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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6일 11시 42분 등록
<어수룩하게 보여라>

사람들은 조금 어눌하고 약간은 빈 곳이 발견되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완벽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약간은 모자란 데가 있는 사람이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노자는 “총명하여 그 어떤 것이라도 모두 알고 능통하면서 전혀 그러한 것을 의식하지 않고 기색도 보이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완전할 수도 없는 인간이 완전하려고 하니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어수룩한데도 있어야 사람훈기도 난다.
강연도 물 흐르듯 실언 한마디 없으면 오히려 권태롭다.
그래서 명강사는 가끔 의식적으로 실언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이 계속 승승장구하고 싶거든 언제나 자세를 낮추고 겸허해야 한다. 자세를 낮춤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사고 겸손하고 조금은 바보 같고 어수룩하게 보여서 경쟁자로 하여금 오히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인간 심리의 구조로 볼 때 지혜로운 처세의 방법이다.

당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거의 언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늘 실제보다 어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지적인 면에서 약간 열등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

완전히 비어버린 멍텅구리가 아니라 똑똑한 멍청이를 좋아한다.
능력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실수를 하면 소박해 보이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나보다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르면 그만큼 나와의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멍청함을 통하여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경계심을 낮출 필요가 있다.
우둔한 사람들 앞에서 현명한 체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그 사람에게 맞는 언어로 이야기 하라. 노인한테 하는 말과 대학생한테 하는 말은 달라야 한다.

지성이란 그것을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공자도 “중인 이상은 높은 도를 말해 주어도 괜찮으나, 중인 이하는 높은 도를 말할 것이 못되느니라.”고 이야기 했다.
검객을 만나면 검을 뽑아라. 시인이 아닌 사람 앞에서 시를 낭송하지마라.


‘어당팔’이라는 말이 있다. 어수룩하게 보이는 사람이 당수 팔단 이라는 말이다. 어수룩하게 보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어려운 역이 바보역이다. 바보는 절대 그 바보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참으로 떳떳하고 자신 있는 자는 결코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의 자세를 취하거나 과잉방어에 급급할 까닭이 없다.
사자는 병든 몸처럼 슬금슬금 걷고 독수리는 졸린 것처럼 꾸벅꾸벅 눈을 뜨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면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반면 결정적인 무기가 없는 여우는 온갖 방법으로 상대를 교란시킨다.

뛰어난 인물은 남다른 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에 잘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언뜻 보아서는 그리 뛰어나게 보이지 않는다.
위대한 은자는 시중에 숨는다. 왜냐하면 유유자적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환경을 겁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저잣거리로 돌아와서 돼지고기도 먹고 술도 마신다.
그러고도 자신의 마음을 더럽히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고승인 것이다.

인간이라면 허물이나 흠이 있기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 약점을 드러내 놓을 때 그 사람은 인간답게 빛나는 것이다.
약점을 약점대로 당당하게 자랑하는 것에 의해서 진짜 장점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약점은 약점을 보이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일이다.
똑똑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물론 인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어라.

순진하다는 것은 무지한 것과는 다르다. 순진하다는 것은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다 알고 있지만 정직하고 순수하면서도 소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무지는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그저 바보일 뿐이다. 당신이 보여줘야 할 것은 순수함과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당신이 약하고 자신들보다 잘 나지 않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벙하게 보이는 것,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당신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생각될 것이다.

일부러 치명적이 아닐 정도의 약점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잡게 하여, 상대방이 그것을 안심하는 순간, 이 쪽에서는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못난 체 약세를 가장하여 상대가 오만하게 굴도록 하라.
즉, 낙법을 취하면서 어느 사이에 우위에 선다. 이것이야말로 ‘약자이면서 강자를 이긴다.’
‘뒤로 물러서서 앞을 차지한다.’고 하는 노자의 사상을 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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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ypert
2005.03.17 09:38:12 *.196.62.215
아는게 없을때 더 완벽한 사람인척 하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긴장하지 않고 지낸다하지만, 어수룩하게 보이는거 참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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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기원
2005.03.17 12:15:05 *.82.18.202
바보임을 알수있을때 그는 이미 바보이상이 되어있다. 좋은 글 잘 읽고 가슴깊이 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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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2005.03.22 17:12:01 *.163.147.9
좋은 말씀, 좋은 글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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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이
2005.03.26 16:49:26 *.208.0.142
"지나친 겸손은 교만"이라는 말이 있지요. 또 "전부를 다 아는 천재도 없고 하나도 모르는 바보도 없다" 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리숙하게 처신해서 상대를 방심하게 한다음 그 허를 찔러 주도권을 잡는다는 말은 영악한 세태를 반영하는 처세법 같아 허탈합니다. 물론 상대로 하여금 정신의 본향으로 안주하고 싶을만큼 넉넉하고 푸근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있음도 압니다. 그러나 언제나 진실하게, 그리고 겸허한 자세로 친절한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면 물흐르듯 모든 관계형성은 원만해 지는 것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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