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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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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1일 08시 36분 등록


[ 잉걸불 이는무쇠솥]

황혼이 어둠에 몸 맡기는 일순,
따스운 그 실루엣을 이고 무쇠솥에 장작불 일구었습니다.
푸푸거리는 허연김 사이로 돼지고기 익는 소리도 납니다.
종이 몸 맞대 구겨 밑불 만들어 장작불 어렵게 붙였지요.
걍, 장작불 타닥거리는 소리, 참나무 타는 향기 너무 좋아
아궁이앞에 넋 놓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쥐죽은듯 고요한 사위를 더욱 정적속으로 밀어넣습니다.

가스불에 해도 될 것을 무쇠솥을 고집한 것은 순전히 향수때문입니다.
초겨울 이맘때쯤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소나무, 아카시나무, 솔방울 또는 마른짚단 태우는 내음이 자욱한 고샅길엔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엄마들 목소리들 온 마실에 길게 울리곤 하죠.
이렇게나마 흉내라도 내며 고향 마당에 들고 싶어 합니다.

얼마전 허물어져 흉가가 되다시피한 고향집을 드디어 완전히
헌다고 하시더군요.
대들보, 기둥, 기왓장은 꼭 챙겨두고 싶었습니다.
기계로 작업하는지라 기왓장은 다 깨어져 못쓰고 쓸만한 기둥, 들보는
챙겨두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그 것들에게 새 생명을 꼭 주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고향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서죠.

달빛 따라 십릿길......
도탑고 서느라운 기운을 보니 한 초 아흐레쯤 되었겠다 싶었는데
딱 맞추었습니다.
옷 벗어 허허로운 빈 논 쓰다듬으며 은실 이불을 사르락거리며 깔아줍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달빛 겹겹이 감고 동구밖 훌쩍 넘어 십릿길
휘휘 돌아왔습니다.
동짓달 초아흐레 싸아한 밤공기가 훈훈합니다.

무쇠솥 수육에 신김치 둘둘 말아 맥주 한 잔 어때요?
이렇게 술을 야금거리니 감기가 "나 잡아봐라." 하죠. 후훗......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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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5.12.11 01:11:01 *.229.146.66
죽인다. 저 불 저 가마솥 씩씩 거리는구나. 어당팔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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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일
2005.12.11 02:04:17 *.100.68.91
작은도시의 한 자락에서 향수어린 무쇠솥 아궁이를 보니 정겹습니다.
어릴적 어머니께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갈 수만 있다면 찾아가고 싶군요.
항상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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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5.12.12 13:36:45 *.110.63.166
멋져요!! 어릴적 고향생각 납니다
아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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