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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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 주전 쯤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공원을 걸었습니다.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단풍잎을 줍다가 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잎이 단풍이 들어 참 이뻤습니다. 욕심을 내어 하나를 떼어 냈습니다. 손바닥에 놓고보니 보았던 그색이 아닙니다. 제가 본 그 색이 아니라 훨씬 더 어두운 색입니다. 그제서야 내가 본 것은 햇볕이 나뭇잎을 비추어 주었기에 그런 빛깔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낙엽이 좋아 자꾸만 바닥에 있는 잎들에 손이 갑니다. 들고 갔던 책들에 끼워서 이것 저것을 집어 봅니다. 바닥에 있을 때는 좋아보였는데 들고 보니 별로 인 것 같아서 버립니다. 구멍이 난 나뭇잎을 주었습니다. 아낌없이 버리려다 내 속에 있는 졸렬한 생각을 눈치채고 흠짓 놀랍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아무 흠없는 것만 가지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벌레가 먹고 여러가지 요인으로 구멍이 뚫린 흠있는 나뭇잎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날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걸어서 출근을 하는 길에 이름 모르는 나무의 잎들이 참 이쁘게 물들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가가서 조금은 자세히 살펴봅니다. 잎들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좋겠지만 하나의 잎을 땄습니다. 아직까지 시절을 기다릴만큼의 힘은 가지지 못했나 봅니다. 죽을 때까지 그 힘을 갖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잎을 들고 있던 시집에 곱게 펴서 끼워 두었습니다.
벌레먹고 구멍 뚫린 잎 아직 그것을 느낌으로 아름답게 보는 능력은 모자랍니다. 비록 그러하더라도 그것을 보고 그 잎이 지냈던 아팠던 시절을 조금은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서야 그 아름다움을 겨우 느낄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수학을 같이 공부하는 중학생 아이들에게 박노해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에 있는 시를 하나 읽어주다가 지난번에 곱게 모셔두었던 나뭇잎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뭇잎을 들고 아이들에게 이 나뭇잎을 선생님이 왜 이렇게 책갈피에 넣어두었을까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승준이가 답을 했습니다. “벌레먹고 구멍이 많이 있어서요…” 순간 마음이 통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지만 그래도 그것을 이해해주는 아이가 있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여전히 아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더 마음이 통하는 시간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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