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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1일 18시 29분 등록
경영의 예술가 CEO, 이코노믹 리뷰
데니스 캐리, 매리 캐롤라인 폰 바이츠 엮음, 최기철 옮김, 세종서적

CEO는 이제 가장 대중적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CEO가 지니는 대중적 매력은 엄청난 연봉과 막강한 힘에서 온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영광과 특별대우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CEO의 고뇌와 외로움에 대한 책이다. 경영자들에 대한 연구 조사전문 기관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의 미국 CEO평균 재직 기간은 8년 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기간은 5년으로 줄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이사회는 신임 CEO가 1년 7개월 안에 주가를 올려놓지 못하면 사임을 권한다고 한다. 실제로 1999-2001 사이에 미국의 대기업 367개 가운데 57%가 CEO를 갈아 치웠다.

얼마 전까지 다른 사람에 의해 체계가 갖추어지고 운영되던 기업을 통제해야하기 때문에 특히 신임 CEO들은 의사결정 단계에서 극심한 고독감을 맛볼 수 있다. 중역들 중에는 새로운 CEO와 경합을 벌렸던 사람도 있고, 전임 CEO가 어떤 명예직으로 계속 회사 안에 남아있는 일도 있다. 물러난 사람들의 잔영이 짙으면 믿고 의지해야할 사란을 주변에서 찾기는 힘들다. 그 외로움 속에서 경영해야한다.

CEO 가되었다는 것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속적인 과정인 것이다. CEO로서의 가장 큰 매력은 연봉이나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일 자체다. 4년 전에 쓰여 지고 2년 전에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니 요즈음의 추세로 보면 제법 낡은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요즘처럼 유례없는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CEO들에게는 출간될 당시 보다 지금 더 절실한 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임기의 보장도 없고 막중한 업무를 처리해야하고 시간을 끝없이 잡아먹는 일들과 대면해야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 받는 CEO 의 고민들에 대한 매우 적절한 조언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중에서 CEO가 중요한 몇 가지를 정리해 두었다.

첫 번째 정리 : 왜 CEO의 자리는 불안정해 졌을까 ?

저자들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크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주, 애널리스트, 고객, 협력업체, 그리고 직원과 지역사회등의 관심에 대하여 균등한 시간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쪽이라도 무시하면 지위가 위태로워진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대치가 높아졌고 지켜야할 기준과 법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하여 투자기관이나 정부, 의회가 기업이 따라야할 새로운 기준과 법률을 제정해 내고 있다, 한 예로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이후 미국의 기업 역사상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게 된 사베인스-옥슬리 법 Sarbanes-Oxley Act 은 기업 이사회의 구성, 재무보고 방식등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기업활동에 대한 감사와 견제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끝으로 또 하나의 이유를 든다면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사실이다. 세계적 경쟁은 공급과잉을 만들어 냈다. 기업의 가격결정력은 약화되었다. 따라서 CEO의 화려한 외면의 세계 뒤에는 조금도 쉴 수 없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정리 : CEO가 집중하여 시간을 가장 많이 써야하는 부문은 어디인가 ?

먼저 기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늘 외부의 시각으로 기업을 들여다 봐야한다. 이것은 한발 물러서서 회사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그래야 객관적 시선으로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다음은 직원과 고객과 보내는 시간이 전체 투입시간의 반 이상이 되게 해야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그들의 인기를 얻기 위함이 아니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 내기 위해서다.
신뢰의 바탕 없이는 어떤 내용도 그 의도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가장 유용한 인재들은 채용하고 계발하고 유지하는 데 깊이 개입해야한다. 사람의 유능함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4가지 기준을 늘 고려하여 인재를 육성하고 기용해야한다. 회사사람들이 제대로 된 인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 ? 개인의 양식과 가치관이 회사의 가치관, 전통,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인가 ? 어떤 상황에서도 도덕성을 믿을 수 있는가 ? 조직에 신뢰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 한 마디로 고객과 직원으로 대표되는 ‘사람’에게 시간을 써야한다. 사람이 바로 CEO의 첫 번째 우선순위다.

