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뫼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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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군 6기_청룡부족_ 출사표] 새벽 살빼기를 통해 영웅의 모험을 시작한다.
새벽시간과 새벽활동
n 새벽시간 : 오전 6시~7시
n 새벽활동 : 운동 (헬쓰, 골프, 요가)
나의 전체적인 목표 (1~2가지)
n 새벽을 운동으로 깨워, 몸을 단련한다.
n 5Kg 체중감량에 성공한다.
중간 목표 (3~5가지)
n 21일 동안, 매일 6시까지 체육관에 가서 헬스를 한다. (유산소+근력)
n 다이어트와 헬스에 관한 책을 통해 체중조절에 관한 정신적 무장을 한다. (+21일까지)
n 21일 이후부터 식단조절을 한다. (+63일까지)
n 저녁식사는 특별한 미팅이 없는 한 집에서 먹도록 한다. (+100일까지)
n 되도록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
n 인스턴트 식품, 인스턴트 커피, 국수, 빵 및 분식 등은 되도록 피하고, 채소와 백반위주의 식단을 진행한다. (+100일까지)
목표 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과 극복 방안 (2~3가지)
1. 게으름과의 싸움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가는 것 자체에 대한 저항이 많을 것이다. 특히, 밖이 깜깜하고 추운 겨울에는 더더욱. ‘자자. 10분만 더!’ 라고 주문을 외울 것이다. 그리고, 설사 일어났다하더라도 ‘운동 하루쯤 빠지면 어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새벽에 일어나 헬스장으로 직행해 본 적이 없으니, 게으름의 유혹은 대단할 것이다. 이 유혹은 ‘10분만 더’, ‘내일부터 하자’고 속삭인다. 자명종을 2개 준비한다. 그러나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겨 헬스장으로 가자. 감기가 걸리고, 목이 부어올라도 무조건 자동차로가서 시동을 걸자. 이 패턴이 중요하다. 이 패턴을 21일간 지속하면 게으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2.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 가늘더라도 길게 가자!!
목표는 물론 ‘영웅탄생상’을 수상하는 것이다. 탁월함이 늘 내가 지향하는 바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완벽한 그림에 하루, 이틀, 흠집이 나기 시작하면, 아예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00일을 전체로 보고 가늘더라도 길게 가자. 이번에는 반대로 끝까지 해보자. 혹시 80일을 다 채우지 못해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남은 레이스를 밟을 것이다. 해보자. 이 레이스는 100%를 채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80% 이상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가늘고 길게!
3. 오후시간 피곤, 나른함.
업무시간에 특히, 점심 식사 후 오후 시간에 엄청나게 힘들 것이다. 미팅에서 졸 수도 있을 것이며, 때론 운전시 깜빡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도, 설사 초기에 업무에 조금 침해를 받더라도 일단 100일 이후에 그만두자.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다. 몸살이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단 아무 생각하지 말고 100일에 집중하자! 4월17일 이후에 힘들어도 그때 힘들어 보자.
4. 체육관 휴무일, 설날 연휴기간, 해외출장기간
체육관 휴무일이 있다. 그런 날은 어떻게 운동을 할까..? 주차장에서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날씨가 춥지 않으면 성당까지 뛰었다 올 수도 있겠다. 아니면 가까운 서울교대 운동장을 돌 수도 있겠지. 일단, 이런 날도 절대로 무너지지 말고 운동을 하자. 설 연휴기간동안에도 똑같이 6시면 일어나서 하자. 해외출장기간에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런 날들은 부족장님께 문자를 보내자! “저, 오늘 출석합니다” 라고!!
5. 주말 트레이닝
토요일 계획: 헬스 트레이너와 7시에 트레인을 시작하는데, 만약 시간이 바뀌었을 경우, 일어나자마자 먼저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 그리고, 단군의 후예에서 추천하는 도서 <낯선곳에서의 하루> <갈매기의 꿈><달인> <연금술사> 등을 집중적으로 읽은 후, 시간에 맞추어 헬스 트레인을 받는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묘사 (1~2가지)
1. 멋진 몸매에 빛나는 얼굴, 그리고 넘쳐나는 자신감!
체중조절은 인류 최후의 모험이다. 살을 뺀다는 것은 자신의 육체를 조절하기 위해 얼마나 정신적으로 통제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모험이 사라진 인류에게 자신의 몸을 다듬는 것, 체중조절을 하는 것은 아마 최후의 모험일 것이다. 배고픔을 이겨내며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 나는 가슴 벅찬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나에 대한 자신감.. 어떤 것도 극복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지탱해줄 것이다.
2. 이 난관을 극복하면, 회사 CEO로서, 작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진다.
