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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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오늘은 제가 두번째 하프 마라톤에 참가하는 날입니다.
여름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10월에 있을 풀코스 도전을 위한 많은 준비과정의 하나라 생각하며 2주일 전부터 음주가무를 자제하며 이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전날 저녁 간단하게 저녁을 조금 늦게 먹고(제가 야참을 먹는 습관이 있어 정상적으로 먹으면 밤늦게 배고파 냉장고를 뒤질까봐)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체크했던 준비물을 챙깁니다.
입장권, 선글라스, 바세린, 런닝화 등등
7:30 경 간단한 아침을 먹고 준비했던 것들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대회 장소가 독립기념관이라 집에서는 차로 20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차에 내리자 마자 땀이 벌써 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땀이 많은 체질이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행사장 주변을 20여분간 달리며 준비운동을 합니다.
가족들과 같이 오신 분도 있구요, 멀리 인천에서 오신 분들도 계시군요. 그리고 한껏 멋을 낸 여성 달리미도 보입니다. 다들 화이팅!!
드디어 하프 출발신호가 올랐습니다. 저는 맨 골찌라인에 서서 출발했습니다.
아직 초보인데다 기록보다는 제 페이스에 맞춘 완주가 목표라서 앞에서 출발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빨리할 수 있거든요.
처음 약 2km는 독립기념관 순환로를 돌고 청소년 수련원을 가로질러 본격적인 코스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느때처럼 시작은 내 몸과의 대화입니다.
"오른발 괜찮니? 무릎쪽이 조금 아픈데 오늘 잘해 보자. 응. 그리고 왼발 너도 페이스 잘 맞춰보자. 팔들도 힘들때는 발과 보조를 잘 맞추고, 오늘 처음 입고 나온 신발과 팬츠도 잘 부탁한다. 컨디션 다들 좋지. 힘내자 아자 아자!!"
어느틈에 10km 선두주자들이 달려 옵니다. 주로 아마추어 선수(?)들이 순위 경재을 벌이는 것이라서 달리는 속도가 굉장합니다. 레이스카를 바로 뒤좇아 오는 사람이 다름아닌 천안마라톤클럽 훈련이사인 윤선생님입니다. 3년전 약 한달간 같이 아침운동을 함께 했던 분입니다. 화이팅.
논에는 농약치는 농부들이 보입니다. 논두렁에는 아주머니가 노란 농약줄을 들고 서있고 아저씨는 논안에 들어가서 농약줄을 어깨에 메고 이리 저리 농약을 칩니다. 한참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제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어릴때는 농약을 치는 8월 정도면 논에 벼도 제법 자랐고 제비들이 엄청 많이 날아 오거든요. 농약냄새가 좋은건지 어떤건지는 모르지만 제비들이 참 많았는데 환경이 많이 나빠졌나 봅니다.
조금 더 달리니 논에 피뽑는 노인분들도 보입니다. 요즘도 피뽑나 싶어 신기해 보입니다. 예전에 피뽑으라고 부모님께서 논에 들어가라고 하면 어린 제눈에는 핀지 모인지 분별이 않되어 그냥 마구잡이로 뽑다가 혼난 기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 지어 봅니다.
그러는 동안 벌써 10km 반환점에 다다렀습니다. 아! 저이들은 좋겠다.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으니. 우리는 아직도 6km나 더 가야 반환점이 있을텐데.
앗! 변수가 생겼습니다. 지금부터 하프 반환점까지는 6km 내내 오르막만 있는데 처음 입고 온 마라톤 삼각 팬츠가 몸에 잘 맞지 않는지 허벅지 위 안쪽(?)에 생채기가 나서 양 다리가 쓰씨는(적당한 표현을 못 찾음) 겁니다.날은 더운데다가 와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반환점부터는 내리막이었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그럭 저럭 달렸지만 중반전은 정말 "살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정말 살부터 더 빼야지 원.
한없는 오르막 코스 햇볕은 쨍쨍 급수 도우미는 뛰엄 뛰엄.
