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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4일 16시 10분 등록
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아직은 성급하지만 봄기운이 좀 느껴집니다.
구소장님은 여행 잘 하고 계시겠지요?

지난 수요일 두번째 이야기를 올려야 되는데
설 연휴 관계로 오늘 올립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많은 관심과 보여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특히 수선화님께서 좋은 지적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과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유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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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도 아무리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도 양념이 있어야 맛을 내듯이, 유머는 대화의 양념이며 군대 건빵 속에 들어 잇는 별사탕이다.
유머감각이 있어서 웃음으로 주위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인기가 있다. 기운이 없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에는 그의 유머 때문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만날 때마다 빈정거리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보다 웃음이 흘러넘치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느낌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유머는 남을 즐겁게 해 주는 미덕도 있지만,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도 갖고 있다. 유머는 짧은 몇 마디의 말로도 딱딱하게 굳었던 정신을 녹여 사람의 기분과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으며,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능숙하게 비켜가게 하는 적절한 해결책이다.

영국의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진실된 유머는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유머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재치나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삶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속에
깔려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말재간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마음이 조급하고 격한 상황에서는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정말 유머가 필요한 때는 느긋하고 행복할 때가 아니라 급박한 상황이다.
너그럽고 여유 있는 태도, 남의 입장을 수용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은 유머를 구사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유머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상황을 한방에 반전시키는 카운터펀치이다. 적절한 유머는 백 마디의 말보다 낫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유능하고 원만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이제는 전문적 능력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유머감각을 키우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머감각이란 단순히 남을 웃기는 재주가 아니다.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편으로 유도해 나갈 수 있는 순간의 재치다.
인간이란 스스로에게 우월감을 느끼는 것에만 웃는 것이다.
그래서 코미디에는 바보들이 자주 나오고 넘어지는 일이 많은 것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의 유머, 그리고 남을 깔보지 않고 존중해 주는 유머, 그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나온다. 누구나 세상을 조롱하고 타인을 폄하하기는 쉽다. 하지만 차갑고 오만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말장난에는 잠깐의 웃음은 있어도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정관념은 창조적인 삶의 장애물인 동시에 유머의 적이다. 사물을 곧이 곧대로 보이는 대로만 보는 사람은 결코 멋진 유머를 창조해낼 수 없다,
유머는 유연한 사고에서만 가능하다.
‘HAITAI'라는 글자를 다른 사람들이 ’해태‘라고 읽을 때 ’하이타이‘라고 볼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이 나무만 볼 때 숲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머감각을 키우고 싶다면서 관찰하는 폭넓은 시야, 그리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는 풍부한 상상력과 엉뚱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유머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평소 연습을 통해서 수많은 기술을 몸에 익혀야 시합에서 그 기술을 써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연습을 통해서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유머가 튀어나올 수 있다.
마음 먹고 던진 유머가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썰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잘 맞았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야구선수도 잘 맞는 날이 있고 잘 안 맞는 날이 있다.

희극의 참 맛은 가능한 한 심각한 표정과 대사를 구사하여 관객들을 뱃속으로부터 웃게 하는데 있다. 희극의 천재라는 채플린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관객들은 웃지 않는데 연기를 하는 당사자만이 열심히 웃고 있다면 그건 진정한 희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잘 웃기는 사람은 자신은 웃지 않는다. 유머를 하면서 자신이 먼저 웃으면 김빠진 맥주처럼 맛이 없고 정답을 아는 퀴즈처럼 재미가 없다.

노래는 몇 번이고 들어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십팔번이 한 두곡씩은 있다. 그러나 유머에는 십팔번이 없다.
유머는 리바이블 하지마라.
유머는 두 번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독사도 두 번째 물때는 독이 약하다.
유머는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몇 번 문지르고는 빨리 사라지는 간호사와 같아야 한다.

부풀어 오른 풍선에 바늘을 살짝 갖다 대면 ‘빵’하고 터지듯이 유머는
듣는 사람들을 기습하는 듯한 신선함이 필요하다.
훌륭한 선수는 자신의 찬스를 만들줄도 알지만 한 번 주어진 찬스는 좀처럼 놓치지 않는다.
유머를 잘 하는 사람은 ‘빵’하고 터뜨릴 풍선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황이 부풀려준 풍선을 찾아 때에 맞춰 터뜨릴 줄 아는 사람이다.


나무도 항상 무성한 것이 아니다. 여름에는 무성하다가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는다. 나무가 겨울에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자신의 수액을 뿌리로 내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비울 때와 채울 때를 아는 것이 자연의 지혜다.
항상 맑기만 한 날씨보다는 가끔 비온 뒤의 햇살이 더욱 눈부시듯이
항상 농담을 말하지 말라. 항상 농담을 하는 자는 진지한 일을 결코 할 수 없다. 쉴 새 없는 익살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도 없다. 그러니 한 때는 익살을 부리더라도 나머지 다른 때는 진지 하라. 어둠 속에서 불빛이 밝게 느껴지듯이 그 진지함 속에서 유머가 더 빛이 난다.

잘 웃기기 위해서는 먼저 잘 웃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가 유머를 구사하면 재미가 있건 없건 기꺼이 웃어주자.
어떤 때는 첫마디만 들으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도 내색하지 말고 끝까지 재미있게 들어주어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은 그 유머를 써먹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생각해 보라.
물론 가능하면 유머로 화답하는 것이 좋겠지만 굳이 상대를 압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마음을 열고 웃으며 살아가다 보면 그 사람의 유머감각도 그만큼 발전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유머는 선택적이었지 필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미래의 의사소통에서는 유머가 핵심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머를 갖춘 사람은 조직의 양념과 같은 사람이었지만 앞으로는 조직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다.
유머리시트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며 그런 것쯤 희생해도 손상되지 않을 만큼의 인격과 자기 수양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당신은 좋은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그러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상대가 유머감각이 없다고 해서 따분하게 생각하지마라. 말은 잘 해도 노래는 지독히 못하는 음치가 있듯이 유머감각도 타고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의 말도 재미있게 들어줄 수 있을 때 당신은 유머리스트를 넘어 휴머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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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기원
2005.02.15 09:05:48 *.61.127.58
회장님회장님 우리회장님 유머의 진정한 멋을 논해주셨습니다. 10권 선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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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2005.02.22 01:16:50 *.208.7.192
진정한 유머는 삶의 풍진과 그 애환까지 끌어안고 웃는 관용이 아닐는지요. 인생의 풍자, 그 이면까지 웃을 수 있다면 정신의 예술이지 싶습니다. 모순을 즐기게 되는 발랄한 생명력이 유머라면 그에 화답하여 마치 마개가 터지며 솟구치는 하얀 삼패인의 거품처럼 웃음이 폭발하는 천진한 감수성이 준비되어야 겠습니다. 웃는 동안만큼은 불행한 사람이 없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웃지 않으면 인간의 감정은 퇴화 된다”는 점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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