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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8일 19시 46분 등록
생각의 탄생, 로버트 & 미셀 루트번스타인, 에코의 서재, 2007
월간중앙

올해 한국어로 번역된 책 중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원서가 1999년 쓰여진 책이지만 조금도 낡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흥분했고 실험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났고 정신적 각성을 하기 여러 번이다. 무척 두껍게 보이지만 실제로 4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기분 좋은 책이다.

내가 과도한 극찬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애정이 가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독자로 하여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책이 있게 마련인데 이 책이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하늘을 나는 듯 했다. 무릎을 치거나 큰소리로 읽거나 키득거리거나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못견디기도 했다. 이 책 속에 수없이 많은 인용문으로 등장하는 정신적 선각자들의 말맛이 또한 우리를 취하게 만든다.

이 책은 창조성으로 이름을 날린 예술가, 시인, 과학자, 무용가, 공학자, 발명가등이 어떻게 놀라움을 만들어 냈는지 그 빛나는 세부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윽고 그들의 생각과 작품과 깨달음들을 연구하여 창조적 사고를 이끌어 내는 생각 도구 13가지를 소개한다. 천재들에 대한 연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어쩌면 너무 많아 대단히 진부해진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자칫 진부해 지기 쉬운 중언부언들을 매우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조합하여 신선한 지혜와 조언으로 이끌어 냈다. 내 생각에 저자들 역시 이 연구를 통해 스스로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자신들을 조련했던 것 같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보자.

관찰하라. 그냥 보지 말고 집중하라. 무엇을 주시하는 지 어떻게 주시해야하는 지를 모르면 주의력을 집중할 수 없다. 그러므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인 것이다. ‘보려면 시간이 걸린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눈으로 보지 못하면 그릴 수 없다. 끊임없이 관찰하라.

머릿속으로 형상화 하라. 얼마 전 작고한 테너가수 파바로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피아노 앞에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것 보다 머릿속으로 음악연습을 더 많이 한다. 가수라면 음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86 페이지와 87 페이지의 문제를 당신이 머리 속으로 그릴 수 있는 지 맞혀 보라. 나는 이 부분을 읽다 수영을 하면서 스스로 내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물고기형상을 연상했는데 몸이 느끼는 물결의 맛이 달라졌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쓴 작가 테네시 윌리암스는 ‘젊음의 막바지에 있는 한 여인이 창문 옆 의자에 고적하게 앉아 있고, 달빛이 흘러들어 그녀의 쓸쓸한 얼굴을 비추는‘ 심상에서부터 이 책이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머릿속 그림이 없이는 글도 또한 없다. 재미있지 않은가 ?

눈으로 보지마라. 마음으로 추상하라. 피카소는 눈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는 마음으로 그렸다. 마음으로 보지 못하면 ‘보고 있어도 보지 않게’된다. 이 책의 114 페이지에는 시인 에드워드 커밍스의 시 하나가 도식화 되어 있다. 이건 보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책방에 가서 그림처럼 그려진 그 시를 한번 ‘보라’. 처음에 무슨 뜻인지 몰라도 좋다. 어쩌면 모르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두 페이지 다음에 이 시에 대한 해설을 읽어 보라. 이 시인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난꾸러기 인지 알게 된다. 이 시인에게 시는 글자나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이다. 글자로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두었다. 그는 그림을 ‘쓰고’ 싶었던 '시그림' poempicture의 작가다. 인생을 재미있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 세상이 너무도 재미있어 정말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밀려 들 게 만들어 준다.

유추하라. 닮지 않은 것에서 닮음을 찾아내라. 창의성이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다른 것들 사이에서 기능적으로 유사하거나 일치하는 내적 관련성을 찾아내라. 유추하지 못하면 창조할 수 없다.

그 외에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변형’, ‘통합’등 아주 쓸만한 창의성 도구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정말 창조적이 되기 위해서는 경계를 허무는 소양을 길러 서로 연결하고 융합 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로베르트 슈만의 말처럼 ‘ 음악가라면 그림을 연구해야하고, 화가라면 교향곡을 공부해야한다. 화가는 시를 그림으로 바꾸고, 음악가는 그림에 음악성을 부여한다’ 창조적 사고를 하고 싶은가 ? 그러면 13 가지의 방법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몇 개의 도구를 집중적으로 계발하여 창조성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익숙할 때 까지 수련해 보라.
IP *.128.22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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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가을
2007.10.24 14:12:57 *.131.195.66
선생님 글을 읽다 흥분해서 당장 주문했답니다. 마땅히 읽을 책이 없을때 이곳은 양질의 책을 안내해 주는 좋은 정보원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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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4 18:01:27 *.212.217.154

전에 읽어두려고 주문했다가 마져 읽지 못했던 책이네요,

선생님 덕분에 다시 꺼내어 읽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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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9 11:33:27 *.212.217.154

창의력.

그것에대한 비밀의 한 조각을 분석한 책.


창의력은 배울수 있을까요?

그것은 배울수 있는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운다는 말보다 다른 단어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내 안에 숨겨져 있는 그것을 '찾는다'는것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모두 가지고있던 어린시절의

그 빤짝반짝 빛나던 엉뚱함들,

마음속 깊숙한 곳에 묻혀있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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