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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8일 14시 45분 등록

며칠 여행을 떠났다 돌아 왔습니다. 돌아와 집으로 오니 우리 집 덩굴장미가 한창 화려합니다. 마치 해가 수평선 위로 반쯤 떠오르는 듯 합니다. ‘절정’은 절정을 기대할 때 더욱 화려합니다. 핀꽃은 싱싱하여 달콤하고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들이 줄지어 다투어 개화를 기다리고 있는 이 배치가 바로 절정을 예감하게 합니다.

아내는 내가 돌아오는 날 작은 항아리 속에 붉게 익어가는 커다란 수국 몇 송이와 노랑색 붓꽃 몇 송이를 꽃아 현관에 놓아두었습니다. 떠나 있는 동안 우리 집 수국도 붉게 익었고 붓꽃도 몇 송이 더 피었습니다. 거실로 들어서자, 바깥 계단을 오르며 감탄했던 그 절정을 향한 환한 장미꽃 한 다발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커다란 화병 가득 붉은 장미를 꽂아 두었습니다.

집은 참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일기장에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질서에 지쳐 길로 나선다. 나그네는 길 위에서 자유를 본다. 그리고 자유에 지쳐 집으로 온다. 집이 일상과 함께 그곳에 그대로 있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은 비감하지 않고 즐거운 것이다. 우리는 질서에 지쳐 나그네가 되고, 자유에 지쳐 뿌리를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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