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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2일 16시 21분 등록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막바지 여름인 것 같습니다. 그리 덥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선선한 것도 아닌 그런 날씨인 것 같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짜증을 낼 수도 있고, 가을을 조금은 느끼면서 여름을 보내줄 수도 있는 센스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겠죠.

치악산에 다녀 왔습니다.

영동 고속도로에 오르니 비가 내렸습니다. 그러던 날씨가 치악산에 도착하니 금새 좋아졌습니다. 날씨도 우리를 도와준 시작 이었습니다. 비를 예상하는 정보 탓인지 사람은 없습니다. 산속에 혼자 있다는 것은 앞으로 느낄 수 없을 것 입니다.

비가 와서 인지 계곡에 물이 많았습니다. 산에 올랐습니다. 이름대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악'하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바위와 돌들이 얼마나 많은지 힘이 들었습니다. 계속되는 앞은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높습니다. 저기 가면 정상이려니 했지만 우리의 기대는 무너집니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이 이처럼 발전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상념에 잡깁니다. 혹자는 그것을 계단에 비유합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고...... 거기에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 계단의 폭과 높이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 이다." 그건 분명 합니다. 그저 누구나 똑같이 생긴 모양의 계단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다음 계단을 올라서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때까지 길이가 얼마나 길지 모른다는 얘기 입니다. 그리고 다음 계단을 오르는 높이가 얼마나 높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입니다. 그 둘을 거쳐야만 우리는 한 계단 올라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정상에는 멀었지만 주변의 수많은 봉우리보다는 높이 왔습니다. 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 떼가 보입니다. 구름이 산을 오르면 비를 가져온다고 과학 시간에 배웠습니다. 구름의 기체가 비라는 액체로 변하는 순간 입니다. 그 순간 구름의 전열은 흩어집니다. 그리고 자신은 사라집니다.

어쩌면 우리의 조직과도 같은 모습일 것 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조직의 힘으로 사는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원하는 일을 주변에서 하라고 하지만 지금 다니는 조직에서 떨어진다면 나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구름처럼 흩어지면서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것이 현실 입니다. 나라고 용가리 통뼈는 아닐 것 입니다.

우리는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세개의 돌탑(돌로 올린 기둥 같은 모양. 굉장히 높음)이 있습니다. 정상에 오른 이들이 소원을 빌면서 돌을 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단히 높았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기도를 하진 않았습니다.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굉장히 높은 것을 바라는 것 이기 때문 입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 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사의 기도를 좋아합니다.

정상에 올라서 보니 수많은 산 줄기 눈에 보입니다. 저는 그곳을 통해서 정상에 올랐던 것 입니다. 나이가 엄청나게 많이 먹으면 나의 옛날들이 생각나겠죠. 그것을 우리는 주마등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치 정상에서 보는 산줄기와도 같은 것 입니다. 그것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 것 입니다.

또 하나의 느낌이 있다면 정상에 오르면 대단한 것을 예상 하지만, 막상 오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문득 '친절한 금자씨'의 감독인 박찬욱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복수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복수를 열심히 준비하지만 복수를 성공한 결말은 늘 허무다. 복수의 진정한 의미는 용서이다." 입산의 목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을 향하게 되어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가 사장이 목표인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과정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목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오르는 것 입니다. 결과를 보지 않고 과정에 충실한 사이에 우리는 정상에 오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하산을 해야 합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오르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힘이 듭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욱 힘든 것 입니다. 여기서 쓴다는 것은 제대로 쓴다는 것이겠죠.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승처럼 벌어서 개같이 쓰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산의 의미는 주변에서 일러 줍니다. 하산을 하면서 많은 이들을 마주합니다. 그 마주함은 인사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물어봅니다. "정상이 멀었나요?" 왠지 모르는 승자가 됩니다. 앞선다는 것은 늘 우월한 기분 입니다. 늘 우리는 상대평가를 적용합니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일은 내가 하고 당신 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펄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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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8.23 14:14:12 *.7.28.25
통찰맨님 좋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함께등산을 하고 싶을정도로...
좋은 글 자주 뵙게되니 행복합니다.
신의행운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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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2005.08.24 12:01:57 *.46.1.130
치악산 하면 우리 민화 <은혜갚은 까치>가 생각나곤 합니다. 배경이 치악산으로 생각합니다. 뱀앞에 위험한 까치를 구해준 선비가 나중에 그 까치에게 다시 은혜를 입는다는 얘기... 참 정겹죠. 근데 치악산은 엄청 난코스라고 하던데 대단하십니다. 다음에 꼭 가보고 싶은 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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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용
2005.08.24 21:01:13 *.34.165.177
까치가 아니라 꿩이라는것이 정설입니다......치가 떨리고 악이 바친다고하여 치자 악자란 말도 있죠. 사다리병창코스가 난코스구요. 상원사가 보은의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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