그래도 다행은 제가 잘 아는 코스라는 점입니다. 친한 후배가 사는 전원 주택도 보이구요. 계모임 선배분 고향마을로 코스가 만들어져 반환점이 어느 지점인지 대충 감이 와서 지친 몸을 이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반환점을 통과 시원한 물세례를 하고 돌아가는 길로 내려 갑니다. 시간을 보니 1:04 정도. 평상시보다 조금 오바한 기록입니다.
내리막 6km는 살과의 아픔도 어느정도 가시고 맞바람도 조금씩 맞으면서 기분좋게 달리면서 페이스를 조금씩 높여 봅니다.
10km 반환점인 15km 지점에 도착해서 바나나 2개를 들고 먹으면서 속도를 조금 늦췄습니다. 꿀맛입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바나나보다도 맛 있습니다. 바나나 주는 장소와 물먹는 장소가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배려인지 착각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사이 목말라 죽을뻔 했습니다.
저를 앞서 가는 분들도 있고 제가 추월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먼저 KT 복장을 한 서너명의 선수들이 저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끝까지 함께 했구요. Book city 상의를 입은 네명의 달리미도 19km정도 까지 중간 중간 만났습니다. 저를 추월해간 그 멋진 여성 달리미분을 잊기 참 힘듭니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긴생머리까지 하면요.
19km 정도에서 한발과 목발로 달리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힘내십시요" 인사하니 "예, 화이팅" 답례하는 그 분을 지나치며 감동먹었습니다.
드디어 독립기념관 순환로에 접어들었습니다.마지막 2km 정도가 오르막코스가 많아 막판 스퍼트를 하기에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제 페이스대로 달려 지난번처럼 많이 지치지는 않아 추월해 나갑니다. 가쁜 숨을 들이쉬며 골인점을 향해 조금씩 속도를 높여 봅니다. 실상 제가 느끼는 속도가 빠를 뿐이지 평상시 속도보다도 느린 막판 스퍼트입니다.
드디어 골인. 1시간 56분 정도 걸린것 같습니다.
아직도 힘이 남아 있습니다. 전반부 제 페이스를 조절했기 때문에 후반부도 힘이 덜 들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기념메달과 빵 그리고 음료수를 받아 들고 차로 돌아오면서 물러가는 한여름을 가슴 가득 느껴 봅니다.
기다려라, 춘마야!
IP *.118.67.80
여름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10월에 있을 풀코스 도전을 위한 많은 준비과정의 하나라 생각하며 2주일 전부터 음주가무를 자제하며 이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전날 저녁 간단하게 저녁을 조금 늦게 먹고(제가 야참을 먹는 습관이 있어 정상적으로 먹으면 밤늦게 배고파 냉장고를 뒤질까봐)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체크했던 준비물을 챙깁니다.
입장권, 선글라스, 바세린, 런닝화 등등
7:30 경 간단한 아침을 먹고 준비했던 것들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대회 장소가 독립기념관이라 집에서는 차로 20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차에 내리자 마자 땀이 벌써 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땀이 많은 체질이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행사장 주변을 20여분간 달리며 준비운동을 합니다.
가족들과 같이 오신 분도 있구요, 멀리 인천에서 오신 분들도 계시군요. 그리고 한껏 멋을 낸 여성 달리미도 보입니다. 다들 화이팅!!
드디어 하프 출발신호가 올랐습니다. 저는 맨 골찌라인에 서서 출발했습니다.
아직 초보인데다 기록보다는 제 페이스에 맞춘 완주가 목표라서 앞에서 출발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빨리할 수 있거든요.
처음 약 2km는 독립기념관 순환로를 돌고 청소년 수련원을 가로질러 본격적인 코스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느때처럼 시작은 내 몸과의 대화입니다.
"오른발 괜찮니? 무릎쪽이 조금 아픈데 오늘 잘해 보자. 응. 그리고 왼발 너도 페이스 잘 맞춰보자. 팔들도 힘들때는 발과 보조를 잘 맞추고, 오늘 처음 입고 나온 신발과 팬츠도 잘 부탁한다. 컨디션 다들 좋지. 힘내자 아자 아자!!"
어느틈에 10km 선두주자들이 달려 옵니다. 주로 아마추어 선수(?)들이 순위 경재을 벌이는 것이라서 달리는 속도가 굉장합니다. 레이스카를 바로 뒤좇아 오는 사람이 다름아닌 천안마라톤클럽 훈련이사인 윤선생님입니다. 3년전 약 한달간 같이 아침운동을 함께 했던 분입니다. 화이팅.
