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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2일 17시 18분 등록

얼마 전 우연히 다음 카페에서 누리꾼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헌재 전 부총리가 부동산 문제로 사퇴한 건에 대해서였죠. 어떤 누리꾼 한 사람은 “이제 더 이상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것은 안 됩니다.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정승처럼 번다라는 게 무엇이지?’라고 중얼거렸습니다.

한편, 그 날 어떤 월간지를 읽었는데, 국내 대형교회의 유명한 목사님께서 서두 글을 쓰셨더군요. 주제는 ‘정직’이었습니다. 그 목사님 글 중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 더 이상 부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라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희한하게도(?) 계속해서 개처럼 번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개처럼’이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쓰여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벌써 7년 동안 키우고 있는 진돗개 백구 ‘아름이’는, 새끼 때 처음 진도에서 데리고 왔을 때 저를 무척 실망시켰습니다. 아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동네 개들이 마구 짖으며 출동합니다. 그러면 아름이는 빠른 발을 이용하여 멀리 돌아가서는 웃으면서(?) 다시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명색이 진돗개인데 동네 똥개들에게 쫓기어 멀리 돌아오는 아름이를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름이는 나이가 들어 동네 개들이 몰려오면 적당이 겁을 줘서 쫓아 보내고 여유 있게 동네를 통과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불필요한 싸움을 피했던 것이죠. 아름이는 제가 지금껏 키웠던 진돗개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발이 빨라서 여름에 개장수한테 끌려가거나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서 ‘개’ 자가 들어가는 것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그렇지만 ‘개처럼 번다’를 좀 좋은 뜻으로 새겨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 전 월간 석세스파트너에 인터뷰 기사가 나왔던, 의약품유통업계의 신기록 제조기라고 불리우는 이희구 지오영 회장은, “돈 앞에서 머리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사업하는 사람의 태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어떤 분이 ‘정승처럼 번다’라고 한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얘기일지 모릅니다. 정승처럼 머리를 뻣뻣이 들고 있는 사람에게 누가 다가 오겠습니까?

‘개처럼’은 ‘부정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등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긍정적으로 볼 때, ‘돈(이익) 앞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온 몸을 던져서’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이 돈을 벌었다는 것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만큼 자신의 에너지를 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우리 나라 속담이 우리 민족의 수 천 년 동안의 삶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말이 그렇게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으며, 앞으로도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속담으로 후손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돈을 벌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 ‘수양’이 되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개’인 것입니다. 옛날 한신 장군이 부랑자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 ‘개’가 되었던 것처럼, 큰 일을 할 사람은 사소한 굴욕을 능히 감내합니다. 정승이 되어선 절대 돈을 벌 수 없습니다. 기꺼이 개가 되십시요^^. 오늘 위대한 개의 세계로 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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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전문가를꿈꾸며
2005.03.29 14:24:25 *.233.85.248
ㅋㅋ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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