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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3일 09시 40분 등록

[2006 KOREA SOFT POWER - 전문가 의견] 미국 최대 무기가 녹슬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2005-12-29 11:09]



전문가1미국 소프트파워의 몰락
미국 최대 무기가 녹슬고 있다

미국은 뛰어난 과학기술, 민주주의, 자원 독점, 미국 내부의 지지, 강력한 군사력, 세계화와 민주주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독점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프트파워다.

하지만 소프트파워의 위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가장 큰 특성은 미국외의 국가가 자발적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은 자발성을 유도하기보다 미국의 뜻에 따를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강제의 증거인 독점시스템을 미국이 추구할수록 반미감정은 소프트파워를 우선적으로 약화시킨다.

미국은 이제 특정 국가를 적으로 여기지 않아도 될 만큼 강력한 국가가 됐지만 역으로 세계 모든 나라의 지지를 받아야만 존재하는 취약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이제 상업주의가 완전히 지배한 나라가 됐다. 기업의 의도대로 후발국에 진출하고 외교정책도 기업의 입맛에 맞춰 요리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이제 민주주의나 소프트파워의 구현이 아니라 상업적 차원에서만 정당성을 갖게 됐다.

미국 문화의 본질은 다양성에 있다. 그런데 미국 내 인종 차별과 종교차별이 확대되면서 극단적인 국가주의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성조기가 미국을 뒤덮고 있으며 다양성은 편협성과 공격성으로 대체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미국 교육제도는 수 많은 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오면서 유학생들의 천국이 됐다. 하지만 최근 신보수주의 정책으로 미국 유학생이 감소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중국·유럽 등지에서 미국의 경쟁이 되고 있다.

미국 최대 인터넷 포털 구글은 전 세계 도서관을 연계해서 모든 서적을 구글의 인터넷에 올리는 엄청난 시도를 하고 있다. 구글의 공세에 유럽 국가들은 공동대응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미국 소프트파워의 추락을 대변한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를 동일한 방식으로 경영하면서 해당지역에서의 착취로 주주만 이익을 보는 시스템이다. 미국은 인체에 해롭고 중독성이 강한 패스트푸드, 무기, 담배 등 인류에게 가장 해로운 산업에서만 경쟁력이 강한 나라가 됐다. 미국 민주주의도 인본주의에서 미국 근본주의로 변화시키면서 맥도날드나 코카콜라와 유사한 신세가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인 조너선 프리들랜드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전 세계를 간접 통치해 왔지만 간접통치가 한계를 보임에 따라 직접 통치(군사력)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사력·자본 ·소프트파워의 3각 편대가 미국의 최대 무기였는데 이제 무기들이 녹슬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으로 있다. 저서로 《디플레이션 속으로》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등이 있다.



전문가2한국 소프트파워의 한계
관료주의가 브랜드 이미지 깎아 먹어


하드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생기지만, 소프트파워는 문화와 도덕의 힘에서 생겨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고속성장하면서 짧은 시기에 막대한 자본과 노동의 투입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시기에 한국 문화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정부는 물질적 자본의 축적에 힘을 쏟았지만 ‘문화자본’의 축적에는 소홀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이적인 고속성장을 이룬 나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관료주의, 정치권의 부패, 노사 갈등 등으로 국가 이미지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상품은 기술력에 비해 브랜드 가치를 충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 국가의 상품에 대한 평가는 그 국가의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연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국에서 영화·드라마·게임 등 오락산업이 발전하면서 최근 동남아와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확산되는 것은 사실 우연에 가깝다. 그 후 한국 정부는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영화와 텔레비전을 통해 자유와 개인을 강조하는 미국식 가치가 전 세계에 확산되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달리,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직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문화 기반 위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지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프트 파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 기반시설에 비해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약한 편이다. 응용기술뿐만 아니라 기초학문을 위한 연구개발(R&D)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단기간에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급예술도 지원해야 한다.

세계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산업도 좋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인문학 분야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 분야에 대한 막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박물관과 미술관도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건축물과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오겠는가? 미래의 소프트 파워는 문화와 과학의 힘에서 나올 것이다. 특히 정부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 파워 제고를 위해 정치개혁, 기업의 투명성 강화, 노사협상의 제도화를 이루어야 한다.

깨끗한 정치, 투명한 기업, 사회안정은 한국의 이미지를 더욱 높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윤태
건양대 초빙교수(사회학 박사)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 런던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국회도서관장과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제3의 길》 《재벌과 권력》 《소프트 파워 시대》 《정보 시대의 정치와 문화》 등이 있다.



전문가3한국형 소프트파워를 위해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 +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
세계적이면서 한국적 매력 창조해야


한국은 추종자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 있다. 성장의 길은 추종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선도자의 자리로 옮겨가는 것뿐이다. 새 길 트기(Path Breaking)라고 부르는 경영 실험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의 원천은 우리의 것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적 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세계를 유혹하는 이 부드러운 소프트파워를 ‘코리아니티(Coreanity)’라는 영문 신조어로 만들었다. 이는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을 뜻한다. 한국인 다수의 정신적 기상도며 문화적 DNA다.

코리아니티 경영은 한국인이 가진 문화적 차별성을 브랜드화하여 문화적 프리미엄을 얻어내는 일이다. 그러려면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와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라는 두 물결의 합류를 통해,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인 매력을 창조해 내야 한다.

코리아니티는 비디오아티스트이자 세계인인 백남준의 예술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그는 남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고유한 예술 영역을 가지고 있다. 세계인 백남준 속에는 한국인 백남준이 들어 있다. 이것이 그가 가진 경쟁력의 비결이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남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globalization)의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세계인이 되는 데 성공한 백남준·윤이상·이응로 등은 일찍이 세계적 시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남의 것을 추종하는 대신에 세계적 기준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문화적 뿌리와 만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시야를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의 문화적 프리미엄에 기초한 차별성으로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문화 없는 상품은 삼류며, 차용한 철학으로는 혼신의 경영이 불가능하다.

한 국가가 단절을 통해 독자성을 보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한국은 모방과 추종의 시간압축적 추격에서 벗어나, 한국적 세계성이라는 모순을 우리 안에서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방 대신에 융합적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선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고, 인류의 위대한 다양성에 기여하는 훌륭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한국 문화의 바탕인 공동체주의는 따뜻하고 역동적이며 관계 중심적이다. 서구가 배워야 할 것을 우리는 이미 문화적 DNA로 정신적 근육 속에 체화해 놓고 있다. 그 동안 많이 학습해 온 서구적 접근법들,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보완 장치들을 검토하고 활용하여 한국인들의 문화적 DNA와 잘 결합한다면, 우리는 세계적 경영 리더십을 위한 매우 유효한 인재경영 모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미래가 되는 새로운 경영 혁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소장
변화경영 전문가로 활발한 강연·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7년 동안 10권의 저서를 통해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모색했다. 저서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떠남과 만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사자같이 젊은 놈들》 《일상의 황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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