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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19일 13시 17분 등록


어제는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교인도 아닌 사람이 하루동안 교회에 두 번 가게 되었습니다. 오전에는 큰아이가 첫 영성체를 모시는 날이라 하여 온 가족이 성당에 가서 11시 미사를 보았습니다.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은 가나의 혼인 집에서 성모의 권유로 여섯 항아리의 물을 포도주로 만든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물이 잔치에 꼭 필요한 포도주가 되는 변화가 바로 좋은 종교인의 수련이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점심 먹고 난 후에는 어느 교회의 모임에 참석하여 1 시간 남짓 강연을 하고 몇 개의 질문을 받아 서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전쟁 직후 만들어진 유서 깊은 곳이지만 한국교회의 진보성과 진취성을 대표하는 교회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교회 입구에 ‘이라크 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프래카드가 크게 붙어있었습니다.

교인도 아닌 사람이 가서 할 이야기가 없다했지만 굳이 거절하지 못하고 가게 되었습니다. 아마 내 직업이 세속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스스로를 탄생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초청한 것 같습니다. 영적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돕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일 테니까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제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도 했습니다.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신앙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그 사람이 훌륭한 신앙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믿습니다.

진정으로 믿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는 종교의 이름으로 우리가 해낼 수 훌륭한 일은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요.

참, 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군요. 강연 중에 하도 그 얼굴이 평화롭고 유쾌하게 빛나서 눈길이 쏠리는 것을 피할 수 없던 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나중에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 할머니는 여든 다섯 되셨다고 합니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기도하는 자의 마음을 바꿀 뿐이다. ’ - 소렌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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