논에는 농약치는 농부들이 보입니다. 논두렁에는 아주머니가 노란 농약줄을 들고 서있고 아저씨는 논안에 들어가서 농약줄을 어깨에 메고 이리 저리 농약을 칩니다. 한참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제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어릴때는 농약을 치는 8월 정도면 논에 벼도 제법 자랐고 제비들이 엄청 많이 날아 오거든요. 농약냄새가 좋은건지 어떤건지는 모르지만 제비들이 참 많았는데 환경이 많이 나빠졌나 봅니다.
조금 더 달리니 논에 피뽑는 노인분들도 보입니다. 요즘도 피뽑나 싶어 신기해 보입니다. 예전에 피뽑으라고 부모님께서 논에 들어가라고 하면 어린 제눈에는 핀지 모인지 분별이 않되어 그냥 마구잡이로 뽑다가 혼난 기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 지어 봅니다.
그러는 동안 벌써 10km 반환점에 다다렀습니다. 아! 저이들은 좋겠다.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으니. 우리는 아직도 6km나 더 가야 반환점이 있을텐데.
앗! 변수가 생겼습니다. 지금부터 하프 반환점까지는 6km 내내 오르막만 있는데 처음 입고 온 마라톤 삼각 팬츠가 몸에 잘 맞지 않는지 허벅지 위 안쪽(?)에 생채기가 나서 양 다리가 쓰씨는(적당한 표현을 못 찾음) 겁니다.날은 더운데다가 와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반환점부터는 내리막이었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그럭 저럭 달렸지만 중반전은 정말 "살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정말 살부터 더 빼야지 원.
한없는 오르막 코스 햇볕은 쨍쨍 급수 도우미는 뛰엄 뛰엄.
그래도 다행은 제가 잘 아는 코스라는 점입니다. 친한 후배가 사는 전원 주택도 보이구요. 계모임 선배분 고향마을로 코스가 만들어져 반환점이 어느 지점인지 대충 감이 와서 지친 몸을 이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반환점을 통과 시원한 물세례를 하고 돌아가는 길로 내려 갑니다. 시간을 보니 1:04 정도. 평상시보다 조금 오바한 기록입니다.
내리막 6km는 살과의 아픔도 어느정도 가시고 맞바람도 조금씩 맞으면서 기분좋게 달리면서 페이스를 조금씩 높여 봅니다.
10km 반환점인 15km 지점에 도착해서 바나나 2개를 들고 먹으면서 속도를 조금 늦췄습니다. 꿀맛입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바나나보다도 맛 있습니다. 바나나 주는 장소와 물먹는 장소가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배려인지 착각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사이 목말라 죽을뻔 했습니다.
저를 앞서 가는 분들도 있고 제가 추월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먼저 KT 복장을 한 서너명의 선수들이 저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끝까지 함께 했구요. Book city 상의를 입은 네명의 달리미도 19km정도 까지 중간 중간 만났습니다. 저를 추월해간 그 멋진 여성 달리미분을 잊기 참 힘듭니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긴생머리까지 하면요.
19km 정도에서 한발과 목발로 달리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힘내십시요" 인사하니 "예, 화이팅" 답례하는 그 분을 지나치며 감동먹었습니다.
드디어 독립기념관 순환로에 접어들었습니다.마지막 2km 정도가 오르막코스가 많아 막판 스퍼트를 하기에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제 페이스대로 달려 지난번처럼 많이 지치지는 않아 추월해 나갑니다. 가쁜 숨을 들이쉬며 골인점을 향해 조금씩 속도를 높여 봅니다. 실상 제가 느끼는 속도가 빠를 뿐이지 평상시 속도보다도 느린 막판 스퍼트입니다.
드디어 골인. 1시간 56분 정도 걸린것 같습니다.
아직도 힘이 남아 있습니다. 전반부 제 페이스를 조절했기 때문에 후반부도 힘이 덜 들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기념메달과 빵 그리고 음료수를 받아 들고 차로 돌아오면서 물러가는 한여름을 가슴 가득 느껴 봅니다.
기다려라, 춘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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