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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2일 17시 03분 등록
어그제는 저녁 늦은 시간에 동료 한 사람과 함께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워싱턴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대담한 것을 저희 사무실에서 비디오 테이프(월북 발간)로 봤습니다. 저희 사무실 분위기가 약간 어수선한 가운데 잡담을 나누며 본 것이라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선 워런 버핏의 목소리가 매우 특이하고 생각했습니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잘 나타낸다고 합니다. 저는 워런 버핏 같이 빈틈없는 사람은 목소리 역시 냉랭할 것 같았는데, 이외로 약간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소탈하고 명랑하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동료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대단히 유머가 풍부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원시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식인종의 저녁 거리가 되었을 것이며, 요즘 시대에 태어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으며, 죽은 후 5년 후까지 일을 하겠다고 농담하더군요.

이에 비해 빌 게이츠의 태도는 놀랍도록 진지했습니다. 꽤 오래 전입니다만, 저는 월간 석세스파트너 취재 기자 시절, 빌 게이츠가 한국에 강연하러 왔을 때 아주 가까이에서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는,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린 동안(童顔)의 모습이었고, 체구도 자그마하더군요.

이 대담애서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신은 어린 시절 자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PC의 가능성에 대해 비전을 보았기에 이 분야를 선택했다고. 그러면서 오늘날 자신과 자신의 회사가 독선적이 되는 것이 두렵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세계 최고의 독점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가 독선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 회사, 자신의 제품에 대해 칭찬 듣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감미롭고 듣기 좋은 말에 취하고 빠져드는 순간, 이미 우리는 실패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더 이상 동료의 충고, 고객의 목소리, 세상의 요구에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항상 자신의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충고를 부탁하고, 발머는 “이 친구야, 이 일에는 시간을 더 쏟았어야 했어”라고 말해준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충고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까요?

갑자기 이야기 하나가 떠오르군요. 중국 당나라의 측천무후 휘하에 어떤 장군이 있었습니다. 본래 문인 출신인 그는 대단히 겁이 많아 적군이 출동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도망할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는 다른 사람의 충고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그의 밑에는 훌륭한 참모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킨 적장의 목을 베어 당당히 수도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알다시피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25년이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정상에 선 사람은, 분야가 다를지라도 서로 통하는 게 있기 때문이겠죠. 두 사람은 모두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분야에서 깊이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시대의 커다란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그곳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으며, 자양분을 흡수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20대에 해야 할 단 한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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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ypert
2005.03.13 09:52:10 *.196.62.215
뿌리만들기. 흔들리지 않도록. 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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