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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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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4일 16시 20분 등록

친구가 하이쿠 여러편을 보내 주었군요.
마음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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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일본에는 한 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먼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 줄의 시를 썼다.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작은 사물에 대해, 벼룩과 이와 반딧불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한 줄의 시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이 지상에서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로 그들에게는 한 줄도 너무 길었다.
번개처럼, 우리들 생에 파고드는 침묵의 언어들!



마지막으로 아버지 얼굴에 앉은 파리를 쫓아 보냈네 - 이싸



높은 스님께서 가을 들판에서 똥 누고 계신다 - 부손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 타다토모



반딧불을 쫓는 이들에게 반딧불이 불을 비춰 주네 - 오에마루



첫눈이여, 글자를 쓰면 사라지고 쓰면 사라지고 - 치요니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쿄로쿠



나비가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실망한 것처럼 - 이싸



첫눈이 내린다. 수선화 줄기가 휘어질 만큼 - 바쇼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 이싸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 소칸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가쿠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 사초



비가 내리는 날이면 허수아비도 사람처럼 보이네 - 세이비



새벽이 밝아오면 반딧불도 한낱 벌레일 뿐! - 아온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네 - 본초



옛날에 내가 떠난 집 아직도 그 곳에 벚꽃이 피겠지? - 이싸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 바쇼



늙은 개가 지렁이 울음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있네 - 이싸



저 나비, 무슨 꿈을 꾸길래 날개를 파닥거릴까? - 치요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 시메이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 시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 료칸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허물은 - 바쇼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벚꽃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은! - 이싸



꺾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 나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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