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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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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3일 00시 19분 등록

여섯시 성당 종소리는 벌써 흩어진지 한시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새벽비로 적신 해가 남아 있다. 어서 걷자.

나만의 라팽 아질, 그 길로 어서 접어들자.
살아남은 도시의 작은 숲이 어둑히 서 있는 그 곳에.

이제는 정겨운 이름의 인왕도 검은 잠옷을 꺼내고 있다.

수 많은 낱장의 일기를 떨구고 새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나무가지 너머로 달무리가 퍼지는 구나.

저기 양지바른 곳 뽕나무옆에 들어앉은 친구 소나무들아,
겨울동안 잘 지냈니?

지난 여름 놀랍도록 자라나 나를 놀래킨 친구들아,
달빛만으로 걷기 힘든 이 행인을 위해 이 가로등들을 심은 이들을
너희는 알고 있겠지.

이 숲의 좁은 공간도 놀랍도록 활용한 친구들아
지나버린 유행처럼 내 무기력의 옷,
지난 가을 낙엽 아래 삵고 있는 것도
너희는 알고 있지.

반가와, 이젠 자주 볼 수 있을껄, 봄이쟎아.

도시의 가로등에도 두 눈 꼭 감고 잘자렴.

나처럼 낮에 졸지 말고.
IP *.42.25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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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국
2005.03.23 08:51:12 *.150.69.222
봄비를 머금은 꽃들이 더욱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꽃의 화원을 걷는듯한 아름다운 詩語입니다. 시인과 같이 하면 시인이 된다는데 나도 조만간 시인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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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3.23 13:21:46 *.247.50.145
idgie님! 글이 생활입니다 그려. 근데 어케 알았죠? 제가 낮에 졸았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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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5.03.23 23:37:40 *.42.252.158
:-) 호호홍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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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5.04.16 00:03:55 *.42.252.177
그 길에서 깊은 밤보다 더 달콤한 쉼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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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6.05.19 17:55:46 *.72.66.253
이제 나는 그 길을 ruach와 함께 걷는다. 루아가 후웃 입김을 더해준다. 신선하게 배달된 새아침의 교향시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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