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lly
- 조회 수 2513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계단
꽃이 모두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꺾이듯이,
인생의 각 계단도, 지혜도, 덕도 모두
그때 그때만 꽃을 피울 뿐, 영속되지 않네
삶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운 다른 속박으로 들어가듯이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다져야하네
무릇 일의 시작에는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 있네...... .
그것은 우리를 지켜주고 사는데 도움이 되느니
우리는 모든 공간을 차례로 명랑하게 밟고 나가야 하네
어느 장소에서나 고향 같은 집착일랑 두지 말라
우주 정신은 우리를 잡으려고도, 구속하려고도 않고
우리를 한 계단 한 계단 높여주고 넓혀주려 하네
한 생활권에 뿌리를 내리고
편안하게 들어 앉으면 탄력을 잃기 쉬우니,
늘 출발과 여행의 각오가 되어있는 자만이
마비된 습관에서 벗어나리라
임종 때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하여
젊고 기운차게 나아갈지도 모르리
우리를 부르는 삶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법이 없으리라
그럼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 유리알 유희, 시모음 중에서 / 헤르만 헤세
댓글
10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