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고맑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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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영학을 좋아 합니다. 경영을 전문적으로 공부한적이 없기에 경영학이라기 보다는 경영 이야기(책)를 좋아해야 한다고 하는게 맞습니다. 책으로 읽었던 내용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힘들어 하면서도 작은 희망과 제안을 통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걸 보니 경영이 싫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작지만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제 안의 붉음이 끌어 당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경영 이야기를 읽게 된 건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딱 10년 전입니다. 저는 송파구에 살았고 아내는 부천에 살았기에 우리 둘의 중간지점인 광화문이 도킹장소였습니다. 집에서 광화문까지 가려면 족히 1시간은 걸렸습니다. 가끔 아내를 바래다 주고 집으로 오려면 두 시간이나 더 오래 걸리거나 했습니다. 그 당시 아내는 강화도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오려면 왕복 8시간이나 필요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었지만 장시간의 이동간에 할만한 놀이가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을 청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아내와의 약속 시간보다 조금 서둘러 집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새로 생긴 동네 서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작정 서점으로 들어갔지만 평생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왔기에 아는 책이 있을리 만무했습니다. 어쩌다 고르게 됐는지 모르지만 맥킨지라는 단어가 궁금했었는지 '맥킨지는 일하는 방법이 다르다'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들의 얘기였고 작은 벤처에 다니던 컴퓨터 엔지니에게는 외계어에 가까웠습니다. 웃긴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재미있게 읽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잭 웰치가 누군지도 모르고 '끝없는 도전과 용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중성자탄 잭 웰치 이야기가 통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더 웃깁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제목이 비슷해 골랐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d To Last)'를 읽고는 사례에 나오는 위대한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위대한 기업에서 일해보는 것 보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을지도 모릅니다.
연구소를 알게 된 후로는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사부님과 연구원 혹은 고전 이야기를 읽어 나갔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책도 경영 이야기였습니다. 연애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경영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좋은 책은 책장이 잘 안 넘어가기도 하는데 개리 해멀의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What matters now) 역시 한참이나 걸려 읽은걸 보니 좋은 책으로 받아 들인 모양입니다. 참으로 신기한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너무 흡사하고 공감가는 이야기에 고개를 한참이나 끄덕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경영 이야기를 손에 잡지 않으려 한참이나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경영 이야기를 읽고 나면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례에 인용된 기업들을 보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것처럼 눈에 하트가 그려지지만 제가 처한 현실과는 너무도 먼, 상상조차 하기 힘든 현실을 살아내야 하기에 괴롭다 못해 머리를 쥐어 뜯고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처한 상황보다 조금 좋아지려면 좋겠다고 생
각해 다양한 제안을 해 봤지만 세상은 둥글게 살아가야 하는게 정답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건 제 설득 과정에 문제도 있겠지요.
현실과의 괴리를 포기하고 살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더더욱 힘이 듭니다.
이 놈의 경영 이야기는 저를 왜 이리 광분하게 할까요?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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