나는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여러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영웅여정을 끝마칠 때 나는 그 역할들을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어떤 역할이든 훌륭히 수행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랑스런 아빠로서, 멋쟁이 남편으로서, 치열한 작가로서, 훌륭한 CEO로서 말이다. 운동은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극복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인내심을 부여해 줄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1~2가지)
1. 30인치 DIESEL 청바지를 입을 것이다! 작가 프로필 사진으로 그 몸상태를 남길 것이다!
얼마 전에 구입한 30인치 DIESEL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그리고 GUCCI 나 FERRAGAMO 스니커즈도 하나 사야지! 그리고 남방을 바지에 다 넣고 멋진 벨트로 무장한 패션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마지막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음으로써 나의 체중감량에 성공한 기념을 해야지. 그 프로필 사진이 괜찮으면 상반기에 출간될 책에도 넣어야겠다.
2. ‘다이어트 성공기’를 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은 사람, 수 도 없이 시도했지만, 막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해 글을 남긴다. 매일매일의 일기 형식으로 쓸 수도 있겠고, 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일 수도 있겠다. 마지막엔 멋진 사진을 붙인다.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고, 반응이 좋으면 책으로 출간할 수도 있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3.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다이어트 성공을 자랑질하고 다닌다!
나의 자랑질은 끝이 없을 것이다. 나의 다이어트 성공기를 모두에게 퍼트릴 것이다! 다이어트 바이러스를 온 세상에 퍼트릴테다!!
2/9 수
휴.. 오늘은 출석을 하고 잠깐 잠에 든다는게 출근시간 바로 직전까지 자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아침에 운동을 가지 않은 것 뿐 아니라 명상도, 아침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영웅의 편지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첫 관문이 ‘문턱 넘기’였다면 심연에의 접근은 ‘미로 속 방황’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 시기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정체기입니다. 이 상태를 견디는 건 신나는 일이 아닙니다. 정체 상태에서 매일하는 수련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입니다. 시행착오이고 넘어짐입니다. 그리고 넘어섬입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럼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란 말이냐?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뭔가를 새로 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뭔가를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캠벨의 표현을 빌리면 “여러분은 자신이 계속해서 매달려 왔던 것들을 점점 더 많이 포기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포기한 것들은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이제부터는 일상에서 비교적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마저 내놓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만큼 이 시기는 혼자 견디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그래. 내게 지금 필요로 하는것은 무언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심플하게 무언가를 더러내는 것. 그것이 필요한 것이겠지.
더러내기 리스트를 작성해야겠다!
2/16 목
2시30분에 기상하여 독서를 하다가 5시에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7시에 다시 잠이 깨는 기현상.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아이리스 머독의 <The Bell>을 읽기로 했다. 지적인 그녀의 글 속에 빠져들다.
지성적인 작가이지만, 절대로 지성을 강요하지 않고 공감을 형성하는 그런 작가.
도리스 레싱과 비교되는 작가이지만, 도리스 레싱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것 같다.
도리스 레싱이 페미니즘과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었다면, 아이리스 머독은 좀 더 대중적이고 단순하다.
그리고 플롯의 개연성이 더 뛰어난 것 같다. 그녀의 책을 빨리 읽어야지.
2/17 금
즐거운 금요일! 그러나 하루종일 스케줄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무겁다.
4:30에 기상하여 아이리스 머독의 <The bell> 을 읽는데, 조금은 지루한 생각에 몇번을 졸았는지 모른다.
책상에서 읽기도하도, 소파에 누워서,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아침부터 초컬릿을 먹기도 하였다.
양치질을 하기도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면서도 책을 읽다.
조금 피곤해서 운전을 하지 말고 출근할까 하다가 차편이 여의치 않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냥 차를 가져갔다.
하루 왠종일 피곤. 도대체 하품을 몇번이나 한것인지.
인터넷 서점에서 책주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의 1,2> 아이리스 머독의 <그물을 헤치고> 윈스턴 처칠의 <나의 청춘기> 미우라 아야꼬의 <총구> 윈스턴 처칠의 <폭풍의 한가운데> <화가 헤세>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책은 까뮈의 <이방인> 새번역판과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이다. 내가 번역하려고 했던 헤밍웨이의 ,<Movable Feast>가 번역되어 나온것을 보고 기절! 당장 구매버튼을 눌렀다. 게다가 안철수에 관련된 책 몇권 더 구매.
이번 주말에 완전히 다 '흡입'하리라! 음하하하하하!
2/19 일
친구 연주회가 있어서 금호아트홀을 가다. 새벽 2시30분까지 술을 마시다.
월요일은 7시까지 출근해야하는데..
