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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1일 21시 42분 등록
논어 심득, 위단, 에버리치홀딩스, 2007 , 이코노믹 리뷰


누구나 고전중의 고전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공자의 ‘논어’를 읽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주장에 따르면 별로 많이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고전이란 ‘누구나 칭찬하지만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책’이며, ‘이미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책이지만, 아무도 읽고 싶지는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농담같은 진담이며, 젊잖음의 허를 찌르는 통쾌한 빈축이며 웃음을 참기 어려운 귀여운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일반인이 공자의 논어에 쉽게 접근하려면 좋은 해설과 도움말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많은 버전의 논어를 소개하는 특히 간편한 입문서로 이해하면 좋다. 얇고 부담없고 빠르게 읽히지만 그 해설이 천박하지 않다. 요사이 수없이 수입되어 번역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박하고 황당한 처세론과는 질적 차이를 보이는 깊은 고전의 맛을 바탕으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논어야 말로 2500년 동안 동양의 정신세계를 제배해 온 심신의 고양서이며 품위있는 고품격처세론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가볍게 소개해 보도록 하자.

공자는 사람의 일생을 크게 3 단계로 나누어 두었고 그 각각의 특징을 잡아 주의를 요하며 값진 삶을 살라고 당부한다. ‘논어’의 ‘계씨’ 편에 보면 그 첫 번째 단계는 청소년기로 이때는 ‘혈기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색‘을 경계해야한다‘ 라고 말한다. 이 시기의 충동성과 이성에 대한 지나친 경도를 주의하라는 뜻이다. 이 고비를 넘겨 두 번째 단계인 장년에 이르게 되면, ’혈기가 한참 강성하니, 싸움을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금처럼 불안하고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자칫 다른 사람과의 갈등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기 쉬우니 남과 다투는 대신 자신과 다투어 자질을 계발하고 스스로 수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윽고 나이가 들어 늙으면 ’혈기가 쇠하여 마음 속에 욕심이 쌓이게 되니 이를 경계해야한다‘고 충고한다. 이때는 장년기의 노력으로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제법 부를 이루고, 명예를 얻게 될 수 있는 데, 이때 만족함을 알고 더 많이 얻으려는 대신 덜어내는 삶을 살라는 충고인 것이다. 우리는 도처에서 욕심에 가득한 노인들의 불평불만을 수없이 듣는다. 늙어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하는 노년기에 버릴 줄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번뇌에 시달리는 노인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욕심이 바로 이 시기의 함정과 덫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을 통해 각 시기 마다 특별히 따르는 고뇌가 있기 마련이기도 하지만 전 일생을 통해 늘 기억하고 애써야 하는 몇 가지 중요한 핵심 가치들이 있다. 논어는 바로 그 가치들에 대한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에 대한 기록들인 것이다. 그 핵심 가치 중의 하나인 인(仁)에 대해 알아보자.

인은 어질다는 것이다. 종종 경쟁이 생명인 현대인에게 ‘어질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뜻은 좋으나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공자님 말씀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논어의 ‘옹야’ 편에 인에 대한 아주 유명한 공자의 말이 나온다. 인이란 무엇인가 ? '내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주고, 내가 통달하고자 하면 남을 통달하게 하라. 가까운데서 터득하여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인에 이르는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 위단은 이 이야기를 자신이 대학 수업시간에 들었던 한 우화를 가지고 해설해 둔다.

어떤 왕이 있었다. 그는 세 가지 철학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소중한가 ?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가 ? 그리고 어떤 시간이 가장 소중한가하는 문제였다. 답은 구하기 어려웠다,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왕은 변복을 하고 민정시찰을 하다 어느 민가에 묵게 되었다. 한 밤중에 한 피투성이의 사내가 뛰어들어 와 주인에게 자신을 숨겨달라고 말했다. 주인은 그 사람을 숨겨주었다, 급히 병사들이 쫒아 들어와 그 사내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 주인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튿날 왕이 주인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을 숨겨 주었오. 혹시 당신에게 화가 미치지 않을까 두렵지 않소 ? 게다가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지 않소 ?" 그러자 주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내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장 그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 왕은 그 순간 크게 깨달았다.

