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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1일 21시 47분 등록
하고 싶은 일을 잃은 어느 젊은이에게, 행복한 동행, 2007년 7월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만남에서 나는 한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밝고 가벼워 보이는 외모 때문에 그녀가 삶의 무기력에 시달리는지 몰랐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실수할 때 마다 또 일이 꼬일 때 마다 스스로에게 늘 ‘괜찮아, 괜찮아’ 달래며 살고 있다 합니다. 세상이 자신의 말에 귀기우려주지 않는다는 것, 꿈꾸고 계획했던 일들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가슴 뛰는 일을 그리려 하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된다 합니다. 계획하지 않으니 실망할 것도 없고, 꿈꾸지 않으니 좌절도 없게 된 모양입니다. 얼마 전 직장을 나와 집에서 쉬면서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어쩌면 이대로 죽어 버려도 아마 미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이 젊은이에게 편지를 한 통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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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여인이 있었다. 젊어서부터 늘 죽고 싶어 하는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나이 들어 늙은 사람을 보면 경이롭다고 했다. 저 나이 까지 인생을 버텨 온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자기는 아침에 아직 살아서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 젊은 허무가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종종 젊은 사람들이 죽음을 그리워할 때도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죽음이 주는 두려움이 없다. 종종 삶이 모호하고 막연하고 무의미해 보일 때 그 반대의 개념으로 죽음 속에서 위안을 찾기도 한다.

지금은 마흔이 넘었는데,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마음이 넓은 남편과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 생겼다. 그녀는 전문가로 성장했고 행복해 보였다. 죽음이 삶을 마감하는 괜찮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삶은 삶으로 끝나야 한다. 나는 그것이 살아있는 자들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은 과로사로 죽고 싶다고 했다. 시시하게 사는 것 보다는 그것이 좋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다 삶의 한 복판에서 돌연 폭죽처럼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현역이고 싶어 한다. 죽음은 휴식이고, 그 긴 휴식은 무덤 속에 있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아도 닥쳐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기 전날 까지 출근하듯 살고 싶어 한다. 역시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살아남는다는 것-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함이라는 외로운 어둠 속에서 자신이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은 가장 용기 있는 일 중의 하나다. 세상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동안 홀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을 나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고귀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을 때 한 장의 편지를 써 보도록 해라. 너의 장례식장이다. 너를 알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네 무덤 앞에 서 있다. 이때 신이 너를 죽음에서 일으켜 세워 10분간 살아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며 네 무덤가에 모여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 세상 마지막 연설문을 만들어 보아라. 옛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행장을 기술하는 긴 글을 미리 써 두었다. 스스로 여러 번 고쳐 ‘자찬 묘지명’이라는 간단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해 두었다. 나는 자신의 무덤이 삶의 전체를 조망해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손을 잡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잊지 못하는 일들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일인 것이다. ‘무덤 앞에서의 10분 연설문’은 너의 후회와 욕망과 사랑을 표현하기에 가장 컴팩트한 기록이 될 것이다. 한 번 써 보도록 해라. 나는 종종 이 10분의 기록을 손질하곤 한다. 이것을 고쳐가는 동안 나는 늘 삶의 가장 큰 그림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왜 사는 지 그것이 나에게 무엇인지 내가 누구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지 깨닫게 해 준다. 죽음의 기록은 삶을 위해 가장 요긴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 죽음은 삶과 다른 것이 아니다. 좋은 죽음만이 삶을 평가하게 해 준다. 죽음의 자리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싶은 삶을 얻어 내라.

힘을 내도록 해라. 나는 그대가 어디 있든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궁금하구나. 어떤 힘든 일이 그대에게 생겼는지 그래서 얼마나 힘겹게 그것과 싸우고 있는 지 어떤 좋은 일이 그대에게 생겼는지 그리하여 얼마나 그대가 기뻐하는지 알고 싶구나. 나는 어떻게든 그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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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량희
2007.07.23 23:54:02 *.235.70.252
안녕하세요 제가 대신 답 달아도 될까요^^
구선생님 책 잘 보고있는 독자입니다( 너무 좋아 탈입니다 저는...)
글만큼 목소리도 시원한 저음으로 굽이쳐 돌돌 소리내고 흐르는 시냇물같습니다
오늘따라 이 글이 제게 와닿네요
선생님... 힘빼고 자연스럽게 잘 살수는 없는 걸까요
저는 항상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서있는 스타일이거든요
게으른편이구. 제가 좋아하는 일에는 몰두하기 좋아하지만 흥미없는 일에는 아무리 페이도 높고 창창한 미래가 보장된다고 부러워해도 주변이야 어찌돌아가든 놔버리는, 조금은 무책임하면서도(사실은 책임진다는 것이 무섭네요) 조금씩 세상의 비유를 맞춰가며 나름, 열심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좀더 힘을 내서 힘겹게 살아야 할 이유가 많이 퇴색된 거 같습니다
몇번의 도전에 세상이 녹록치 않음을 눈치채고 그냥 이대로 조용히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일상의 황홀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유한하다는 게 걸립니다
늦은 삼십대의 나이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것 같고, 이게 다일까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하는 자책의 소리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도 한번쯤은 타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꿈 꾸어봅니다
행복하니까요
그런데요
이별을 잘 감당해 낼 자신이 없을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비도 걸고 싶고 장난도 쳐 보고 싶은, 바라만 봐도 서로 교감이 되는, 인생에 조금씩 도움이 되고 있는분입니다
이 사람 통해, 변화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사실 좀 부대끼기도 하지만요
사람에게서 구하라
저보고 도망가지 마라고 하는데 말이예요 사실은 어찌 다가가야 되는지 고민...즐거움...또 괴롬
하여간 재미있습니다
지금 저는 사랑에도 경계에 서있습니다
이 사랑이 어떻게 좋은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거
변화할 수 있는 동력같은 거네요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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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4 11:36:28 *.253.89.122

삶의 끝에 서본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다른듯 해요,

스티브잡스 또한 그러했지요.


그 곳에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조금이나마 발버둥 쳐 봅니다.

꿈틀대다보면 어느날,

훨훨 날아올를 수 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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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15:48:11 *.212.217.154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

그 사랑 안에서 만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

한 인간을 사랑한 그의 글에서

그런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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