게다가 하루 종일 새로오는 아주머니를 위한 방을 하나 만들어드리느라 집에 있는 책 200권을 버리던가, 옮기던가, 해야한다.
게중에는 <스티브잡스>와 같은 비교적 최근 책들도 많은데... 하루 종일 집정리하고, 성당의 미사를 갔다가 저녁에 딸과 함께 금호아트홀에서 연주를 보러가다.
내가 좋아하는 슈만의 Kerislerinana와 쇼팽의 Ballade를 듣다. 평소에 술한잔 기울이는 친구가 무대에 나서니 친구의 나근나근함은 없어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야수같은 피아니스트만 있을 뿐이다. 끝나고 어머니와 아이를 먼저 보내고, 광화문에서 1차, 서초동에서 2차 사께를 마시다. 새벽 2:30분을 기여이 찍고 집에가다. 휴-- 이제 술 안마실래 ㅋ
2/22 수
완전히 내 자신을 속이고 있다.
'무엇을 하고 살지' 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에 천착해야하지 않을까.
얄팍한 중독이 아니라 영혼의 울림에 몰입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농구공이 골대에 빨려 들어가듯 나 자신을 어딘가에 갖다 꽂아야 하지 않을까.
아침에 출근하고 설렁설렁 서류 결제하고, 남는 시간에 직원들과 농담하고, 인터넷 서핑하고, 인터넷 쇼핑하고 하루하루 그렇게 보내면서 바쁘다고 하고, 저녁에 맥주한잔하면서 정치 이야기나 하다가, 사는이야기, 아이들 이야기하고 회의에 참석하면서 그것을 몰입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얄팍하게 살다가 내가 원하는 정답이 나올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은 폭도 작고, 엉터리 경험, 가짜경험, 그리고 기성의 논리에 편입되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아닐까.
나는 그간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난 이렇게 살았다, 저렇게 살았다, 잘했다, 성공했다, 노력을 덜 했다, 이런 차원의 반성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가치'의 문제가 들어있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빨리 안전망이나 찾자는 건 아닌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이 몰입인지 중독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
나의 삶이기 때문에 나의 인생읠 본질에 충실해야한다.
내부의 양심과 영혼의 울림을 가져야한다.
그 울림에 귀 기울이고 몰입해야한다.
이렇게 살아선 안되는데..
아!
이건 아닌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2/23 아침
비가 온다.
삶이란 한바탕 쏟아졌다 어느새 지나가는 비와 같은 것.
폭풍 속에서 '큰일 났다' '큰일 났다' 말하다가도 지나고 나면
다시 개인 하늘 보며 새롭게 웃어 보는 -.
비가 너무 많이 와도 우리는 울고 비가 너무 오지 않아도 우리는 운다.
눈물로 마음을 적시지만 아름다운 사랑처럼 오늘도 세상을 적시는 꼭 필요한 비.
생명을 적시기 위해 눈물일 수 밖에 없는 비.
이른 아침.
소나기의 4부합창.
오랜 세월 연꽃처럼 피워
놀란 나의 조용한 기도에 대한 힘찬 응담의 소리.
오늘은 비의 노래를 듣는다.
기다릴 땐 안 오다가
문득 예고 없이 나의 창을 두드리는 비처럼
나의 죽음도 언젠가 그렇게 올 테지.
미리 문을 열어두어야겠다.
2/24 금
근본이 변하지 않는데 그것을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변화가 아니라 그냥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적응이다.
딱 출석해놓고 다시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 이게 무엇인가. 근본적인 뿌리를 캐내어서 대면을 해야 직성이 풀릴까.
변화하지 않고, 다르게 진화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디로 진화할지 그 누구도 모른다. 오직 답을 아는 것은 나 자신일듯.
왜 일까. 왜 큰일을 앞두고는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에 늘 패배하고 마는 것인지.
한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대안을 강구하고, 내 모든것을 던져서 대적할 수는 없는것일까.
2/ 26 일
깊은 잠이 들었다.
요즘 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에 없던 위기의식.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나의 행동 하나, 하나에 솔직해 지고 싶다.
내 행위의 원천을 '태양'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 그렇게 살고 싶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하루하루 개처럼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조금은 슬프긴 하겠지. 조금은 이상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조금은.. 기쁘기도 하겠지..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나 자신이 누군인가를 알아 갈 수는 있겠지... 깊은 잠에 빠져든다.
2/27 월
'친구'라는 존재가 무엇일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가 이제 막 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보며, 어렸을적 나의 친구들을 잠시 떠올려보았다.
초등학교때의 친구는 말그대로 '한 배를 탄 유희를 즐기는 친구'가 된다.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친구.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그런 관계.
