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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2일 11시 48분 등록
사람 사이에 긍정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몇 가지 방법,
원자력문화 재단, 2007년 3월 20일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파리에서 처음 활동사진으로 열차가 달려드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관객들은 이 장면에 기겁을 하며 의자 밑에 숨는 소동을 벌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두려움은 중뇌의 편도에 강한 자극을 미친다. 편도는 뇌에 장착된 레이더다. 그것은 뇌의 조기 경보체계이며 감정의 전염을 담당한다. 감정은 로 로드(law road)라고 불리는 신경회로를 타고 두려움을 전달한다.

한편 하이 로드 (high road)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회로는 감정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해준다. 감정의 전염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게 만든다. 하이 로드는 실행중추이기 때문에 로 로드의 꼭두각시 행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즉 공포영화를 보면 두려움을 느끼지만(로 로드) 일어나 도망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영화일 뿐이야’라고 하이 로드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로 로드는 느끼게 하고 하이로드는 평가하게 한다. 그래서 SF 작가 로버트 하인리히는 “인간의 합리적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 하는 동물‘ 이라고 말한다.

조금 만 더 들어가 보자. 신경과학에 따르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뇌와 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생겨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화나는 관계에 노출되면 반복된 경험이 뇌의 시냅스의 연결을 다시 만들어 내기 때문에 뇌의 회로가 바뀐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상대방을 보기만해도 화가 나게 되어 있다. 이것을 신경성형이라 부른다.

바꾸어 이야기 하면 좋은 관계를 창조 한다는 것은 즐겁고 기쁜 관계를 반복함으로써 ‘나-너’ 사이에 긍정적인 신경성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지능 Social Quotient 이란 사람사이에 이런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가 사회적 지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훌륭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매우 유용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능숙한 조언자, 뛰어난 외교관, 유능한 협상가, 유력한 정치인, 성과가 뛰어나 영업사원, 훌륭한 교사, 통찰력 뛰어난 치료사등은 모두 사회적 지능이 높다.

다행히 사회적 지능 역시 계발될 수 있다. 그 핵심을 알아 자신의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매일 다른 사람과 부대껴야하는 직장인들은 상사나 동료 혹은 후배들과의 관계, 고객이나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직장 생활의 품질을 결정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 관계의 역학이 가지는 핵심을 체화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타인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지능을 계발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은 다른 사람의 내적 상태를 ‘이해하고 느끼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때는 원초적인 감정이입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먼저 상대방의 비언어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언어적 신호라는 것은 그 사람의 동작, 자세, 어루만짐, 시선 맞추기, 목소리 톤, 말의 속도등을 의미한다.

‘디세미아’라는 증세는 비언어적 신호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사회적 장님들은 이런 증세를 가지고 있다. 비언어적 신호를 잘 감지해내려면 그 사람의 표정과 눈빛을 따라하는 것이 좋다. 작가인 에드가 알런 포는 “그 사람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면, 그가 머리 속으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지 알수 있다” 고 설파한 바 있다. 얼굴은 아주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다음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파악했다고 해서 아직 그 사람과 효과적인 상호 관계가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그 사람과 일체감을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파도타기 같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내는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하여 함께 비언어적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너를 느끼고 이해한다는 것, ‘너의 마음으로 너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는 이 일체감이 곧 신뢰의 온상인 것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울타리를 허물거나 싸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고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 이루어지면 비로소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일단 감정적 일체감이 만들어 졌다면 그 다음은 자기를 효과적으로 들어내는 훈련이 중요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 중의 하나인 레이건은 사회적 지능이 대단히 높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80년 미국의 공화당 후보경선 장면이 TV 로 중계되었다. 레이건이 요점을 말하기 전에 시간을 재는 사람이 마이크를 꺼 버리자 상대방 마이크를 빼앗아 화난 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 쇼를 나오기 위해 돈을 냈습니다. 이 마이크 사용료도 냈어요”

방청객들은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보여준 단호한 모습에 환호했고, 이 작은 에피소드는 후보 경선의 전환점이 된 것으로 평가 받았다. 감정의 절제와 차단뿐 아니라 적절한 감정의 노출 역시 중요한 자기표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회적 지능은 관계의 능력이다. 그리고 감정은 그 관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감정은 바이러스처럼 잘 퍼진다. 나쁜 감정은 오래 남는다. 감성은 잔광이 강하다. 동시에 좋은 감정은 신뢰의 기초가 된다. 훌륭한 조언도 이 정서적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표출되면 잔소리에 불과하다.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이런 거래를 감성의 경제학이라고 부른다.

꼭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사회적 지능을 처세술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채우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능수능란한 것이 곧 사회적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겉에서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관계뿐 아니라 안에서 내가 바라보는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팍이 다른 감정적 불일치는 우리의 감정을 소진하게 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켜 위선을 조장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르틴 부버가 말하는 ‘너-나’ 의 관계를 존중해야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나-그것’의 관계로 타락할 때, 사회는 ‘효율적이지만 사랑이 결핍된 제도’에 지나지 않게 되고, 결국 ‘만인에 의한 만인의 이해관계’ 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이용가치로 사람을 평가하게 되고, 인간의 감정조차 상업화 될 것이다. 결국 그 첫 번 째 희생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먼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돌봐주고, 적절하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을 매일 게을리 하지 말자. 어제보다 나아지면 스스로 많이 칭찬해 주자. 그리고 이 기초 위에 다른 사람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도와주자. 이것이 진정한 ‘나-너’의 아름다운 관계인 것이다.

IP *.128.2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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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13:34:44 *.212.217.154

오늘도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조그마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람사이의 문제처럼 참 힘든것도 없지 싶습니다.

모든 문제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겠지요.

정해진 정답이 없기에 더욱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런 오묘함이 바로 '사람'관계의 매력이 아닐까요?

오늘도 그 관계의 질척임앞에 뒤돌아서지 않고 걸어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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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13:59:20 *.32.9.56

비 언어적 신호를 잘 읽어낸다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고객이 말 하지 않아도,

나아가 고객이 알지 못하는 것 또한

비 언어적인 신호로 작게 이야기 하지요.

그 작은 신호를 케치하여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

다른말로한다면 '센스' 있게 대응하는것.

지능만큼 중요한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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