람에게 시간을 쏟자 - -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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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11:43:17 *.212.217.154

3대가 복 받을 수 있는,

그런 리더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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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0:48:46 *.241.242.156

리더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주는 단련에 의해 태어나겠지요.


선생님의 글은 그런 담금질의 좋은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다시한번 마음에 새기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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