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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3일 01시 25분 등록
금빛 은빛 무늬 든

하늘의 수놓은 융단이,


밤과 낮과 어스름의

푸르고 침침하고 검은 융단이 내게 있다면,


그대의 발밑에 깔아 드리련만,


내 가난하여 오직 꿈만 지녔기에


그대 발 밑에 내 꿈 깔았으니


사뿐이 걸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황동규님 역편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William Butler Y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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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이어지는 이 한 밤에,
슬라이고의 어부를 그려낸 예이츠의 시를 읽고 있다.

시인을 만든 그 혹은 그녀는 밤의 융단을 깔아두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예츠처럼 가난한 내 옷 벗어 곤한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고 싶다.


혼자 그런 공상을 해 보았다. 숲속에 파묻혀 시만 읽다가 죽고 싶다는
철없는, 말도 안되는 그런 공상을 해 보았다.
그런 재미없는 삶을 도대체 누구가 꿈이라고 해주겠는가
꿈이란 말은 화자의 어조에 따라 영 그 뜻이 뒤바뀌는데
한 낯의 개 꿈 같은 그런 공상은
세상을 바꾸고 내가 바뀌고자 하는 열정의 욕망을 펼쳐내는 사람들에게는
코웃음, 한 낯 눈낄도 받을 수 없어라.
시를 안고 걸어오는 이 성북동 밤길 차가운 삼월의 겨울 바람.
이제 나는 시에게 미친년처럼 말을 걸기도 한다.
아무도 옆에 없는데
포옹이라도 하는 듯 가슴 속 그 무언가를 꼭 안고 있다.
재채기를 에취체 에취 하면서 걸어가는 그 길에 겨울바람이 얄밉지만은 않다.
내 청바지속을 시린 겨울공기로 가득채워 얼리는데도
나도 그렇게 시에게 겨울이고 싶어진다.
봄에게 내 줄 수 없어. 절.대.로.
너를 내 계절에 두고 싶어
좀 더, 좀 더,
그러면서도 봄볕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이 겨울같은 그런 사랑이고 싶다.
시는 나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지나간 바람은 차지 않을거라고
온기를 거둬가는 언 바람에 껑 얼어버린 손끝으로 빈 방의
자물쇠에 열쇄를 맞춘다.
바람을 문밖에 홀로 세워둔채 혼자 문을 닫고 들어온다.
그리고 이불을 덮는다.
이불속에서 생각한다. 그래, 지나간 바람은 차지 않지,
그러나 문밖에 세워 둔 바람은 아까 그 바람이었을까
좁디좁은 마당건너 화장실로 갈려고 한옥 거실문만 열면
금새 들어와 채우고야 말겠다는 듯이 재빨리 들어오는 저 바람은
아까 대문 밖에 세워둔 그 밤바람이었을까.
나로 하여금 예이츠의 시를 한 번 더 읽게 만든 바람


그, 그녀 였을까.



황동규님과 심죽자님이었을까
아니면 체스코님, 푸른숲님이나 소나무님 안애자님 혹은 윈디,
빗속의 런너 였을까
아니면 염희정이었을까 이샛별이었을까
강유선님이나 최진욱이었나 지니라는 분이었나.

시인을 만든 그, 혹은 그녀는 그들에게 융단을 깔아준다, 밤의 융단을

나, 시린 손으로
한번 더 내 가난한 옷 벗어 지친 그대 발 아래 깔아드리고 싶다.



굿나잇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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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기원
2005.03.13 02:19:41 *.61.127.130
암흑의 세상에서 별이 될 수있는 것은 오직 꿈이거나 깨어나는 것이 전부입니다. 행복한 꿈 또는 좋은깨어남(깨침)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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