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1월 2일 04시 00분 등록

<사표 그 이후의 생활.......>

 

  사표.....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부끄럽게도 여태까지 쥐고만 있었고 놓아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에 더더욱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 있어 사표는 회사와의 단절만이 아니라, 제가 받고 있는 모든 혜택과의 단절이었습니다.

 

  저에 대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저에 대해 말씀드릴까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풍족한 환경에서 살아왔습니다. 고위공무원이신 아버지와 중학교 선생님이신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습니다. 이 말은 두 분 다 공무원이셔서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인 안정적인 생활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저희 외가 쪽이 많이 부자이십니다. ‘많이 부자’라는 개념이 참으로 애매하고 아리송합니다.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숫자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알고 있는 것만 100억대가 넘습니다. 이까지 말씀드리면 어느 정도 반응이 예상됩니다. ‘뭐야~,재수 없어....등등’

 

 

  맞습니다. 지난 31년간 부끄럽게도 남들과는 약간 다르게, 재수 없게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꼭두각시 인형처럼 살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했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부모님의 뜻대로 하였습니다.  마치 서유기에 나오는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습니다. 손오공이 아무리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하여도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만 놀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해서 취직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안정적이고 월급이 많은 회사에 근무를 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흐뭇해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생활 1년이 지날 쯤에 서서히 알기 시작하였습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것을 말입니다. 단지 주위의 시선과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만 고려했지, 제 자신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의 꿈벗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원하는 데로 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께 이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제가 살고 싶은 방향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하지만 “제 정신이 있는 것이냐!, 처도 있고 자식은 아직 3살, 1살인데 당장 나와서 어떻게 할 것인가. 니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밥 먹여 줄 수가 있냐?. 그리고 요즘 세상에 취직도 힘들고 너가 다니는 회사는 남들 다 가고 싶어 회사인데 배가 불렀네! 심한 꾸중을 하셨습니다. 또한 3년만 참아봐라. 최소 3년은 해야 되지 않겠냐고 달래기도 하셨습니다.

 

  아무튼 그 때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태까지 다닌 것이 아깝지도 않느냐, 이제 승진도 했고 좀 편해졌지 않느냐, 시간이 지나면 더더욱 편해질 것이라고 또 회유를 하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 건지 신경만 쓰고 자기다움을 잃고 산 31년이 넘는 세월이 억울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생활을 경남 창원에서 서울로 옮기기로 하고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제부터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 없는 샘치고 호적에서 파겠다고 노발대발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돈이 풍족히 있어서 세상 물정을 참으로 모른다고 나무라셨습니다. 사표가 수리된 날, 돈 무서운 줄 알아야 된다며 제가 번 돈이 아닌 부모님께 받은 돈들을 다 회수해가기 시작하셨습니다. 냉정했습니다. 일단 결혼 때 마련해 주신 살고 있는 집을 거두어 가셨습니다. 월급 외에 부수적으로 부모님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비를 제가 받고 있었는데, 여태까지 받은 임대비까지 다 계산해서 회수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퇴직금 포함해서 저희가 모은 돈을 다 계산해보니 4,000만원이 약간 넘는 돈으로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4,000만원 되는 돈으로 서울에 한 식구가 정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불가능했습니다. 전세로 아무리 싼 집도 5,000만원은 가뿐히 넘었습니다. 하기야 제가 지난 5년간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생활할 때도 원룸전세가 5,000만원이 넘었는데, 4000만원의 돈으로 한 식구가 살 집을 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습니다. 아무튼 부동산 아저씨께서 이 돈으로는 도저히 인 서울은 불가능하고, 경기도도 불가능하다고 딱 짤라 말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무릎을 딱 치시더니, 성남에 달동네쪽이 있는데 그 쪽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 저희는 성남에 있는 달동네에서도 전망이 좋은? 산꼭대기 반지하 방2개, 올 전세 3,800만원에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창고 겸 작은방에 창문이 조금 있을 뿐 저희가 있는 안쪽 방은 낮 10시나 밤 10시나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안에만 있으면 밤낮 구분이 안 되었습니다. 항상 형광등을 켜 놓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햇빛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12월인데도 ‘왱~소리를 내며 끝임없이 날아다니는 모기와 바퀴벌레가 치를 떨게 했습니다. 배수구등 문틈이란 문틈은 다 막았는데도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기가 하루에 3-4마리 가량은 지속적으로 잡혔습니다. 바퀴벌레들은 수시로 나와서, 자고 있는 둘째 아이 얼굴에 기어 다녔습니다. 예전에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아이들이 일주일에 최소 2번이상은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파서 끊임없이 울고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 부모님께 연락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표 제출 이후 만 6개월이 넘도록 부모님께서는 일체의 소통 자체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전화는 물론이고 부모님 집 앞에 찾아가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나니,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지네요. 오늘은 여기에서 접어야 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제가 이 정도 상황까지 각오를 하고 나온 결정적인 계기 등등 진도를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01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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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04:09:48 *.71.14.127

지금은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너무 무거웠나요.....?  제가  절대 긍정이고 밝은 컨셉인데... 이제 다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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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07:53:42 *.178.51.156

많이 무거웠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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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08:45:39 *.118.58.24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진한 웃음은 진한 아픔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처음엔 대책없이? ㅋㅋ 밝은 분인줄만 알았는데

알아갈수록 깊은 매력이 느껴지는 분이 새벽산책님입니다.

담 월요편지도 기다리겠습니다.

 

새해, 새벽산책님의 영웅여정 계속 힘내어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아자 홧팅! (전 무조건 홧팅입니다 ㅎㅎ)

글고 예쁘고 고운 아내분 (이름 까묵었슴다^^::) 두 아가들도 아빠와 함께 홧팅임니다.

그 아가들은 아빠 이야기를 영웅담으로 삼고 무럭무럭 아빠보다 더 씩씩하게 자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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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13:14:57 *.91.117.174

진솔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서 새벽산책님이 결단하기전 직면했던 환경과 상황을 제대로 체험하지 않고서는 당사자 입장에서 그 선택이 얼마나 결단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그리고 백번을 망설일 수 밖에 없는지 완전하게 공감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그래서 님의 선택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새벽산책님의 홀로서기 스토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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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17:55:33 *.151.87.26

어째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약을 선택한 다음의 암울한 느낌이네요.

다음편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네오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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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00:41:16 *.180.232.121

점점 재미가 더해 갑니다. 

진정한 고수는 고생, 생고생을 많이 하며 다져진 육신과 정신에서 향기를 내뿜어야 그것이 오래 가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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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10:15:41 *.10.109.206

몇년 전 꿈벗 모임에선가 우리 만났던 것 기억합니다.

자기다움을 향한 여정엔 내가 아니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데

그 과정이 참 힘들다는 것을 공감합니다.

고독한 시간이 새로운 탄생을 위한 자궁이네요.

많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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