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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20일 10시 36분 등록


1.

Tonight I can write


Tonight I can write the saddest lines.

Write, for example, 'The night is starry
and the stars are blue and shiver in the distance.'

The night wind revolves in the sky and sings.

Tonight I can write the saddest lines.
I loved her, and sometimes she loved me too.

Through nights like this one I held her in my arms.
I kissed her again and again under the endless sky.

She loved me, sometimes I loved her too.
How could one not have loved her great still eyes.

Tonight I can write the saddest lines.
To think that I do not have her. To feel that I have lost her.

To hear the immense night, still more immense without her.
And the verse falls to the soul like dew to the pasture.

What does it matter that my love could not keep her.
The night is starry and she is not with me.

This is all. In the distance someone is singing. In the distance.
My soul is not satisfied that it has lost her.

My sight tries to find her as though to bring her closer.
My heart looks for her, and she is not with me.

The same night whitening the same trees.
We, of that time, are no longer the same.

I no longer love her, that's certain, but how I loved her.
My voice tried to find the wind to touch her hearing.

Another's. She will be another's. As she was before my kisses.
Her voice, her bright body. Her infinite eyes.

I no longer love her, that's certain, but maybe I love her.
Love is so short, forgetting is so long.

Because through nights like this one I held her in my arms
my soul is not satisfied that it has lost her.

Though this be the last pain that she makes me suffer
and these the last verses that I write for her.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나는 오늘 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밤은 별들을 촘촘히 수놓았고,
푸른 별은 저 멀리서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라고 씁니다.

밤하늘은 하늘을 맴돌며 노래합니다.

나는 오늘 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 나를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 내 품에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저 끝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가끔씩 그녀를 사랑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그녀의 꼼짝 않는 눈동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오늘 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그녀를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그녀를 잃어버렸음을 느낍니다.

그녀가 없어 저으기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이슬이 풀 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립니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밤은 별들을 촘촘히 수놓았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노래를 부릅니다. 저 멀리서.
그녀를 잃어버린 나의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녀를 내 곁으로 데려오기라도 할 듯이 내 눈길은 그녀를 찾아 헤맵니다.
내 가슴은 그녀를 찾아 헤매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똑 같은 나무들을 하얗게 밝히는 똑 같은 밤입니다.
우리는, 그 때의 우리들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었던가요.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 닿으려고 바람을 찾곤 했지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맑은 육체, 그녀의 끝 모를 눈동자.
다른 남자의 것입니다. 아마도 다른 이의 소유일 겁니다. 전에는 내 입술의 소유였던 것처럼.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녀를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토록 짧고, 이별은 그토록 길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기에,
그녀를 잃어버린 내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내게 안겨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쓰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2.

POETRY


And it was at that age...Poetry arrived
in search of me. I don't know, I don't know where
it came from, from winter or a river.
I don't know how or when,
no, they were not voices, they were not
words, nor silence,
but from a street I was summoned,
from the branches of night,
abruptly from the others,
among violent fires
or returning alone,
there I was without a face
and it touched me.

I did not know what to say, my mouth
had no way
with names
my eyes were blind,
and something started in my soul,
fever or forgotten wings,
and I made my own way,
deciphering
that fire
and I wrote the first faint line,
faint, without substance, pure
nonsense,
pure wisdom
of
someone who knows nothing,
and suddenly I saw
the heavens
unfastened
and open,
planets,
palpitating planations,
shadow perforated,
riddled
with arrows, fire and flowers,
the winding night, the universe.

And I, infinitesmal being,
drunk with the great starry
void,
likeness, image of
mystery,
I felt myself a pure part
of the abyss,
I wheeled with the stars,
my heart broke free on the open sky.


시 (詩)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虛空)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렸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3.

노벨문학상 수상 만찬연설 마지막 부분:

I render my thanks and return to my work, to the blank page which every day awaits us poets so that we shall fill it with our blood and our darkness, for with blood and darkness poetry is written, poetry should be written.


4.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大洋이 잠긴 그대 눈동자에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저쪽 가장 높은 횃불에서는
나의 고독이
몸을 삐쳐 훨훨 타오르고 있다.
난파선 위의 사람처럼
팔을 휘두르며 훨훨 타오르고 있다.


나의 초점 없는 눈을 향해
빨간 신호를 보내 본다.
등대가 서 있는 해안가에
밀리는 물결처럼
너의 눈은 사뭇 파도를 인다.


그대는 내가 경원하는 여자.
그대만이 홀로 암흑을 간직하고 있나니
그대 시선은 가끔 공포의 해안을 침수하는도다.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그대의 大洋眼을 흔드는
그 바다에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밤에 우는 새들은
첫 별들을 쪼아먹는다.
그대를 사랑할 때 나의 영혼처럼 반짝이는
첫 별들을 쪼아먹는다.


밤은 그의 陰氣에 떠는 암말을 타고
들판을 달린다.
푸른 이삭들이 흩날리는
들판을 달린다.



5.

다문 입으로 파리들이 들어온다 .



왜 루비는 그 붉은 불꽃을
손에 들고 막 타오르려 하는가?

왜 황옥의 심장은
노란 벌집을 드러내고 있는가?

왜 장미는 자기의 꿈의 색을
바꾸며 스스로 즐거워하는가?

왜 하늘은 유월의 별 아래서
점점 창백해지는가?

왜 에메랄드는 침몰한
잠수함처럼 떨고 있는가?

어디에서 도마뱀의 꼬리는
그 신선한 색을 받아 오는가?

어디에 카네이션을 다시 피우는
지하의 불이 있을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광채를 얻는가?

어디에서 잠을 잤길래
석탄은 그리 꺼멓게 깨어 있을까?

그리고, 어디에서, 도대체 어디에서 호랑이는
그 슬픈 줄무늬를, 황금빛 줄무늬를 사오나?

언제 정글은 자기 만의 향내를
내뿜기 시작했을까?

언제 소나무는 자신이 향긋한
내음을 내는 걸 알았을까?

언제 레몬은 태양과 같은
법칙을 배웠을까?

언제 연기는 나는 것을 배웠는가?

언제 뿌리들은 서로 이야기 하는가?

별에서 물은 어떨까?

전갈은 왜 독을 품고 있으며
코끼리는 왜 인자할까?

거북이는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나?

그늘은 어디로 사라 지는가?

비는 무슨 노래를 되풀이 하는가?

새들은 언제 죽으러 가는가?

그리고, 왜 잎들은 푸르러야 하는가?

우린 아는 거라곤 거의 없고,
그리고, 아는 척은 많이 한다.
우리는 너무나 천천히 배우므로
물어만 보다가 죽는다.

헤어질 날을 위해,
죽은 자의 도시를 위해,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나을 것.

그리고 한때 당신 해골의 구멍이었던 곳으로
바람이 불어 지나갈 때
바람은 너에게 그러한 신비를 알려 주리라.
한때 네 귀였던 그 공간을 통해
너에게 진리를 속삭여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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