그러나 우리는 중고등학생 시절을 겪으며, 친구는 더 이상 무엇을 나누는 존재가 아닌, 나의 정보를 빼앗아갈까 두려운, 그리고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가 된다. 저 친구보다 정석 한 문제를 더 풀어야 하고, 더 친구보다 영어 단어를 한 더 외워야 하는 밀고 당기는 경쟁자가 된다.
모든 것이 만개하는 대학시절.
이성에 눈을 뜨고, 아름다운 청춘이 빛을 바랠 때 쯤, 우리는 교제를 통해 인간적인 성숙을 배우게 된다.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간절한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고, 밤을 새고 노래를 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친구만 보면 즐거워지는 그런 존재를 통해 삶의 깊이를 배우게 된다.
낯선 출장지에서 만나게 된, 작은 공동체를 통해 알게 된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한 아이의 아빠이면서, 동갑인 친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행자이자, 초등학교시절 함박웃음을 함께 나눈 친구와도 같았다. 서로의 갈 길을 가면서도, 마치 적군의 총탄이 휘몰아치는 전시상황에서, 한모금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남은 자기의 물을 기꺼이 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 폭풍같은 시절을 함께 견딘, 왠지 오랜 세월을 안 것처럼 편안한 그런 친구.
한 두 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 중에도 서로의 거래처에서 무차별적으로 걸려오는 핸드폰 울림에 몇 번이고 대화가 끊어졌지만, 짧은 만남, 긴 여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실은 '글'을 통해 오랫동안 알아왔던 기막힌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주어진 일을 잘 마무리하고, 마지막 기차를 타고 내 보금자리로 되돌아오는 길, 친구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낸다. 우리가 모르는 세계,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에 감사드리면서-.
2/28 화
아이리스는 깊은 잠을 잘 것이다.
... 나는 지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운 좋은 배우자가 느낄 환상, 즉 삶이랑 아주 같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환상을 지니고 있다. 나는 지금 현재와 다른 아이리스를 상상 할 수 없다는 환상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기억상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의 기억 상실이 되었다.
... 언젠가 아이리스가 내게 인용했던 '죽음은 인간의 경험이 아니다' 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그날그날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인간의 삶을 짧게 보세요. 점심, 아니 저녁 그 이상을 생각하지 마세요.' 오래된 크리스마스의 구원적인 일상은 오늘 우리에게 축복 위에 또 축복이었다.
- < Elegy for Iris > by John Bayley 중에서.
3/3 토
실로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다.
아침 운동을 생략한 채 바로 커피샵에가서 모닝 독서를 하다.
내가 좋아하는 카뮈의 책들- <페스트>, 생텍취페리의 <인간의 대지>, <야간비행> 그리고, 아이리스 머독의 <The Bell>
김수현 원작의 드라마 작품집 <천일의 약속>와, 김영하의 새로운 장편 소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까지.
특히 김영하의 이 제목이 눈길을 끈다.
5시간의 사투 끝에 아이리스 머독의 책을 끝내다. 그 이후에 작품을 위한 논문들을 읽었는데, 확실히 논문을 읽게 되면 그 사람의 생애와 보이지 않는 실체들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스토리 이면에 담겨있는 상징과 의미에 대해서 더 잘 고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러티브 뒤에 숨겨져 있는 상징을 우리는 현실에 적용해서 살 수 있을까.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후에 아이리스 머독의 영화 IRIS를 보다. 케이트 윈슬렛과 쥬디덴치의 앙상블이 뛰어나다. 그 영화에 나오는 소설은 단 두권, Under the net 과 Jackson's dilema 이다. 내면의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오래도록 사무치는 영화가 될 것 같은 예감.
3/5 월
점을 보러가다.
친구와 함께 점을 보았는데, 점을 보는 그 심리에는 무언가 좋은 것만을 듣고 싶은 욕망이 숨쉬고 있음을 알게 되다.
친구는 미래가 불안한지, 점을 자주 보고 그때마다 나와 동행해줄것을 요청한다. 나는 마지못해 따라가지만 은근슬쩍 나의 점을 물어보기도한다.
성당을 다니니 당연히 고해성사에서 죄의 사함을 받아야 하지만, 나의 미래를 누군가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해준다는것-- '미래를 풀어 준다'는 표현을 쓴다--이 몇푼의 돈에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적이기까지하다.
비가 내렸다. 그 길로 다른 친구와 조인하기 위해 판교로 직행. 비오는데 막걸리에 파전을 뜯어 먹음.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 막 살았다는 느낌에 치가 떨리고 구토가 남. 구토. 구토. 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