세 번째 정리 CEO는 유연해야한다. 변화를 다룰 때는 하나의 법칙만 적용해서는 안된다. 예를들어 자유분방한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이 커져 이제는 통합적 체제를 갖추어야 할 때와 반대로 지나치게 관료화된 비대한 조직이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 재탄생 할 때의 개혁은 그 내용을 달리한다. GE에서 잭 웰치의 뒤를 이을 3명의 CEO 후보 중의 하나로 거명되던 로버트 나델리는 제프 이멜트가 최종적으로 GE의 사령탑을 맡게되자 홈 데포의 CEO로 옮겨 앉게 되었다. 홈데포는 월마트와 함께 미국의 전설적인 소매체인의 성공 사례다. 창업 후 10년 뒤 홈데포는 40분기 연속 이익을 신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홈데포의 저돌적인 자영업자 정신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홈데포는 창업 초기처럼 움직이기에는 너무 커졌고, 그 단계를 지나 있었다. 나델리는 계속 확장과 성장에 매달리는 대신 정보의 공유와 체제의 정비 그리고 사람을 중심으로 한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엄청난 속도의 성장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덮어두었던 행정적이고 관리적인 문제들이 곪고 있었으며 고객 서비스가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나델리는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함을 살리면서 조직적인 체계와 시너지를 얻어낼 수 있도록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중앙 집중적으로 바꾸어 통합구매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개혁으로 사람중심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먼저 채용에 치중 했다. 특히 간부들의 채용에는 직접 후보자를 만나보고 면담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했다. 직원의 교육 또한 절대적이었다. 사원을 위한 교과 과정의 핵심을 바꾸어 실제로 현장 직원을 위한 현장 중심적 교육으로 전환하였다.. 리더십 포럼에서는 모의 경쟁, 경영 진단등의 프로그램을 포함 시켰다. 차세대를 이끌 경영진이나 관리자가 될 사람들을 육성하고 잠재력을 가진 직원을 신속하게 관리자로 임명하였다.
반대로 뒤퐁의 전 CEO 겸 회장인 잭 크롤 Jack Krol 의 혁신 방법은 나델리 의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1980년 대 이후 뒤퐁은 다양한 사업 분야와 방대한 조직체계 갖추고 지나치게 조직화된 체제를 가진 회사였다. 홈데포와 달리 지나치게 수직적 위계질서를 가진 군대 조직이었다. 크롤은 두꺼운 중간 관리자층을 정리해 버렸다. 작은 사업체를 통합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4만명 정도 감축하였다. 그의 개혁은 첫째 세계화에 발맞추고 주가를 높이기 위해 섬유, 화학약품에 기반을 둔 회사에서 생명공학과 제약 중심의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미래의 전략적 방향으로 설정했다. 불루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주요 평가 지표를 가지고 서로 비교와 경쟁을 하도록 했다. 그들은 변화에 성공하기위해서는 변화의 성공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주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 뿐 아니라 투자자와 고객에게 이런 노력을 홍보하는 것에 치중했다. CEO 에게 중요한 것은 상황과 환경에 따른 유연한 창의적 방식만이 최적의 방식이라는 뜻이다.

추가로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을 ‘CEO는 어떻게 이사회와 건강한 협력과 견제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 ’ 에 쏟고 있다. 이사회는 주주의 권한을 대표한다. 그러나 그동안에 경영진에 대한 형식적인 조언 창구에 불과 했었다. 그러나 점차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강화하게 되었고 한국의 경우도 지배구조의 개선과 관련하여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무게중심축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영진의 부정을 감시하려는 외부의 노력은 가중되어 왔다. 의회는 회계법인의 독립성을 법으로 정하고, 증권거래소는 경영권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상장을 취소하겠다고 말한다. 증권감독원과 검찰은 애널리스트들과 기업이 결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이사회가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영자는 이사회와 건강한 협력과 견제관계를 유지해야한다.

이 책은 미국 굴지의 CEO들의 경영의 노하우들과 비법을 직접적인 육성으로 주요 항목 별로 정리해둔 책이다. 특히 지금처럼 비즈니스가 혼맥을 이루며 무한 경쟁의 파고드는 압박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경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관심 분야부터 천천히 읽어 들어가면 요긴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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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
2007.09.02 23:56:03 *.127.163.84
현대의 ceo들은 물의 흐름에 주목해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강한 힘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하지만 변화무쌍한 물 같은 리더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ceo가 아닐까 합니다. 갠적인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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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11:32:59 *.212.217.154

CEO의 권한이 무한하지만,

그 책임만큼의 그에 따르지 않는

우리나라 족벌적 대기업들의 대표들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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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3 12:03:31 *.212.217.154

우리나라의 CEO를 과연 CEO라 부를 수 있을지...

애플이나 GE의 창업자의 자식, 손자들이 계속해서CEO를 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특수성 일까요?

그렇게 경영권을 혈연관계로 묶어두어야만 하는

한국의 특수성 인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는건지,

다만 대기업 가문의 사익을 위해 대기업을 사익화 하려는 것인지.


이런 대기업 족벌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창의석이 핵심이 되어버리는 이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페스트 팔로어를 넘어서진 못하겟지요.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대기업들의 구시대적 족벌체제가, 새로운 세대에는 기회로 다가오는 역설!

흥미 진진해지는 경쟁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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