이 우화는 상징적이다. 데레사 수녀의 말과도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녀는 ‘한 번도 인류를 구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내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다 보니 어느새 수 만명에 이르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도울 수 없다면 어짐을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공자의 어짐은 현대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리더십의 핵심중의 핵심 개념과 정교하게 일치한다. 훌륭한 리더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안다. 다른 사람들이 앞다투어 모든 열성과 능력을 다해 내 성공을 돕게 하는 비결은 먼저 그들의 성공을 내가 도와주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훌륭한 리더는 먼저 다른 사람이 성공 하도록 돕는다. 리더가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자신의 성공을 쌓는다면 그는 훌륭한 리더가 아니다. 그는 비극적인 리더인 것이다. 군국주의 일본의 군사 지도자들이나 히틀러는 바로 추종자들과 국민을 파멸로 이끈 인물들이었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현대어로 ‘훌륭한 리더’ 정도로 치환하여 생각해도 좋다. 그들은 언제나 먼저 나를 수양하고, 나로부터 확대하여 작은 집단에 그 어짐을 실천하고, 이윽고 한 나라를 그 어짐으로 덮어야 훌륭한 리더로 완성되는 것이다. 수신(修身) 이후에 제가(齊家)하고 그 이후에 치국(治國)이 가능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말은 공자의 말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처세론이지만 늘 잊고 지내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국가의 지도자를 가려야하는 시점에서는 반드시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볼만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이 책 속에 담긴 많은 조언 중에 마침 조언에 관한 대목도 있는데, 간단히 소개해 보자. 논어 ‘안연’ 편에 ‘진심으로 일러주고 잘 이끌되 따라오려 하지 않으면 그만두어 스스로 치욕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조언의 어려움에 대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특히 부모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늘 잔소리하고 언제나 자기 곁에 붙여 두려하지 말고 오히려 자식들이 빨리 분리하여 훌륭한 개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는 뜻이다. 특히 직장에서의 조언은 다른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논어 ‘헌문‘편에 ’그 직위에 있지 않으면 그 직무를 논하지 말라‘는 말은 깊이 새겨 두어야할 금언이다.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주제넘지 말라는 뜻이다. 자리마다 그에 따른 고충이 있으니 가리고 가려서 필요할 때만 적절한 방법으로 조언하되 절대로 경박하게 나서지 말라는 뜻이다.

이 책의 저자인 위단은 베이징 사범대학의 교수로 있으며 논어 연구에 정통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TV 프로그램에 강연을 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게 되어 그 원고가 책이 만들어 지고 우리말로 번역되어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쉬운 해석과 빠른 템포는 아마 방송용이었기 때문에 첨가된 부가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쉽게 풀이해 놓은 고전 보다는 거짓말이 더 낫다’라는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말을 기억하자. 내가 이 다이제스트 논어를 소개하는 진짜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논어’가 좋아 진 사람들은 다음 단계로 진짜 정통 ‘논어’를 한 권 사서 머리맡에 놓고 음미해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해석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 그 뜻을 해석하고 마음 속에 담아 두자. 한 시대를 살며 이 생각 저 생각 생각도 많은 복잡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지나치게 각박하지 않기 위해서 논어를 보자. 지나치게 이익을 탐하는 나를 달래기 위해 공자의 말을 들어 보자. 상업주의가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마땅함과 욕망 사이에서 시달릴 때 이 책을 보며 마음의 균형을 잡아보자. 착한이가 몰리고 사악한 자들이 힘을 얻어간다고 억울한 마음이 들 때는 이 책을 쓰다듬어 보자. 무엇 보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다듬어 가기 위해 이 오래되고 은은한 고품격 처세론에 귀기우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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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4 19:55:54 *.212.217.154

논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책 이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읽어보고 싶은 책 입니다^^

선생님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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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2 11:38:49 *.212.217.154

수 천년이 지나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자가

리더가 된다는 이치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과 사람에 대한 공부와 실마리가 담긴 책이 논어가 아닐지.

옛 말 속에서 그 답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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